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 가장 자주 만나는 친한 사람이 있다.
야외 수련을 하는 공원에서 만난 친구이다.
올해 50세인 그녀는 퇴근 후 밤에 공원에 와서 운동을 한다.
운동이 끝난 후 자주 같은 길을 걸어가면서 낯이 익자 어느 날인가 말을 트게 됐다.
한데, 그녀 집이 내가 다니는 'PC방' 근처이다.
그러니 늘 3정거장을 함께 걸어 다닌다.
내가 요즘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인 셈이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5번을 함께 걷고, 그녀가 바빠서 공원에 오지 않을 때는 일주일에
서너 번은 만나서 함께 걷는다.
그녀가 공원에 오지 않는 날은 나 혼자 3정거장을 걷는데, 그렇게 심심할 수가 없다.
만나면 반갑고, 못 볼 때는 서운하다.
이렇게 자주 만나다 보니 웬만한 친구보다도 더 친밀함을 느낀다.
그녀와 내가 처음 말을 튼 날, 그녀는 자신이 '재혼 가정'이라고 밝혔다.
처음 말을 튼 사이인데 그렇게 용기(?) 있게 밝혀서 깜짝 놀랐다.
재혼한지 10년이 됐다는데, 여전히 재혼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도무지 불만을 못 느낄 정도로 금슬이 좋다.
공원에 그녀를 데리러 온 남편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사이가 좋다는 것을 느꼈다.
난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성격을 고치기 전에는 '재혼'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그래야 재혼을 반복하지 않는다고 얘기해 주었는데, 재혼 가정인 그녀가 진짜 임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고 평소 생각을 바꿨을 정도이다.
제대로 된 임자, 정말 인연인 사람을 '재혼'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를 통해서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성격이 참 좋다.
도무지 사나운 구석이 없고, 조근조근하다.
본인의 의사를 관철하고 싶을 때 남편이 반대를 하면, 그녀는 꼭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안 할게요."
아내가 이렇게 나오면 대부분의 남편은 마음이 누그러져 "알아서 해라" 이런 반응이
나온다.
그래서 그녀는 대부분 본인의 뜻대로 하고 있다.
상당히 고수인 셈이다.
한데, 이는 의도적인 게 아니고 그녀의 성격 자체가 그렇다.
난 아는 사람들에게 그녀가 남편에게 하는 '대화법'을 얘기해 주며 이를 배우라고 얘기
하곤 한다.
특히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마치 자랑하듯 남편에게 '웩웩'거리고, 아무 일도 아닌데
남편에게 찌증을 내며 입에 거품을 물고 사납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한테는 상대방이
민망할 정도로 냉철하게 그녀의 얘기를 하면서 남편을 어떻게 대하는지, 대화법이 또
어떤지, 지혜로운 방법을 배우라고 얘기해 주곤 한다.
이렇게 공원에서 자주 만나는 그녀한테서 오늘 선물을 받았다.
그동안 가끔 먹을 것을 갖다주었는데, 지난주부터는 화장품을 선물하고 있다.
오늘은 이 선물을 받았다.
바로 영양 크림이다.
이렇게 생긴 영양 크림은 처음 보았다.
그녀도 처음 봤다고 한다.
신상품인 모양이다.

* 한 달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녀가 내게 이런 선물을 할 수 있는 것은 화장품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거의 맨얼굴로 다닌다.
그래서 선물을 받으면 내게 갖다 준다.
난 그녀의 이런 마음이 고맙다.
다른 사람을 줄 수도 있을 텐데, 꼭 내게 갖다 준다.
지난주엔 내게 여러 종류의 '마스크 팩'을 선물했다.
역시 선물 받은 것을 내게 갖다 준 것이다.

* 처음엔 내게 "언니! 언니!"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고 생경했었다.
나한테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평생 "선생님", "작가님" 소리만 들었다.
한데, 요즘은 나를 "언니! 언니!" 하고 부르는 게 참 듣기 좋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 더 다정하게 느껴진다.
나도 가끔 그녀에게 선물을 한다.
서로 다정한 마음을 표하고 있다.
좋은 인간관계이다.
난 'PC방'의 20대 초반인 알바와도 친하게 지낸다.
나이와 우정은 상관없는 것이다.
不挾長, 不挾貴, 不挾兄弟而友.
友也者, 友其德也, 不可以有挾也.
(나이 많은 것을 따지지 않고, 귀한 것을 따지지 않으며,
형제의 권세 여하를 따지지 않고 친구를 사귄다.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덕으로 벗을 사귀는 것이므로
따지는 것이 있어서는 안된다.)
맹자(孟子)의 '우정(友情)'에 대한 최고의 아포리즘(aphorism)이다.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독자들이 10대부터 60, 70대까지 광범위하게 있는
것은 아마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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