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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추분(秋分)

아라홍련 2020. 9. 22. 12:32

 

* 오늘은 일 년 중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秋分)이다.

24절기 중 열여섯 번째 절기이다.

올해 경자년 추분 절입(節入) 시각은 ​오후 10시 31분이다.

추분점(秋分點)에 이르는 시간이다.​

천구상(天球上) 황도와 적도의 교점(交點) 가운데에서 태양이 북쪽으로

부터 남쪽을 향해 적도를 통과하는 지점이 바로 추분점이다.

이때 적경(赤經)과 황경(黃經) 모두 180도, 적위(赤緯)와 황위(黃緯)는

0도를 나타낸다.

추분은 한로(寒露)와 백로(白露) 사이에 있는 24절기 중 16번 째 절기로

전통적으로 특별히 기념하는 절일(節日)은 아니지만, 곧 본격적인 가을로

들어서는 분기점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절기이다.

추분을 중심으로 계절의 분기점을 느끼게 된다.

즉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진다.

추분을 기점으로 비로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이 실감된다.

​예로부터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가 멈추고, 벌레가 은신처에 숨는다'

했다.

중국에서 만든 24절기는 황하강 지역의 기후를 기준으로 만든 절기이므로

위도와 경도가 다른 우리나라와는 계절적 변화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24절기는 현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을 정도로 그 가치와 영향을 인정

받고 있다.

중국의 5대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추분을 즈음하여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인다.

목화를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리며, 그 밖에도 잡다한 가을걷이 일들을 했다.

또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도 이맘때 거두고 산채(山菜)를 말려

묵나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묵나물은 제철에 뜯어서 말려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먹는 나물을 말한다.

추분 때의 시절음식으로는 버섯요리를 으뜸으로 꼽았다. ​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秋分)...

이 절기를 통해서도 우리는 세상사에서 여러 교훈을 얻을 수가 있다.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이 어느 한 곳에 기울지 않는 절대 균형(均衡)의 미학!​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중용(中庸)의 미학!

어느 곳, 어느 상황에서도 모두와 조화를 이루는 겸손의 아름다움.

고대인들이 24절기를 나누어 시간과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고 또 그에 따른

예를 갖추며, 우주에 대한 겸허함으로 삶과 인생의 교훈을 얻은려고 노력한

것은 바로 인간 내면의 향기를 매우 중시했기 때문이다. ​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추분 때 노인성(老人星)에 제사를 지냈다.

바로 노인성제(老人星祭)이다. ​

노인성제는 인간의 수명과 장수를 주관하는 별인 '노인성'에 제사를

지내는 국가적인 행사이다.

고려시대에는 잡사(雜祀)로 또 조선시대에는 소사(小祀)로 분류되어

국가에서 주관해 제사를 지냈다.

세종 지리지》를 보면 "경도 한성부의 숭례문 밖 둔지산(屯地山)에는 ​

노인성단(老人星壇)​이 있다."고 하면서 또 "경상도 상주목 선산(善)

도호부의 죽림사(竹林寺) 부성(府城) 안 서쪽 모퉁이에​ 남극 노인성을

보는 장소가 있는데, 그곳으로 매년 봄가을 사신을 보내 제사를 지내는

제성단(祭星壇)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또 《조선왕조실록》태조 11년(1411년) 기록인 '예조에서 노인성을

제사하는 규례를 상정, 채택하다' 편을 보면, "남극성이 추분 날 아침에

병방(丙方)에서 나타나 추분 날 저녁 정방(丁方)에서 사라진다."

쓰여있다.

 

조선왕조실록》 1794년(정조 18년) 4월 21일 기록을 보면,

정조(正祖)가 노인성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듯 과거를 보기 위하여

제주도에서 상경한 유생들에게 노인성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내용이 나온다.

노인성이 제주도에서만 목격됐기 때문이다.

또 《조선왕조실록》 46권, 1797년(정조 21년) 윤 6월 1일 기사에는

정조가 대신들과 영성(靈星)과 수성(壽星, 노인성) 에 대한 제사를

논의하는 기록이 나온다.

 

뿐만 아니다.

윤 6월 16일 기사엔 정조가 영성제(靈星祭)와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내기 위해서 《성단향의(星壇享儀)》를 편찬했다는기록이 나온다.

이 책은 정조가 영성과 노인성에 대한 제사 지내는 것을 다시 시작하려

하면서 역대의 전례들 중 두 별의 사전(祀典)에 대해 언급된 것들을 널리

채집하여 만든 책이다.

정조는 이 책을 매우 아껴서 책상 위에 비치하고 때때로 살펴보았다고

기록돼 있다.

2015년, 제주도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노인성이 한라산 남쪽에서 목격

되고 또 실록의 기록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남극

노인성 제례'를 복원했다.

이 행사는 후에 <서귀포 축제>로 자리잡았다.

 

<미국 NASA에서 촬영한 카노푸스 별>

노인성(老人星)은 용골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카노푸스(canopus)를

말한다.

동아시아의 별자리에서는 이 별을 남극노인성, 남극성(南極) 또는

노인성(老人星)으로 불렀다.

실시등급(實視等級) -0.72등급으로, 하늘에서는 태양을 제외하면

시리우스에 이어 두 번째로 밝은 별이다.

​ 노인성은 남쪽 하늘 낮은 곳에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데, 우리나라에선

워낙 보기가 어려워 이 별을 보면 오래 살고 또 천하가 태평해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별을 수성(壽星)이라고 부르며 매우 귀히 여겼다.

​ 예로부터 만일 노인성이 보이지 않으면 병란(兵亂)이 일어난다는 설이

오랫동안 전해내려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노인성을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남극성의 적위(赤緯)가 -52도 41분에 위치해 남극점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반구 고위도 위치에 있는 나라들은 남극성을 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이 별을 볼 수 있는 곳도 가장 남쪽 지방인 제주도가 유일하다.

북극성과 노인성(老人星)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공처럼 둥근 지구 표면에서 위도(緯度)가 다른 곳에 있으면, 같은 별이라도

보는 위치가 극과 극으로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인성은 중국 《진서(晉書)​》의 <천문지(天文志)>에도 나오는 유서 깊은

별이다.​

생각해보니, 내 역사소설 《이몽》에도 ​노인성(老人星)이 나온다.

작가는 아는만큼 쓴다.

         * 믿고 읽는 김시연 작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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