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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破局, catastrophe)

아라홍련 2019. 9. 9. 18:30

 

 

                   * 촛불 집회가 가장 절정에 달했을 때 대학원을 다녔다.

             지금은 사학과(史學科)로 다시 본연의 명칭을 되찾았지만, 당시엔 여러 개의

             학과가 '한국학과'라는 이름으로 통합돼 전공만 나눠져 운용됐다.

             거기다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강의가 진행됐기 때문에 여러 학과의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들었다.

             학생들은 일주일 내내 강의 참석과 리포트 발표에 시달리면서도 주말이면 그

             누구의 제안이 있지 않았음에도 마치 당연한듯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

             난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서너번 과제물을 발표했고, 영어 과제물이 있을 때는

             일주일에 5번까지 과제 발표를 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늦게 시작한 대학원 공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끈기와 인내를 요구하는

             극한의 시간이었다.

             대학원생들은 매일밤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하고 리포트를 작성하다가

             주말이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광화문으로 가서 정부의 실정을 비난하고 촛불을 

             응원하며 소중한 주말을 국가의 앞날을 위해 희생했다.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다시 강의실에 돌아오면 학생들은 강의 시작 전,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석했던 많은 일들을 얘기하면서 부디 새로운 정부, 훌륭한 정치

             지도자가 나타나 민생을 잘 돌보고 국정을 안정시키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학생 뿐만이 아니다.

          ​   젊은 교수들은 친구를 만나도 광화문 근처 가게에서 술을 마시며 촛불 집회를

             오간다는 얘기를 해서 학생들이 웃음꽃을 피우게 만들곤 했다.

             그렇게 힘들게 촛불 집회에 참석했던 학생들이 불과 3년 여 만에 파국으로

             치달은 현 시국을 개탄하면서 다시 촛불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이는 시대의 아이러니이다.

             또 비극이자 희극이기도 하다.​

             오늘 대통령이 드디어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한마디로 파국(破局)이다. ​

             파국의 종말이 눈 앞에 선하다.

             정국은 격랑에 휩쓸릴 것이 자명하다.

             이번 사건은 실제로 진영(陣營) 논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검찰 개혁과도 전혀 상관이 없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여야가 이미 모두 동의하고 합의한 사항이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도 검찰 개혁에 동의한다고 이미 천명한 바 있다.

             아무도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

             실제로 검찰 개혁 반대의 실체가 없는 것이다.

             이번 소란의 팩트는 한 개인의 위선과 부정, 부패, 불법, 적폐, 끊임없는

             거짓말, 후안무치의 문제이다.


             ​한데도 이를 진영 논리로 계속 몰아가면서 패거리 지어 싸움질을 하고, 

             국민을 이간질 시키고 분열시키며 선동을 일삼고 있다.     

             정국이 파국으로 치닫는 징후가 강했지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국민들은 그래도... 설마하니... 하면서 대통령이 부디 이성 있는 판단을

             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을 하며 일말의 기대를 했다.

             그러나 오늘 국민들은 대통령의 난해한 해명과 변명, 비이성적인 결정을

             보면서 적잖이 충격받았다. 

             이 정부를 탄생시키기 위해 3년 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국의 안정을

             열망하며 촛불 집회에 힘들게 참석했는가?...

             정치꾼들이나 좌파가 아닌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노고와

             희생이 현 정부를 탄생시킨 사실을 대통령이 망각한 것이다.

             이는 대통령의 판단력 부족과 심각한 확증편향, 무엇보다도 교만함에

             기인한다.​

             실정을 거듭했던 이전의 정부들보다도 더 혼란스럽고 혼탁하고 부패한

             현 시국을 보면서, 3년 전 마치 무슨 임무처럼 휴일을 반납하며 촛불 집회에 

             열심히 참석해 이 정부가 탄생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들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

             오늘 그들이 마시는 술은 약처럼 쓰고, 독배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제 국민은 안다.

             "아! 정부가 바뀌어도 여야가 바뀌어도 정치꾼들이 하는 짓은 정말 똑같구나."...

             "여야가 서로 비난을 해도 결국은 똑같은 자들이구나. 일종의 모방범죄이구나."... ​

             "아! 정치꾼들은 정말 나폴레옹의 말처럼 인격을 갖춘 사람은 결코 할 수 없는

             직업구나."... 

             오늘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정국은 되돌릴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또 오늘 결정은 문 대통령의 권위를 그럴 수 없이 손상시키고, 많은 이들로부터

             대통령의 자질과 성품, 판단력에 대하여 강렬한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레임덕(Lame Duck)도 가속화 될 게 명약관화하다.

             이번 일만 이성적으로 판단해 잘 처리했더라면 대통령의 권위가 그렇게까지

             실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수의 국민이 그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

             조 후보 또한 더 이상 권력을 탐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양심적으로 물러났다면 

             훗날의 후환을 막을 절호의 기회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파국으로 치닫는 일만 남았다.

             조 후보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또 국가적으로도 그럴 수 없이 혼란스럽고 혼탁한

             일들만 남겨놓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진실로 이 정부를 위한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사욕(私慾) 때문에 하고 만 것이다.

  ​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절대로 구속되지 않을 것 같았던 '김기춘'과 '우병우'도 결국

             정권이 바뀐 뒤 모두 사법처리됐다.

             사필귀정(事必歸)이다.

             지금이야 설마... 하고 외면하고 싶겠지만, 인과응보(因果應報)는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다.

             원인이 있었으므로 반드시 결과가 있다.​

             아무리 꾀를 내고 온갖 방법을 다 짜내도 소용없다.

             이전 정부의 수많은 대통령 최측근들이 결국은 구속됐다.

             나는 진실로 궁금하다. ​

             그들은 정말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믿지 않았던 것일까?...​

             진정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그 정도로  교만하고 도랑방자하고 무지했던 것일까?...​

                     

             정치학에서는 민심 정치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국정 운영의 원칙이 확고해야지 오로지 지지자들의 민심과 눈치만 보며 정치를

             하면 이는 실패와 파국의 원인이 된다.

             국가적 혼란을 야기하고 실정(失政)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

             이 정부를 지지 안 했던 절반의 사람들도 분명 대통령이 돌보아야 할 국민이다.

             어찌 반쪽의 대통령, 반도 못되는 추종자들만의 대통령을 자처하는 것일까?...

             이렇게 되면 반드시 민심 이반(離反)이​ 뒤따르게 된다.

             국민이 그렇게 강력히 임명 반대를 했는데도 ​조 후보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대통령이 원칙을 중시하지 않고 국민을 무시하는 대신 지지자들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즉 다음 총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그러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그 사실을 그만 간과했다.

             민낯을 보여도 너무 많이 보여주었다.

             그동안 감춰온 정체와 정치적 한계가 너무 많이 드러났다.

 

 

                     * 김시연 작가의 주 블로그는 네이버(Naver) 블로그입니다.

                                           (http://propolis5.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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