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패왕별희() 디 오리지날
최근 중국에서 한국을 부러워하는 게 하나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꼽히는 27년 전 영화 <패왕별희>가 무삭제본으로
우리나라에서 5월 1일 개봉했기 때문이다.
무려 거의 3시간짜리이다.
기존엔 156분짜리였지만, 무삭제본인 171분 확장 버전으로 개봉했다.
중국에서는 무삭제본은 볼 수 없다.
27년 전 개봉 당시에도 중국에서는 촬영된 원본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모두 삭제시켜서 영화를 개봉하게 했다.
수출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중국 근대사의 암울한 그림자인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의 광풍()을
숨기고 싶은 조처(措處)였다.
영화를 개봉한 5월 1일, 1회차 영화를 관람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극장이 만석인 것은 처음 목격했다.
그동안 영화 대부분을 혼자 보거나 두세 명이 보았다.
많아야 대여섯 명이었다.
딱 한번 스타워즈 개봉 당시 아이맥스관에서 20~30명이 영화를 본 적 있다.
한데 <패왕별희> 오리지날 개봉날 만석이 된 것이다.
물론 영화관에서도 '거리두기' 때문에 1줄 띄어서 만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처음 목격한 장면이었다.
이는 전 세계 영화계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로 꼽는 <패왕
별희>에 대한 영화 매니아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었다.
영화 <패왕별희>에 대한 소개는 사족이 필요없다.
한마디로 최고의 영화이다.
CGV에서 영화평이 이렇게 좋은 것은 <피아니스트의 전설> 이후에 처음
이다.
한마디로 감동의 아우성이다.
너무 강렬하고, 예술적이며, 심금을 울리는 영화라는 평이 줄을 잇고 있다.
3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이다.
<패왕별희>는 영화에 나오는 경극()의 이름이다.
경극은 중국의 오페라로 불리는 중국 문화의 꽃이다.
진나라의 초패왕과 애첩 '우희'의 이야기를 다룬 대서사극이다.
영화는 중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이 경극의 주인공인 두 남자의 사랑과
질투, 그리고 경극의 아름다움을 그린 영화이다.
전 세계 영화계에서 인정하는 중국 천카이거 감독의 작품으로 개봉 당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다.
영화 매니아들의 평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가 많은 것을 볼 때 좋은
영화의 특징은 심금()을 울린다는 특징이 있다.
재미를 넘어선 '공감'에서 비롯된 감동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를 이루는 경극의 아름다움과 대서사, 노래는 관객들에게
감탄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물한다.
연기자들의 연기 또한 대단하다.
특히 '장국영'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 세계 영화배우들 중에서도 이렇게 섬세한 연기를 하는 배우는 찾기
힘들다.
왜 팬들이 아직도 그를 잊지 못 하는지 이 영화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극찬을 받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본래 4월 1일 개봉 예정이었다.
영화 주인공인 '장국영'이 세상을 뜬 날이기 때문이다.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지 17주기에 맞춰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
때문에 1개월 연기해 5월 1일에 개봉했다.
영화 <패왕별희>에서도 장국영은 경극 파트너인 남자를 사랑했다.
그 사랑은 한없이 외롭고, 쓸쓸하고, 일방적인 사랑이었다.
그 외로운 사랑에 지쳐 스스로 종국엔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한데, '장국영'은 현실 세계에서도 동성인 남자를 사랑했다.
그 사랑도 외롭고 신산했던 것일까?...
만우절 어느 날, 그는 마치 거짓말처럼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많은 돈을 동성 연인에게 남긴 채.
이 돈 때문에 '장국영'의 연인과 가족들간 송사가 대단히 시끄러웠다.
이런 종말은 우울증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사랑으로도 극복하지 못한 우울증이 그런 비극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래서 '장국영'이 전설로 남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패왕별희>는 원작이 있는 영화이다.
홍콩의 여성작가로 주로 역사 소설을 쓰는 '이벽화(李碧华) 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경극 <패왕별희>는 사면초가와 함게 '항우'와 애첩 '우희'의 비극적인
죽음을 담고 있는 고사(事)를 바탕으로 하는 한 작품으로 이 영화의
소재이자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소설을 쓴 원작자 '이벽화'는 영화 <패왕별희>의 시나리오 작업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난 이 영화를 보고 '무비 매니아'로 이런 평을 남겼다.
중국 근대사의 굴곡 진 정치사와 문화, 안타까운 사랑이
담긴 영화다.
경국 등 볼거리가 많고, 인간의 희노애락과 오욕칠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내용도 좋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또 몰입감도 대단하다.
한마디로 명작이다.
2. 라라걸
이 영화는 4월 15일 개봉한 신작이다.
벌써 20일이 다 돼간다.
개봉 영화관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상영하고 있다는 것은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사태 때문에 관객수가 많지 않은 것은 아쉽다.
영화 <라라걸>은 경마(競馬)를 주제로 한 영화라 상당히 볼거리가 많고
무엇보다 실화이기 때문에 팩트에서 오는 감동과 교훈이 상당하다.
이 영화는 2015년 열린 세계적 경마 대회인 <호주 멜버른 컵>에서
여성으로는 최초로 우승자가 된 '미셸 페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호주 멜버른 컵>은 우승 상금 800만 달러(97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만큼이나 위험하고 거친 레이스로 악명이 높다.
155년 역사상 여성 참가자가 단 4명 뿐이었을 정도로 여성 경마인은
참가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거친 경기이다.
한데 이런 대회에서 최초의 여성 우승자가 나온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사건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호주 멜버른 컵>의 우승자가 되기까지 그녀가 겪은
일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경기 출전 3200번, 골절 16번, 낙마 사고 7번으로 뇌 손상이 와 전신
마비를 극복해야 하는 힘든 시간도 보냈다.
그리고 그 힘든 악재들을 극복하고 결국 2015년 <호주 멜버른 컵> 155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우승자가 됐다.
한마디로 인간 승리자이다!
이런 과정을 실화 그대로 영화로 만들었으니 그 긴박감과 몰입감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 영화는 '미셸 페인'의 우승을 경기를 본 호주 출신 영화배우 '레이첼
그리피스'가 영화를 만들 결심을 해서 영화화 됐다.
첫 장편 영화인 <라라걸>을 감독한 '레이철 그린피스'는 이 영화로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각본도 여성 작가가 썼다.
또 호주의 떠오르는 배우인 <테리사 파머>가 주인공을 맡아 '미셸 파인'
역을 연기했다.
이렇게 여성 감독의 연출, 여성 작가의 각본, 비중 있는 여성 캐릭터, 이
세 가지 여건을 갖춘 영화인 <라라걸>은 그래서 <트리플(female)> 등급
영화이다.
트리플 등급 영화는 영화의 성 평등 지수를 평가하기 위해 2014년도에
<베니스 영화제>가 처음 도입한 제도이다.
올해 상영돼 화제성과 인기를 끈 영화 <작은 아씨들>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 바로 '트리플 F 등급' 영화이다.
우승자인 '미셸 파인'의 삶 자체가 영화이다.
호주 경마업계에 종사하는 '페인'가()의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경마 기수가 된 '미셸 페인'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많은 장애를 극복해 결국 <호주 멜버른 컵>155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우승자가 됐다.
그녀의 삶은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줄 게 자명하다.
<라라걸>은 교육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영화이다.
영화로서의 좋은 미덕을 많이 갖추었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미셸 페인'의 친오빠 '스티브'가 영화에 직접 출연해
그녀의 마필 관리사 역할을 했다.
이 좋은 영화가 코로나 사태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 <라라걸>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좋은 영화이다.
강추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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