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얼굴

아라홍련 2022. 3. 20. 00:28

 

* 얼굴은 그대 삶의 상징이다.

인간의 얼굴 속에서 삶은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들여다본다.

얼굴은 언제나 그대가 누구이며, 삶이 그대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를

드러낸다.

... 이 무섭게 적확(的確) 한 말은 '존 오도나휴 '의 말이다.

그의 저서 <영혼의 동반자>에 나오는 글이다.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다.

한 권의 책이다.

용모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이는 '발자크'의 말이다.

얼굴은 ''과 ''을 합친 단어이다.

여기에서 '얼'은 영혼을 뜻한다.

'꼴'은 모양새를 의미한다.

결국 얼굴은 그 사람의 '영혼의 모양새'를 나타내는 셈이다.

때문에 아무리 성형을 많이 해도 이미지는 바꾸기 힘들다.

이젠 성형이 일상이 됐다.

연예인만 하는 게 아니다.

아무나 다 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그렇게 성형을 많이 한다는 게 너무나 이상할 뿐이다.

외국에서 보는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성형 천국'이다.

마치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성형을 하는 것처럼 과장돼 알려져 있다.

그만큼 한국에선 성형이 일상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오랜만에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나같이 눈썰미 좋은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 정도로 전혀 다른 사람이 돼서 나타났다.

나는 본래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한 카드 아줌마 때문에 2 년 전부터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가장 큰 영화관 지하 1층에는 대형 마켓 <홈플러스>가 있다.

그리고 입구에는 카드 모집인 아줌마들이 번갈아 나와 있으면서 카드를

만들라고 권유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내가 영화를 본 후, 장을 보러 <홈플러스>로 내려갔을 때 마스크를

한 뚱뚱하고 덩치 큰 한 아줌마가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속삭이듯 "카드

10만 원!", "카드 10만 원!"을 연신 외치고 있었다.

카드를 만들고 몇 달 동안 30만 원 이상 사용해 주면 10만 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내가 대형 마트를 갈 때마다 이 아줌마가 계속 이렇게 떠들고 있었으므로

나는 어느 날 문득 "혹시 저 아줌마가 자다가도 '카드 10만 원!'. '카드

10만 원!" 하며 잠꼬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했다.

 

그렇게 카드 아줌마를 여러 번 목격한 어느 날...

이 아줌마가 나를 보고 말을 걸었다.

"지금 저보고 웃었죠?"

깜짝 놀란 내가 물었다.

"어머, 마스크 썼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눈이 웃었어요. 방금 날 보고 분명 웃었어요."

문득 잠꼬대 생각이 나서 카드 아줌마를 보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은 모양이다.

그게 인연이 돼서 나는 그날 카드를 만들고 말았다.

50대 중반인 그녀는 성품이 좋았다.

불교 신자인 그녀는 내가 본 사람들 중에서 보기 드물게 성품이 따뜻하고 또

반듯했다.

한마디로 덩치처럼 성품도 후덕해 보였다.

성격 장애나 사이코패스 기질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돕겠다는 좋은 마음으로 카드를 권하면 만들곤 해서 최고의

고객이 되었다.

이렇게 친밀해지자 그녀는 깍듯이 "사모님!"이라고 부르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나를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데, 어느 날부터인가 내게 "성형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영화관을 갈 때마다 그녀를 만나서 절대로 성형을 하지 말라고

극구 만류했다.

여러 번 반복해 신신당부했다.

그 이유를 난 이렇게 얘기해 줬다.

"남자들도 많이 만나는 카드 모집하는 직업인데 괜히 성형했다가 팔자 사나워질

수가 있다. 또 안 좋은 남자들로부터 화를 당할 수도 있다"고 얘기해 줬다.

이는 예전에 보험 설계사들이 비열한 남자 고객들에게 많이 당했다고 신문에 여러

사례에 대한 기사가 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이 동생은 갑자기 연락을 끊었다.

카드 만들라고 부탁하는 전화를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 1년 만에 내게 연락을 해왔다.

그녀와 전철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전화를 하자 저쪽에서 모르는 여자가 헐레벌떡 다가왔다.

