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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대학을 다녀오다.

아라홍련 2012. 11. 3. 23:58

오랫만에 만추(晩秋)의 낙엽길을 걷고 왔다. 

다채로운 낙엽이 꽃비처럼 쏟아지던 늦가을 숲길은, 얼마전까지 빛을 발하던

명명한 아름다움과 달리 텅 빈듯 허전하고 스산하기만 했다. 

 

오늘, 하반기에 시작된 박물관대학을 다녀왔다.

지난 주에 개강했는데 처음으로 결석이란 걸 해봤다.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외출복까지 갈아 입었는데 급작스런 컨디션 난조로 부득불 가지 못했다. 

개강 때 내가 보이지 않는 초유의 일을 경험한 수강생들의 궁금증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본 다섯 명이 똑같은 질문을 연달아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지난 주에 안 왔죠?"

어떻게들 그렇게 잘 알고 있는지...!

학예사는 나를 보자마자 눈부터 흘겼다.

  "지난 주 안 오셔서 배신감 느꼈어요. 다른 박물관대학으로 갔는 줄 알고요.

   그곳에 찾아가서 모셔오려고 했어요."

눈치를 보니 라이벌 박물관대학도 있는 모양이다.

딱 한번 빠졌는데 왜 이리 난리들이냐고 묻자,

  "박물관대학 마스코트이잖아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오늘 졸지에 박물관대학 마스코트가 됐다.  

 

박물관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지 어언 7년 째...

한동안은 여러 박물관대학을 동시에 다녔다. 

하지만 연조가 깊어갈수록 프로그램 기획력과 실력있는 강사의 섭외능력이 뛰어난

학예사가 있는 박물관을 선호한다. 

지금 내가 다니는 박물관대학은 사학과 교수나 미술사학과 교수들을 기본으로

강의 내용에 따라 각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를 초청한다.

잘만 선택하면 학교나 파벌에 따른 편협한 역사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 부분이 바로 박물관대학의 최고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학자마다 역사관이 조금씩 다르고, 계보에 따라 역사해석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학자의 자의적 해석이 깃든 강의를 듣게되면

역사공부가 미진한 수강생들은 잘못된 역사 인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여러 학자들의 강의를 객관적으로 많이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역사학자들 강의는 다 들어보았다.

이젠 학자들의 역사관과 계보까지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을 정도이다.

하도 여러 박물관대학에서 마주치니 이젠 웃으며 인사도 하고 명함도 교환한다.     

 

박물관에서는 박물관대학만 운영하는 게 아니다.

한국사, 인문학 강좌, 시민강좌, 답사 등 다양한 역사교육을 진행한다.

잘만 활용하면 각 시대의 역사를 관통해 정리할 수가 있다. 

역사서 몇 권 사서 독학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신 그만큼 인내와 성실함이 요구되고, 오랜 기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주위에 아무리 권해도 제대로 끈기있게 공부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그때문이다.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공부를 위해 투자한 것만큼 진실과 통찰 능력을

얻어갈 수 있는곳... 그곳이 바로 박물관대학이다.  

 

오늘의 박물관대학 어록!   

 

         지배자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지만

         지도자는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을 경우에도 처벌할 수 없다.

         ... 이게 바로 권력자와, 권력자가 아닌 사람의 차이이다.

 

고로 지배자는 권력자이고, 지도자는 권력자가 아니라는 말씀... 

그래서 사람들이 지배자가 되기 위해 그렇게 권력을 잡으려고 혈안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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