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의 운명, 간통 금지법 빈청은 꽉 채워져 있었다. 영의정을 가운데 두고 긴 탁자 양편으로 국구를 비롯해 조정을 장악한 안동 김씨 일족과 삼공육경, 당상관들이 모두 들어와 있었다. 먹이를 눈앞에 둔 독수리의 날카로움과 섬뜩함으로 빈청엔 살얼음이 번쩍거렸다. 예를 갖춘 상선이 영의정 맞은편 자리에 엉.. 카테고리 없음 2012.11.09
조선시대의 기녀(妓女) <프랑스 엽서에 실린 기녀 사진> <혜원 신윤복의 청금상련(聽琴賞蓮), 장죽을 든 기녀는 의녀(醫女)이다.> 한쪽 무릎을 곧추세워 비단 치맛자락을 가슴팍에 휘감은 아지가 지그시 눈을 감고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시를 읊었다. 꿈에 뵈는 님이 인연 없다 하건마는 담담히 그리울 .. 카테고리 없음 2012.11.07
조선시대의 동성연애 저자엔 수강재 최상궁과 수정전 박상궁이 정화수를 떠놓고 은밀히 사랑의 언약을 한 대식(對食) 관계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두 사람이 팔목 같은 곳에 붕(朋)이란 문신을 새겼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최상궁이 자결한 이후, 박상궁도 대들보에 목을 매 자진했다. <이몽 2부, 99p> 내시.. 카테고리 없음 2012.11.07
인디언 달력 인디언은 종족에 따라 11월을 이렇게 부릅니다. * 크리크 族 :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 * 체로키 族 :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 * 히다차 族 : 강물이 어는 달 * 테와 프에블로 族 : 만물을 거두어 들이는 달 * 위네바고 族 : 작은 곰의 달 * 키오와 族 : 기러기 날아가는 달 * 아라파호 族 : 모.. 카테고리 없음 2012.11.05
박물관대학을 다녀오다. 오랫만에 만추(晩秋)의 낙엽길을 걷고 왔다. 다채로운 낙엽이 꽃비처럼 쏟아지던 늦가을 숲길은, 얼마전까지 빛을 발하던 명명한 아름다움과 달리 텅 빈듯 허전하고 스산하기만 했다. 오늘, 하반기에 시작된 박물관대학을 다녀왔다. 지난 주에 개강했는데 처음으로 결석이란 걸 해봤다. .. 카테고리 없음 2012.11.03
트라피스트 수도원 새벽에 뜬금없이 트라피스트 수도원이 생각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정말 섬광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십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고 잊고 살았는데, 촌초(寸秒)에 봉쇄수도원 생각이 뇌리를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혹여, 지친.. 카테고리 없음 2012.11.03
상보성 원리(相補性 原理) 자연현상이나 인간사에는 항상 양면성이 있다. 서로 반대되는 것은 모순이 아니며 서로 보완적이다. 이 둘을 보지 않고서는 진리를 논할 수 없다. 개인과 공동체의 이해는 서로 상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모순이 아니라 전체를 설명하는 한 부분이며, 서로 대립되면서 공존하는 가운데.. 카테고리 없음 2012.11.02
한 혁명가의 정문일침(頂門一鍼) 눈꽃이 만발한 박명의 거리에 밤빛이 짙어지자 수곡 내평면에서 열리는 이회(里會)에 참석하기 위해 각 마을의 지도자 3백여 명이 횃불을 들고 속속 모여들었다. 회의를 주도한 유계춘과 이명윤, 이계열은 등방(燈榜)에 의지한 채 숙의를 거듭했다. 세 사람의 신분은 각각 달랐다. 40대 중.. 카테고리 없음 2012.11.01
초어스름의 추억 나는 걸음을 떼기 시작한 직후부터 영화를 보며 자랐다. 황홀한 놀빛을 뽐내던 단홍빛 채하(彩霞)가 어둠의 장막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면, 어스름 박명(薄明)의 거리에선 망치질 소리가 요란했다. 우리집과 담장이 이어져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일주일에 몇 번씩 영화 상영을 위한 .. 카테고리 없음 2012.10.30
진이불작(陳而不作) 가례는 왕이 어의궁인 별궁을 찾아가는 친영(親迎)으로 시작됐다. 김문근의 딸은 삼간택 후, 인전 잠저였던 인왕산 기슭 어의궁에서 왕비수업을 받아 왔다. 행렬 맨 앞엔 어가의 출현을 알리는 선상군병이 도열하고, 그 뒤로 쇠꼬리를 장식한 독(纛)과 옥색 바탕에 큰 용이 그려진 교룡기.. 카테고리 없음 2012.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