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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춘분(春分)

아라홍련 2023. 3. 21. 10:32

*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이다.

경칩과 청명 사이에 있는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이다. ​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즉 황도(黃道)와 적도(赤道)가

교차하는 지점인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을 때, 태양의 중심이 되는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어 양()이 정동(正東), 음()이 정서(正西)에 있을 때 이를 춘분이라고 부른다.

2023년 올해 춘분 입절 시각은 21일 06시 24분 27초였다.

24절기는 황하문명에서 비롯된 유교의 오랜 전통을 가진 중국에서 만들어진 전통적 역법

(曆法)이다.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24절기와 유교의 각종 명절, 조상 제사, 불교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한데, 24절기를 불교와 연계해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24절기에 불교 행사들이 있어서 생긴 오해이다.

24절기는 중국과 한국, 베트남, 몽고에 걸쳐 동아시아에 정립된 유교국가들의 전통이다.

즉 24절기는 종교적 개념을 아우른다.

천체의 주기적 현상을 기준으로 하여 세시(歲時)를 정하는 방법으로 24절기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됐다.

중국의 '5대 발명품' 중 하나로 평가된다.

​​ 춘분에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빛의 굴절 현상 때문에 낮의​ 길이가 약간

길다.

이는 일출, 일몰 시각이 태양 윗부분이 수평선과 지평선에 닿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반면,

춘분의 낮과 밤은 태양의 중심과 일치하는 시각으로 계산해서 태양의 반지름만큼의 오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춘분에는 실제로 태양이 진 후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어서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진다.

춘분을 기점으로 태양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6월 22일 하지(夏至)까지 낮이 점점 길어지게

된다. ​

춘분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겨울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때이다.

추운 북쪽 지방에서는 '추위는 춘분까지'라는 말이 있다.

이는 춘분부터 완전한 봄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24절기에서 봄은 춘분부터 하지(夏至)까지를 말한다. ​

실제로 일 년 중, 춘분부터 약 20여 일 동안이 기온 상승이 가장 큰 때이다.

춘분은 언 땅이 완전히 풀리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제비가 돌아오기 시작하는 때이다.

숨죽였던 만물이 생동하기 시작하고, 우레와 번개도 긴 침묵을 깨며 끼어든다.

고대 중국에서의 춘분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에는 춘분날 해 뜰 무렵 황제가 직접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베이징'의

외곽에 있는 르탄(日壇)에 가서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 <고려사​>의 권 84 지 38 형법 공식 '관리급가조(官吏給暇條)'엔 고려 시대에는 춘분에

관리들에게 하루 동안 휴가를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경주 지방에서는 박(), 석(), 김() 삼성(三姓)의 초대 왕에 대한 능향(陵享)이

있어 제사를 지냈다.

일본은 춘분을 국경일로 정해서 휴무로 보낸다.

조상의 묘소를 참배하고, 가족들이 한데 모여서 명절처럼 지낸다.

일본의 사찰에서는 춘분에 선조의 영혼을 위로하고 성불을 기원하는 '춘계 피안회'​(春季

彼岸會)를 연다.

춘분에는 많은 일본인들이 종교, 종파와 관계없이 절을 찾아 조상들을 위해 기도를 드린다.

이는 불교(佛敎)에서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고 해 극 락왕생의 시기로

보는 것과 연관이 있다.

피안(彼岸)이란,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경지를 말한다.

일본은 춘분뿐만 아니라 추분(秋分)도 휴일로 지정돼 있다.

1948년에 제정된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祝日法)>에 따라 춘분과 추분(秋分)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는 계절의 변화를 앞두고, 자연을 기리며 생물을 소중히 생각하는 날로 삼겠다는 의미이다.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는 춘분에 얼음을 저장하는 빙고문(氷庫門)을 열어 개빙제(開氷祭)를

지냈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개빙제는 소사(小祀)에 속한다.

또 춘분엔 북방의 신()인 현명 씨(玄冥氏)에게 사한제(司寒祭)를 올렸다.

<고려사> 권 63 지 17 길례(吉禮) 소사(小祀) '사한조(司寒條)'에는 개빙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고려 의종 때 상정(詳定) 한 의식으로, 사한단은 맹동과 입춘에 얼음을

       저장하거나 춘분에 얼음을 꺼낼 때에 제사한다.

       신위는 북쪽에 남향으로 설치하고, 왕골로 자리를 마련하며, 축판에는

       '고려 국왕이 삼가 아무 벼슬아치(某臣) 아무개(性名)를 보내어 공경히

       제사합니다.'라고 일컫고, 희생으로는 돼지 한 마리를 쓴다.

       제사하는 날 상림령(上林令)이 복숭아나무로 된 활과 가시나무로 만든

       화살을 빙실(氷室) 문 안 오른쪽에 마련해놓고 제사가 끝나도 그대로 둔다.

​       사관(祀官)이 재배 하고 삼헌(三獻)을 한 뒤 축은 불에 태우고 음복 한다.

고대 페르시아인의 종교는 조로아스터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의 '뿌리'라고 하는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춘분(春分)을 한 해의

시작점으로 생각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서 세상이 춘분을 기점으로 빛과 밝음으로 나아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인을 비롯한 쿠르드 인과 서남아시아인들은 지금도 춘분을 '새로운 날'

이란 뜻의 '노로즈'라고 부르면서 연중 가장 큰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고대 독일과 북유럽에서도 춘분을 한 해의 시작으로 기렸다.

특히 이들은 삶은 계란을 먹으면서 새 출발을 자축했다.

기독교의 대표적 기념일인 부활절도 춘분 후 보름달이 지난 첫 일요일로 정하고 있다.

이때도 계란을 나누어 먹으며 예수의 부활을 축하한다.

춘분은 기독교에서 부활절 계산의 기준점이 되는 역법(曆法) 상 매우 중요한 날이다.

서양 점성술 역시 춘분을 한 해의 시작점으로 본다.

점성술가는 춘분 이후 일 년을 12개의 별자리로 나눠서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인간의

운명을 예언한다.

점성술가들은 춘분을 '세계 점성술의 날'로 정하고 각종 행사를 벌이며 기념하고 있다.

춘분(春分)은 어느 나라, 어느 종교를 불문하고 '밝은 문으로 향하는'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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