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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뮬란(Mulan)'을 보고...

아라홍련 2020. 9. 20. 14:08

 

* 지난 목요일,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영화 <뮬란>이 드디어 개봉했다.

애니매이션 영화 '뮬란'을 20년 만에 실사판(實寫板) 영화로 만든다고

디즈니에서 발표한지 거의 3년여 만의 일이다.

2년 간 제작을 끝내고 올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반년을

계속 연기하다가 결국 오늘 개봉했다.

지난 4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서 미리 개봉을 했고

국내에선 오늘 개봉했다.

그동안 영화 '뮬란'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다.

2017년 12월, 블로그에 <영화 '뮬란'과 목란시(木蘭詩)>라는 포스팅을

했었는데, 현재 조회수가 무려 3,500건에 육박하고 있다.

계속 꾸준한 검색이 이어지고 있다.

내 블로그엔 조회수 10,000건이 넘는 글들이 적지 않지만, 영화 관련 글에

조회수가 3,500건이나 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마치 스테디셀러처럼 사람들이 계속 읽는다는 뜻이다.

<목란시> 원문과 함께 학문적 정보들을 자세히 다루었기 때문이다.

 

영화 <뮬란>은 개봉이 순탄치 못했다.

개봉 전부터 보이콧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작년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때 여주인공 '유역비'가 SNS에 “홍콩은

중국의 일부다”,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고 쓴 게 도화선이 됐다.

'유역비'의 경솔함이 아쉬운 부분이다.

세계 누리꾼들은 해시태그 ‘보이콧뮬란’(boycottmulan)을 달며 불매

운동을 펼쳤다.

또 최근엔 <뮬란>이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문제가 제기된 신장의 위구르

자치구에서 촬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거기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는 "촬영에 협조해준 투루판 공안국 등 신장

위구르자치구 8개 정부기관에 감사 인사를 표한다’는 자막올 올려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

한데, 이 논란은 한마디로 뜬금포이다.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영화 촬영 장소는 영화 내용과 가장 잘 맞는 적합한 곳을 찾아서 선택하는

것이다.

주인공 <뮬란>이 중국인이고, 디즈니 최초로 아시아 배우들만 출연했으며,

주인공 모두 중국 배우들이다.

공리, 견자단, 이연걸 등 쟁쟁한 배우들이 나온다.

'제임스 스콧 리'도 중국계 미국인이다.

그러니 중국에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고, 또 자치구 내 여러 기관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져야만 촬영이 가능하다.

때문에 영화 끝에 '감사 인사'를 표하는 자막을 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는 오랜 관례(慣例)이다.

특히 역사 관련 영화가 그렇다.

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영화나 TV의 다큐멘타리 프로그램 끝부분에서는 촬영 장소를

허락해 주거나 협조해준 지역이나 단체에 "감사하다"는 자막을 반드시

올린다.

또 드라마에서도 협찬 장소나 단체에 감사 표시로 자막을 올린다.

한데 구설이 겹치다 보니 엉뚱하게 이것까지 문제가 됐다.

영화는 이런 외적 요소들이 아닌 영화 자체로 판단해야만 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영화를 보지도 않고 평점 테러를 하는 무지하고 몰지각한

인간들은 무시해도 좋다.

영화를 보지 않고도 부화뇌동해 평점 테러를하거나, 영화 자체로 판단하지

않고 선입견으로 평점 테러를 하는 인간들은 그야말로 저속하고 저급한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판단력 없이 이런데 휩쓸려서는 안된다.

 

한마디로 영화 <뮬란>은 '디즈니'답게 만들었다.

이는 '디즈니'의 정체성을 잘 지켰다는 뜻이다.

'디즈니'는 예술영화나 난해한 영화를 만드는 영화사가 아니다.

고도의 작품성을 추구하는 영화사는 더더욱 아니다.

판타지를 매우 중시하는 영화사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 <뮬란>은 연령에 제한 없이 누구나 즐겁게 볼수 있도록

강렬한 액션과 화려한 영상미로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와 내용이 달라 당황했다는 관객평들이 꽤 있는데, 실사판

영화를 애니메이션 내용과 똑같이 만들 수는 없다.