그녀는 내가 알던 카드 아줌마가 아니었다.

얼굴도 다르고 덩치도 달랐다.

얼굴만 달라진 게 아니라 다이어트까지 해서 예전의 반 정도의 작은 덩치로 변했다.

달라도 이렇게 달라질 수는 없었다.

내가 알던 카드 모집인 동생이 아니었다.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결국 성형과 다이어트를 동시에 한 것이다.

드디어 해낸 것이다.

그 후덕하고 따뜻한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인상이 강해 보였다.

그냥 흔하디흔한 또 비슷비슷한 성형인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1년 동안 연락을 안 한 이유가 성형 후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성형 후 너무 사나워 보여서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한데, 지금은 만족해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웃었다.

 

예전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한 사람이 카드 아줌마뿐만이 아니다.

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단골로 다니던 떡집 아줌마가 성형외과에 가서 뭐

실을 넣고 얼굴을 잡아당겼는데, 별로 리프팅이 안 돼서 성형외과에 가서 며칠

동안 난장을 쳐서 다시 시술을 받았는데, 얼마나 심하게 됐는지 몇 달이 지나도

얼굴에 퍼렇게 멍 자국이 있었다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이 떡집을 최근 오랜만에 가 봤는데, 난 이 떡집 아줌마를 알아보지 못했다.

떡집 아줌마가 반갑다고 마스크를 벗었는데,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얼굴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

어제 일을 보러 외출했다가 잠깐 시간이 나서 영화관에 들렸었다.

크게 내키지는 않는 영화였지만, 프랑스 배우인 <레옹>의 '장 르노'가 나오는

영화인데다 금방 시작하는 영화라 표를 구매했다.

한데, 영화가 시작된 후에도 난 한동안 '장 르노'를 찾지 못했다.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내가 봐 온 '장 르노'가 아니었다.

이 영화가 2020년 제작된 영화인데, 그 당시 '장 르노'의 얼굴에서는 그의 옛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표정도, 말하는 것도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과도한 보톡스 때문인듯 싶었다.

70대에 24살이나 어린 50대 초반의 배우자와 살다 보니 얼굴을 당겨도 너무

당긴 모양이었다.

영화 애호가로 유명한 내가 '장 르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최근 카드 아줌마에, 떡집 아줌마에, '장 르노'의 얼굴까지 옛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괴테'의 말처럼 몸가짐은 각자 자기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얼굴은 모든 것을 드러낸다.

얼굴은 평생 살아온 삶의 이력서(履歷書)이다.

그래서 자신의 얼굴에 대해선 스스로 책임져야만 한다.

모든 것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그동안 살아온 인생과 미래가 한꺼번에 보인다.

얼굴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있다.

얼굴엔 정신의 수준과 영혼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그래서 키케로(Cicero)는 이렇게 말했다.

"얼굴은 정신의 문(門)이며, 그 초상(肖像)이다."

얼굴은 함부로 고쳐서는 안된다.

얼굴은 저마다 지구별에서의 숙제를 잘 해낼 수 있도록 그에 맞게 태어난다.

괜히 고치고 성형했다가 안 겪어도 될 일을 겪을 수가 있다.

파란만장한 인생이 될 수도 있다.

무서운 일이다.

얼굴을 고쳐서 예뻐지려 하는 것보다 수양해서 예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늙어가도록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게 훨씬 더 예쁘다.

특히 부모가 딸의 얼굴을 함부로 성형해 주어서는 안된다.

이는 부모가 할 짓이 아니다.

또 그동안 살아온 삶의 흔적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얼굴에 괜한 불만을

가지고 자꾸 고치려 해서는 안된다.

부자연스러운 얼굴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얼굴이 훨씬 더 예쁘다.

 

* ​(김시연 작가의 네이버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propolis5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레이아웃과 글씨체가

달라서 글을 똑같이 옮기기가 힘듭니다.

에러가 나서 몇 시간씩 걸려도 제대로

되지 않아 포스팅 하기가 어려워요.

가능하면 김시연 작가의 주 블로그인

네이버를 방문해서 글을 읽으세요.

네이버에 블로그에는 여러분들이 좋아할

유익하고 다양한 글들이 항상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