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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

아라홍련 2022. 12. 23. 21:16

* <교수신문>이 2022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과이불개(過而不改)'이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대통령과 정부,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집단 지성인 교수들의

시각이다.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衛靈公篇)」에 처음 등장한다.

공자(孔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라고 가르쳤다.

이와 비슷한 언급은 『논어』 「자한편(子罕篇)」에도 나온다.

즉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는 "잘못하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이다.

'과이불개'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차례 나온다.

예를 들면, 연산군이 소인(小人)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과실 고치기를 꺼려서

고치지 않음을 비판했다.(「연산군일기」 3년 6월 27일)

 

<교수신문>은 3개 교수단체가 ‘교수 사회를 대변하는 정론지’를 목표로 1992년 4월에 창간한

주간신문이다.

3개 교수단체는 <전국사립대학교 교수협의회 연합회>, <국·공립대학교 교수협의회>, <민주화

위한 교수협의회>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바로 이 3개 단체 소속 교수들이 매년 투표로 뽑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올해의 사자성어'는 22번 째이다.

올해 투표에는 전국의 대학교수 935명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과이불개'는 476표(50.9%)를 얻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욕개미창(慾蓋彌彰)’은 137표(14.7%)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욕개미창은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이다.

이를 볼 때,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현재의 혼란하고 혼탁한 우리나라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하고도 뉘우치지 않고 시정하지 않는 것은 나라와 국민을 책임질 정치인들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우리나라엔 정치인은 없고 '정치꾼'들만 있다는 얘기가 세간에 떠도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데, 더욱 큰 문제인 것은 잘못하고도 잘못인 줄 '모른다'라는 것이다.

잘못 자체를 깨닫지 못한다.

이는 왜곡된 가치관과 판단력, 사회적 인식과 공감 능력이 정치꾼들에게 매우 부족하다는 뜻이며

이들이 확증편향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과이불개'를 선정한 교수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잘못(60대·공학)"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이들은 특히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小人輩)의 정치를 비판했다.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오히려 정쟁만

앞세운다(40대·사회)", "여당이 야당이 되었을 때나, 야당이 여당이 되었을 때가 똑같다(60대·

예체능)"라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이 밖에도 "자성과 갱신이 현명한 사람의 길인 반면, 자기 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 하는 것은

소인배의 길(50대·인문)"이라는 지적과 "잘못하고도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껴진다(50대·의약학)”라고 개탄한 교수도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념 진영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

내지는 피해자가 될 것 같다는 강박감에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듯하다(60대·

사회)"라는 답변이 있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교수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즉 "입법, 행정 관계없이 리더의 본질은 잘못을 고치고 다시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솔선수범하는

자세와 마음을 비우는 자세에 있다(60대·사회)", "남 탓보다는 제 탓 먼저 하기(60대·의약학)",

"자신부터 성찰하는 한국 사회(50대·인문)",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한 만큼, 이제는 집단

지성의 성찰에 의해 잘못은 인정할 줄 아는 국민이 되자(50대·예체능)"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밖에 '올해의 사자성어' 3위는 <누란지위(累卵之危)>로 129표(123,8%)를 차지했다.

'누란지위'는 "여러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을 뜻한다.

현 우리나라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를 추천한 교수들은 '윤리와 가치의 붕괴로 혼돈의 시대”(60대·농수해양), “개항기보다 더

심한 격변의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타개할 상상력과 의지를 지닌 사회세력이

그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60대·사회), "위기 극복의 책임과 실천은 늘 국민 몫이었다. 역사의
반복이 두려운
한 해였다"(50대·자연), "오늘날 한국 사회 특히 지식인 사회의 자화상”(50대·

인문)이라는 추천 이유를 밝혔다.

 

'올해의 사자성어' 4위는 <문과수비(文過遂非)>로 124표(13.3%)를 차지했다.

'문과수비'는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라는 뜻이다.

이를 선정한 교수들은 추천 이유로 "모든 사람은 입을 열어 말하기 전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의 무게를 생각해야 한다"(60대·사회), "책임 있는 정치·언어,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50대·인문), "통치자와 정치인은 자신의 언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신중한 고민과 정확한 판단에

의한 최종적인 정치 철학을 담론화하는 행위임을 각성해야 한다"라고 추천한 이유를 설명

했다.

그다음으로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이 69표(7.4%)를 얻어 5위를 차지했다.

'군맹부상'은 "장님 여럿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뜻으로 모든 사물을 자기의 좁은 소견과 주관

으로 그릇되게 판단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올해의 사자성어' 1위부터 5위까지를 살펴보았다.

선정된 <고사성어>들을 살펴보면 지금 우리나라 상황이 얼마나 한심하고 개탄스럽고 위태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집단 지성인들이 알고, 민초들이 알고 있는 이 상황을 오직 정치꾼들만 모른다.

아니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잘못을 잘못인 줄 모르는 것은 일종의 죄악(罪惡)이다.

또 '잘못'이 '잘못이 아니다'라고 우기는 것은 더 큰 죄악이다.

이는 범죄 행위나 마찬가지다.

이런 잘못된 판단력과 비양심적인 사고방식은 국가와 국민에게 끼치는 해악(害惡)이 상당하다.

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국가가 누란(累卵)에 빠졌음에도 통치자와 정치꾼들만 이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오직 권력(權力)을 즐기는 데만 혈안이 돼있다.

인터넷 오르는 사진들을 보면 지금 권력놀음이 한창이다.

부디 조금이라도 제정신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이 '2022.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고 느끼는 게

조금이라도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매년 12월 초에는 빠짐없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포스팅했었다.

한데, 올해는 <월드컵> 기간 중이라 포스팅이 많아져 뒤늦게 글을 올리게 됐다.

월드컵이 끝났어도 <월드컵 총결산>에 관한 글을 여러 개 올리느라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지냈다.

<월드컵> 경기를 보고 관람평 하나를 올렸었는데, 반응이 너무나 좋아서 글을 계속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축구를 좋아하는 남자 독자들의 호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래서 <월드컵>을 결산하는 글까지 계속 쓰다 보니 '올해의 사자성어' 포스팅이 늦어지게 됐다.

양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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