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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한여름을 어떻게 보냈을까?

아라홍련 2020. 7. 8. 11:58

 

* 조선시대의 여름은 음력 4월부터 6월까지를 말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더운 혹서기(酷暑期)는 음력 5월과 6월이다.

이 시기에 삼복(三伏) 더위가 들어있다.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삼복더위에 관한 기록은 진()나라 때 나온다.

이 시기가 얼마나 더운지 '겨울 동장군도 견디지 못하고 3번이나 항복

한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왔다.

또 여염에서는 "오뉴월 더위에 염소 뿔이 물러 빠진다'는 속담까지

생겼다.

조선시대 왕의 여름맞이는 엄숙했다.

왕은 음력 4월 초순에 날을 골라 여름 절기를 맞이하는 제사인 하향대제

(夏享大祭)를 종묘(宗廟)에서 지냈다.

무더운 여름을 준비하는 왕의 마음 자세는 축문(祝文)에서 나타난다.

세월이 문득 흘러 오늘 새벽에 이르니, 조상님에 대한

추모의 정이 더욱 깊어져 정성껏 제사를 올립니다.

여기에서 "세월이 문득 흘러..." 라는 표현은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라는 뜻도 있지만, 왕과 백성 모두 언제 한철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또 여름을 즐겁게 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 '하향대제'에는 본래 올리는 제물(祭物) 외에도 제사상에 신선한

오징어와 죽순, 준치가 올려졌다.

하향대제가 끝나면 음력 5월 5일 단오(端午)를 기념하여 대신들에게

공조(工曹)에서 진상한 단오선(端午扇)이라는 부채를 선물로 나눠주고,

왕 자신도 부채질로 여름을 났다.

또 얼음으로 무더위를 식혔다.

조선시대 한양의 얼음 창고는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종묘 제사를 위해 저장하는 동빙고(東氷庫)이고 또 하나는 왕과

신료 또는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서빙고(西氷庫)이다.

지금의 용산구 동빙고동과 서빙고동에 위치했다.

임금의 얼음 하사는 여름이 시작되는 음력 4월부터 서리가 내리는 8월

까지 이어졌다.

조선시대 왕은 삼복더위에도 늘 의관(衣冠)을 정제하고 신하를 만나고

또 책을 강독(講讀)해야만 했다.

여염의 백성들처럼 옷은 비록 자유스럽지 못했지만, 왕은 부채질과 여름

음식으로 더위를 식혔다.

음력 4월부터 6월(양력 6월부터 8월)까지 매일 수박 1개가 수라상에

올랐고, 참외는 매일 2개를 올렸다.

당시 왕은 시원한 얼음물에 담갔던 수박과 참외를 최고의 피서 음식으로

즐겼다.

이 밖에도 냉수나 얼음물에 타 마시던 제호탕(醍湖湯)이라는 음료수를

마셨다.

제호탕은 내의원(內醫院)에서 단오가 되기 전에 왕에게 만들어 바쳤는데

꿀과 오매육, 백단향, 축사, 초과를 배합해 중탕으로 만들어서 항아리에

담아두고 마셨다.

영조 12년 7월 2일 <승정원 일기>를 보면 영조가 "날씨가 이처럼 더우니

마시도록 하라"며 제호탕을 승지(承旨)와 사관(史官)들에게 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측근에 있는 신하들이다.

당시 승지와 사관들은 관직의 차서(次序)에 따라 순서대로 한 잔씩 마셨다.

왕은 무덥다고 해서 궁 밖으로 피서를 나가지 못했다.

왕이 궁 밖으로 나가는 순간 비상사태가 되고, 수천 명이 동원돼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의 궁 안 피서지는 경복궁의 경회루(慶會樓)와 창덕궁(昌德宮)

후원이었다.

구중궁궐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왕의 침전(寢殿)은 화려한 겉보기와

달리 긴 처마가 햇볕을 가려 삼복더위와 장마가 겹치면 습기가 가득 차서

무더웠다.

그래서 왕의 침전에 뱀과 벌레가 나타나 큰 소동이 일었다는 기록도 있다.

경복궁의 경회루와 창덕궁 후원은 조선시대 왕들로부터 사랑받던 피서지

이다.

연못으로 둘러싸인 경회루는 통풍이 잘돼 피서에 제격이었다.

또 자연 산수와 계곡으로 둘러싸인 창덕궁 후원은 혹서기의 폭염을 피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창덕궁의 정자와 계곡에 왕의 손길이 많이 남아있는 것은 그만큼 임금의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한여름 왕은 창덕궁 후원 깊숙이 숨어있는 정자에 앉아 얼음물에 담긴

수박과 참외를 먹으면서 무더위를 피하고 심신을 안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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