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晴 (맑은 가을 날에...) 秋雨初晴枕簟涼 小窓時復閱篇章 吟三千首有餘樂 想五百年無此狂 漢水風煙迷蝶夢 華山雲月沁詩腸 邇來嗔客關門坐 不覺莓苔侵短墻 가을비 맑게 개니 베개와 돗자리 서늘하고, 작은 창 가에 앉아 가끔씩 시를 다시 읽는다. 삼천 수를 다 읽어도 남아도는 흥겨운 여운... 오백 년을 생각해봐도 이런 미친 이 없으리라. 한강에 자욱한 바람과 안개가 나의 꿈 흐리고, 삼각산에 구름과 달은 시심을 씻어준다. 지금까지 손님을 꾸짖다 문 닫고 앉으니, 벌써 이끼가 자라나 낮은 담장에 올랐구나. * 김시습(1435~1493)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號는 매월당(梅月堂)이다. 승려 시절의 법호(法號)는 설잠(雪岑)이다. 조선의 '역사 철학자'로 불린다. 초년 시절부터 '조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