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철역에서 있던 일이다.
성형 흔적이 역력한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초미니 쇼트 팬츠를 입고 승차장 의자에 앉아 휴대폰 스피커폰으로 큰 소리를
지르며 통화를 하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전철을 기다리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스피커폰을 사용해
큰 소리로 통화하지 않는다.
이는 기본적인 매너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아는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전철이 건, 버스이 건
스피커폰으로 통화하지 않는다.
주로 공감 능력이 낮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행위이다.
지금 PC방 내 옆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노인네도 헤드셋을 사용하지 않고 스피커를
켜놓고 게임을 하고 있다.
총소리, 폭탄 터지는 소리 등 전투하는 소리로 그야말로 얼마나 시끄럽고 산만한지
모른다.
주위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럼에도 항상 스피커를 켜놓고 게임을 한다.
난 게임 중독자들 중에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60대로 보이는 이 남자는 매일 빠지지 않고 PC방에 출근해 이런 행동을 한다.
다른 사람들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역시사지를 모른다.
한마디로 감성지능이 낮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 거론한 두 사람 모두 똑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아무튼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스피커폰을 통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을 볼 때 대화 상대자는 성형외과
예약 담당자였다.
이 노인이 추석 연휴 때 성형외과에서 시술(施術)을 받으려고 하는데, 성형외과
예약이 완전히 다 차서 예약을 못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추석 연휴가 아닌 다른 날짜를 예약하라고 설득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노인은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 추석 연휴 때 예약을 해달라고 큰 소리로 떼를
썼다.
지난번 시술했을 당시 많이 부었었는데, 이번에도 많이 부으면 출근을 못 하기
때문에 꼭 연휴 때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전철이 승차장에 도착해 전철을 탈 때에도 노인의 요란한 통화는 끝나지 않았다.
매해 추석 명절 연휴 때마다 성형외과 예약이 꽉 차 난리들이다.
보통 추석 연휴가 가장 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성형외과의 특수 기간이다.
그만큼 성형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동안 수술, 효도 수술, 자녀 성형수술 등 종류도 많다.
요즘은 남자들 성형 수술도 다반사이다.
보톡스 시술은 완전히 일반화됐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추석 연휴가 짧다.
그래서 성형외과에 예약하기가 더 힘든 모양이다.
전철역 승차장에서 노인이 떼를 쓰며 전화를 끊지 않고 큰 소리를 낸 건 이 때문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성형 공화국'으로 불린다.
성형이 일반화된 한국 여자들을 조롱, 폄하하는 소리가 의외로 낯 뜨겁다.
한국인으로서는 창피한 일이다.
하도 이런 소문이 많이 나니까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 여자들은 무조건 다 성형을
하는 줄 오해하고 있을 정도이다.
사람들이 성형을 이렇게 많이 하는 것은 영적으로 볼 때 매우 심각한 일이다.
착하고 곱게 우아하게 늙어가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얼굴 자체를 바꿔버리는
과격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아정체감이 확립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얼굴은 '얼+꼴'이 합친 단어이다.
즉 얼굴은 그 사람의 영혼의 모습이다.
우리는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이 살아온 흔적을 유추할 수 있다.
삶의 족적이 그대로 나타나는 곳이 바로 얼굴이다.
얼굴은 한마디로 이력서나 마찬가지다.
사람은 자신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굴을 통해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수양하고, 인내력을 기르며, 참회
하고, 또 적선을 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자신의 삶이 올바른 곳을 향해 흘러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개선할 수 있다.
얼굴이 삶의 바로미터(barometer)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바로 '나침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얼굴이 중요하다.
얼굴을 바꿔버리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정체성을
잃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못하게 된다.
대신 탐욕과 환상, 객관적이지 않은 무모한 자만심이 생겨 인생관과 가치관까지 안 좋은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 세상에서 '숙제'를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삶의 행로(行路)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부모가 어린 자녀의 얼굴을 성형시키면서 자녀를 위하는 줄 착각한다.
이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무모한 짓이다.
영적으로 조금만 깨달음이 있어도 이런 잘못된 탐욕은 저지르지 않는다.
성형을 해서 아이의 인생이 좋아지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망상(妄想)이다.
오히려 자녀의 삶이 파란만장해질 수가 있다.
안 가도 될 진창길을 갈 수도 있다.
또 안 겪을 일을 겪을 확률도 높다.
지구별에서의 숙제, 해결해야 할 삶의 주제는 타고나는 것이다.
이를 성형으로 바꿀 수는 없다.
부모가 어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늙어서 하는 성형은 더 꼴불견이다.
나이 들어 탐욕스럽고 사납게 인상이 변하는 것은 꼭 피해야 할 일이다.
성격마저 그렇게 변할 수 있다.
성형은 아이 건, 성인이 건, 노인이 건, 절대로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인간은 사바세계를 올 때 누구나 자기 나름의 '숙제'를 가지고 온다.
그냥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지구별이 본래 그런 곳이다.
인간은 누구나 각각 삶의 주제가 있고, 수행해야 할 일이 있으며, 영적으로 발전해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돼야만 한다.
이는 인간으로 태어난 의무이자 사명이다.
삶의 주제만 서로 다를 뿐, 누구나 다 자신에게 맞는 숙제들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 세상에 그냥 놀러 온 것이 아니다.
지구별은 놀다가는 곳이 아니다.
문제의 해결 능력을 높이기 위해 평생 노력해야 하고, 이런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좀 더 나은 '나', 영적으로 점점 발전된 '나'로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이는 매우 힘든 일이다.
지난(至難)한 일이다.
그래서 삶을 고해(苦海)라고 부른다.
때문에 항상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가야 한다.
얼굴은 각자 숙제를 하기에 적당하게 태어난다.
예쁘게 태어난 얼굴인데 지성미가 없으면 천박해 보인다.
때문에 얼굴이 이쁘면 반드시 지성을 갖추어야만 한다.
반면에 조금 덜 예쁜 얼굴이라 하더라도 지성을 갖추고, 온화하고 밝은 성격에, 착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개성 있는 매력적인 얼굴로 변한다.
좋은 에너지가 빛난다.
거기에 세련된 헤어스타일과 패션으로 치장하면 매력이 돋보인다.
우아하게 나이 들어가고, 품위 있게 늙어간다.
늙어서 얼굴을 너무 잡아당겨 사납고 탐욕스럽게 만드는 건 아름다움에 반하는 일이다.
선하고, 지성적이고, 밝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우아하게 늙어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특히 어린 자녀의 얼굴을 부모의 욕심 때문에 마음대로 바꿔서는 안된다.
아이의 인생 자체가 흔들릴 수가 있다.
훗날 자아정체감(ego-identity)에 혼란이 올 수도 있다.
나중에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자녀에게는 자녀만의 숙제가 있다.
이는 부모가 대신 해줄 수 없다.
자녀가 오롯이 혼자 해나가야 할 비장한 일이다.
성형의 유혹이 있을 때는 항상 이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김시연 작가의 네이버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propolis5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레이아웃과 글씨체가
달라서 글을 똑같이 옮기기가 힘듭니다.
에러가 나서 몇 시간씩 걸려도 제대로
되지 않아 포스팅 하기가 어려워요.
가능하면 김시연 작가의 주 블로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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