특히 <뮬란>처럼 기록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중국엔 민간 악부시(樂府詩)인 <목란시(木蘭詩)>가 남아있고, 뮬란의

이름이 '화목란'으로 정확히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학자들은 '화목란(花木蘭)'을 실존 인물로 보고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뮬란>은 <목란시>에서 제목만 차용하고 시대적 배경

이나 역사적 배경은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 

상상력을 많이 가미했다.  

때문에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처럼 만화영화가 원작이 아니다.

그러나 실사판 영화는 중국 기록인 <목란시>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랐다.

다만 만화영화에는 노래가 들어가고 동물도 나와 아기자기 했는데, 영화

에서도 역시 디즈니 영화답게 판타지를 위해 새롭게 피닉스(불사조)와

흑마술을 넣어 관객들의 상상력을 도왔다.

영화에 노래가 안 나오고 또 주인공이 노래를 안 부른다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넌센스이다.

그렇게 되면 뮤지컬 영화가 된다.

영화 <뮬란>은 애니메이션 영화와 내용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번 영화는 <목란시> 원문을 참고하고, 중국 학자로부터 제대로 자문을

받은듯하다.

놀라운 사실은 내가 3년 전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에서 '목란(뮬란)'이

참여한 전투를 북위(北魏) 효문제(孝文帝) 시대인 485-492년 사이에

북위와 북방의 유연(柔然)이 현재의 몽고 초원에서 벌인 전투라고 했는데

영화에서도 똑같이 '유연'의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는 제작 시작 단계부터 <목란시>를 연구하는 중국학자들이 자문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란시>에는 '목란'이 군에서 퇴역해 고향으로 돌아와 평범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고향으로 돌아온 '목란'이 황제의

칙령에 따라 장군으로 임명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는 관직을 마다하고 고향에 돌아온 '목란'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관객을

위해 추가로 넣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디즈니에서 밝혔듯 강렬한 색상의 의상을 위해 북위(北魏) 때 의상이

아닌 당나라 시대의 복장을 채택한 것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더 황당한 것은 화장법이다.

영화에 나오는 여인네들 화장이 기묘한 일본 가부키 화장에다가 머리

스타일까지 전통적인 일본 스타일이었다.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도 '뮬란'의 복장이 일본의 기모노 복장이라고 많은

이들로부터 지적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도 일본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동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의 시각으로 동양의 역사영화를 만드는 것은 확실히 한계가 있다.

목란의 고향에 있는 중매쟁이와 궁궐 내에 있는 여인들의 기묘한 일본식

화장법은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나는 얼마전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목란(뮬란)'을 주인공으로 한 대만

드라마를 잠깐 본 적이 있는데, 워낙 장편 드라마라 그런지 고증이 잘되고

'목란이' 파란만장하게 여러 전투에 참여해 활약하는 게 매우 현실적으로

잘 그려진 드라마였다.

그러나 영화는 2시간 안에 모든 걸 다 담아야 하기 때문에 내용을 축약해

일부만 가지고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끌어나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목란'은 중국에서 이미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인공이다.

지금은 <시네마 천국>의 '쥬세페 토르나토레'감독 수준의 영화들이 없다.

괜찮은 영화는 대부분 재개봉 영화들이다.

이 중 가장 작품성이 있는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기획전 영화들은 매우

예술적이지만, 영화 보는 훈련이 안 된 관객들은 더러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영화 매니아들은 열광하는 영화이다.

또 현재 흥행으로 롱런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은 기발

하게 잘 만든 영화이지만, 물리학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경우 한번만 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

그래서 호불호가 확실한 영화다.

현재 관람하기 가장 무난한 영화는 <뮬란>이다.

'목란'에 대한 학문적 내용을 이미 알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더 의미있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봐도 재미있어 할 영화다.

특히 영화 <뮬란>은 효()와 가족애를 매우 중시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교육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 디즈니는 역사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 분석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좀비 영화, 시종일관 폭력이 난무하는영화, 돈 주고 보기 아까울 정도의

대학교 졸업작품 같은 영화들에 비하면 <뮬란>은 결코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다.

영화 <뮬란>...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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