박물관대학을 다녀오다. 오랫만에 만추(晩秋)의 낙엽길을 걷고 왔다. 다채로운 낙엽이 꽃비처럼 쏟아지던 늦가을 숲길은, 얼마전까지 빛을 발하던 명명한 아름다움과 달리 텅 빈듯 허전하고 스산하기만 했다. 오늘, 하반기에 시작된 박물관대학을 다녀왔다. 지난 주에 개강했는데 처음으로 결석이란 걸 해봤다. .. 카테고리 없음 2012.11.03
트라피스트 수도원 새벽에 뜬금없이 트라피스트 수도원이 생각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정말 섬광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십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고 잊고 살았는데, 촌초(寸秒)에 봉쇄수도원 생각이 뇌리를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혹여, 지친.. 카테고리 없음 2012.11.03
상보성 원리(相補性 原理) 자연현상이나 인간사에는 항상 양면성이 있다. 서로 반대되는 것은 모순이 아니며 서로 보완적이다. 이 둘을 보지 않고서는 진리를 논할 수 없다. 개인과 공동체의 이해는 서로 상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모순이 아니라 전체를 설명하는 한 부분이며, 서로 대립되면서 공존하는 가운데.. 카테고리 없음 2012.11.02
한 혁명가의 정문일침(頂門一鍼) 눈꽃이 만발한 박명의 거리에 밤빛이 짙어지자 수곡 내평면에서 열리는 이회(里會)에 참석하기 위해 각 마을의 지도자 3백여 명이 횃불을 들고 속속 모여들었다. 회의를 주도한 유계춘과 이명윤, 이계열은 등방(燈榜)에 의지한 채 숙의를 거듭했다. 세 사람의 신분은 각각 달랐다. 40대 중.. 카테고리 없음 2012.11.01
초어스름의 추억 나는 걸음을 떼기 시작한 직후부터 영화를 보며 자랐다. 황홀한 놀빛을 뽐내던 단홍빛 채하(彩霞)가 어둠의 장막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면, 어스름 박명(薄明)의 거리에선 망치질 소리가 요란했다. 우리집과 담장이 이어져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일주일에 몇 번씩 영화 상영을 위한 .. 카테고리 없음 2012.10.30
진이불작(陳而不作) 가례는 왕이 어의궁인 별궁을 찾아가는 친영(親迎)으로 시작됐다. 김문근의 딸은 삼간택 후, 인전 잠저였던 인왕산 기슭 어의궁에서 왕비수업을 받아 왔다. 행렬 맨 앞엔 어가의 출현을 알리는 선상군병이 도열하고, 그 뒤로 쇠꼬리를 장식한 독(纛)과 옥색 바탕에 큰 용이 그려진 교룡기.. 카테고리 없음 2012.10.30
이몽의 자장가 원범이 택군돼 봉영사절과 함께 강화도를 떠나 도성을 향하다가 김포행궁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 갑작스레 변한 환경에 놀라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옛일을 회상하는 장면 중 한 대목이다. 형과 함께 방 안에 누워 있으면 멀리서 들려오던 파도소리... 뜰 앞에 서 있는 아람드리 단풍나무 .. 카테고리 없음 2012.10.29
권력, 그 탐욕의 역사 흥선군이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다시 충성을 맹세했다. "이는 종실을 바로 세우기 위함입니다. 안동 김씨들로부터 유린당한 종묘사직을 바로 세우기 위함입니다. 통촉하시옵소서!" "한데, 그 일을 왜 하필 흥선군 2자가 해야 된답니까? 왕위를 빼앗긴 인손이라면 또 모를까..." 흥선군 입가.. 카테고리 없음 2012.10.27
글쎄, 이선희 노래가 아니라니까요. 소슬한 달밤이면 그대 무슨 생각 하시나요? 뒤척이는 잠자리는 꿈인 듯 생시인 듯. 님이시여! 제가 드린 말들도 기억하시나요? 이승에서 맺은 인연, 믿어도 좋을지요. 멀리 계신 그대생각, 해도해도 모자란듯. 하루에도 제 생각 얼마만큼 하시나요? 바쁠 때 만나자면 싫어할까, 기뻐할까..... 카테고리 없음 2012.10.25
단어의 오남용 오늘 오후, 한 포털사이트에 오색 단풍에 휩싸인 창경궁 숲의 아름다운 전경이 사진으로 떴다. 덕분에 정취가 그윽한 단풍사진을 보며 잠시 안구를 정화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 가을빛 물 들어가는 궁궐의 아침 - 25일 오전 서울 창경궁 숲이 오색창연한 가을 빛으.. 카테고리 없음 201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