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연말 <교수신문>에서는 전국의 대학교수들에게 '올해의 사자성어'를 설문
조사해 발표한다.
2001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21년 째이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 한해 우리나라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그 해 사회상(社會相)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당한 공신력이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3단계 선정 과정을 거쳐 뽑는다.
후보위원단으로부터 추천받은 사자성어들 가운데 예비 심사단의 심사를 거쳐서
5~6개 정도 추린 뒤 교수들의 투표 과정을 거쳐 선정한다.
교수들은 2개씩 선정했다.
예비심사단은 <교수신문> 논설위원과 서평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묘서동처(猫鼠同處)'가 득표율 29.2%(514표)로
'올해의 사자성어'에 꼽혔다고 밝혔다.
'묘서동처'는 도둑과 잡을 사람이 한패라는 뜻이다.
LH 사태와 정치권의 갈등,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을 비판하는 의미에서
선정된 것이다.
LH 공사의 부정부패와 폭주를 막지 못하고 한 통속이 돼 이권을 노린 정치권과
고위 공직자, 정치꾼들을 함께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즉 쥐와 고양이가 한패였다는 뜻이다.
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舊唐書)'와 '신당서((新唐書))'에 등장하는
고사성어다.
한 지방 군인이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빤다는 '묘서동유(猫鼠同乳)'라는
말과 함께 등장한다.
쥐는 굴을 파고 곡식을 훔쳐먹고, 고양이는 쥐를 잡는 존재인데 벼슬아치들이 부정과
결탁해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을 일컫는다.
'묘서동처'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각처 또는 여야 간에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 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것을 감시할 사람들이 오히려 이권을 노리는 자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설명했다.
'묘서동처'를 지지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 중에서도 '권력자들이 오히려 한패가 되어서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 인문학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우화시 '이노행(貍奴行)'을 인용하며 "단속하는 자와
단속 받는 자가 야합하면 못 할 짓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문학 교수도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처럼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겉모습만 다를 뿐, 공리보다는 사욕에 치우쳤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에서 '묘서동처'를 택한 교수들도 있었다.
한 교수는 "마치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고 개탄했다.
또 한 사회학 교수는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축년 '올해의 사자성어'의 투표에서 2위는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의
'인곤마핍(人困馬乏)'이 선정됐다.
21.1%(371표)의 득표율을 얻었다.
팬데믹(Pandemic)을 유비(劉備)의 피난길에 비유한 것이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기나긴 피난길에 ‘날마다 도망치다 보니 사람이나 말이나 기진맥진
했다’고 한 이야기에서 따왔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교수는 "올해는 코로나19를 피해 다니느라 온 국민도 또 나라도
피곤한 한 해였다"라고 정의했다.
3위는 17%(299표)의 득표율로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선정됐다.
자기 이익을 위해 마치 개처럼 진흙탕에서 싸우는 것을 비유한 고사성어이다.
이는 대선을 앞둔 정치판을 빗댄 말이다.
많은 대선을 지켜봤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더럽고 추접하고 비열한 정치판 싸움은
처음 보았다.
정치꾼들에게 '진실'이나 '정치적 도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패거리 지어 온갖 거짓말과 선동으로 온 나라를 흙탕물로 만들고 있다.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4위는 14.3%(251표)의 득표율로 '각주구검(刻舟求劍)'이 차지했다.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뜻이다.
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다는 의미로 이 정권의 어리석음과
무능함을 비판하는 것아다.
즉 시세(時世)의 변천을 모르고 낡은 것만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말이다.
춘추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한 젊은이가 손에 들고 있던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다른 칼을 꺼내 칼을 떨어뜨린 뱃전의 그 자리에 표시를 했다.
의아한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여기가 내가 칼을 떨어뜨린 곳이니 이렇게 표시를
해두었다가 나중에 찾으려 한다"고 답했다.
배가 포구에 닿자 젊은이는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칼을 찾기 시작했다.
이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젊은이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사자성어
이다.
이를 추천한 교수는 부동산과 청년 실업 문제 등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현실 정치권을
빗대어 표현하기 위해 이 사자성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백척간두(百尺竿頭)'와 '유자입정(孺子入井)'은 내년에는 밝은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됐다.
9.4%(166표)의 득표율을 얻은 '백척간두'는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몹시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을 뜻한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혜를 모아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에도 숨 가쁜 현실인데, 대선을 둘러싼 정치판을 보면 아무런 희망도 찾을 수가
없다”라고 개탄하며, “하지만,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내디뎌야 진정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불교의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듯, 우리가 다시 내딛는 한 발에 21세기 대한민국
명운이 걸려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한다’라는 뜻의 '유자입정(孺子入井)'은 9%(159표)을 얻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교수는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치권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서민들의 삶을 보살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유자입정'은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에 기인한다.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할 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아이를 걱정
하는 마음이 우선한다는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작금의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순수하게 나의 이익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최종 후보에는 들지 못했으나 '운예지망(雲霓之望)'도 추천됐다.
가뭄 때 구름과 무지개를 바란다는 뜻으로 '간절하게 바람'을 이르는 말이다.
코로나에서 벗어나 빠른 일상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이다.
이를 추천한 교수는 올해를 “정치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코로나19를 조속히 극복해
내고 일상의 도래를 갈망하는 국민의 바람이 강렬한 한해”였다고 평가했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 한해의 사회상(社會相)이 한눈에 보인다.
순위에 든 사자성어나 그렇지 못한 사자성어 모두 올 한 해 우리나라 상황을 설명하는
게 명약관화하다.
코로나도 국민을 괴롭혔지만, 부정부패와 더러운 정치판의 싸움이 국민을 힘들고
우울하게 만들었고 또 개탄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심리적 피로(Psychological Fatigue)가 극심한 한해였다.
우리나라의 정치판은 말 그대로 후진국 수준이다.
이를 모르는 것은 오직 정치꾼과 그 패거리들 뿐이다.
* (김시연 작가의 네이버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propolis5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레이아웃과 글씨체가
달라서 글을 똑같이 옮기기가 힘듭니다.
에러가 나서 몇 시간씩 걸려도 제대로
되지 않아 포스팅 하기가 어려워요.
가능하면 김시연 작가의 주 블로그인
네이버를 방문해서 글을 읽으세요.
네이버에 블로그에는 여러분들이 좋아할
유익하고 다양한 글들이 항상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