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의 계절 4월이다.
세월의 흐름이 마치 유수(流水)와 같다.
춘풍화우(春風化雨)가 시작돼 만화방창(萬花方暢)한 계절이다.
4월은 자연의 神이 혹독한 추위를 견뎌낸 인간에게 보상을 해주는 달이다.
만물에 생기가 돋고,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예전엔 음력 3월이 시작되는 4월을 모춘(暮春), 희월(喜月)이라고 불렀다.
4월을 뜻하는 April은 '열리다', '개화'라는 뜻의 라틴어 Aperire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즉 '꽃이 피고, 발육의 문을 여는 달'이라는 뜻이다.
또 그리스의 사랑과 美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두 주장의 공통점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꽃들의 개화가 시작되는 4월은 한마디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래서 T.S. Eliot은 4월을 이렇게 표현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4월의 세시풍속으로는 '청명'과 '한식'. '곡우'가 있다.
4월 5일 청명(淸明)은 '하늘이 점점 맑아진다'는 뜻으로 식목일이기도 하다.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로 태양의 황경이 15도에 도달한 때이다.
고대인들은 청명이 되면 오동나무가 꽃이 피기 시작하고, 들쥐 대신 종달새가
나타나며 또 무지개가 처음으로 보이는 때라고 생각했다.
청명을 기준으로 추위가 완전히 풀리고 화창해져 식목(植木)에 적당한 시기가
된다.
4월 6일 한식(寒食)은 동지(冬至)로부터 105일 째 되는 날로 고대 민속신앙에서
비롯된 날이다.
한식은 24절기가 아닌 명절(名節)이다.
본래는 한국 풍습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온 풍속이었으나 한국에 토착화된 후,
우리나라 고유의 큰 명절이 되었다.
고래로부터 한식은 설날과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 하나였다.
조선시대에는 이때를 즈음해 내병조(內兵曺)에서 버드나무를 뚫어서 불을 만든
뒤 왕에게 올렸다.
임금은 다시 그 불씨를 궐내에 있는 모든 관청과 대신들 집에 나누어주었다.
또 여염집에도 새로 만든 불을 나누어 주게 했다.
한식의 의미를 고대 종교적 의미로 해석하면, 매년 봄에 국가에서 새 불(新火)을
만들어 쓸 때, 그에 앞서 어느 일정 기간 동안 묵은 불(舊火)를 일체 금지시키던
예속(禮俗)에서 유래된 것이다.
중국 옛 풍속에선 이때쯤 풍우(風雨)가 심해 불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 습관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한식의 유래를 찾기도 한다.
한식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모두 중요한 큰 명절로 여겼다.
그래서 한식 때엔 종묘와 각 능원에 제향(祭享, 국가에서 지내는 제사)을 지냈고,
민간에선 성묘를 했다.
4월 20일 곡우(穀雨)는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이때 태양의 황경은 30도에 도달한다.
이미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고대 중국에서 만든 24절기는 2016년 12월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중국 고유의 천문 체계이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이 윤택해진다.'는 뜻이다.
농촌에서는 못자리를 마련하는 등 곡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된다.
이 무렵이 되면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떼가 북상해 충남 격렬비열도와
연평도 근처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서해에서는 조기잡이가 한창이다.
이때 잡히는 조기를 특별히 '곡우살이'라고 한다.
어린 조기살이 양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기막히게 좋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 4월 5일은 청명(淸明)이다.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의
기록을 보면 '청명엔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왕에게 바친다"
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조선 정조 때의 문신인 김매순이 1819년에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책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는 <동국세시기>와 달리, 불을 나누어주는 일을
한식조(寒食條)에서 기록하고 있다.
청명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다.
내병조(內兵曺)에서는 청명일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느릅나무나 버드나무에다
구멍을 뚫고 그 구멍 안으로 끈을 넣어 통과시킨다.
삼으로 만든 끈은 워낙 튼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양쪽에서 톱질하듯 서로 잡아
당겨도 오래 견딜 수 있다.
그렇게 밀고 당기면서 빠르게 마찰시키면 불이 붙게 된다.
임금이 그 불을 홰에 붙이는 의식을 행하면, 그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
백관과 360 고을의 수령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수령은 불을 다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온 백성이 한 불을 사용함으로써 같은 운명체로서의 국가 의식을 다진 것이다.
꺼지기 쉬운 불은 습기나 바람에 강한 불씨통인 장화통(藏火筒)에 담아서
조선 팔도로 불을 보냈다.
그 불씨통은 뱀이나 닭껍질로 만든 주머니로, 보온력이 강한 은행이나 목화의
씨앗을 태운 재에 묻어 운반했다.
조선시대에는 이를 사화(賜火)라고 불렀다.
이는 새봄이 시작되는 절기이므로, 불을 일으켜 만물이 왕성하게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병조(兵曺) 주관으로 내병조에서 행한 것이다.
화창한 날이 시작되는 청명에는 청명주(淸明酒)를 마시고, 나무를 심었으며,
'내 나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메마른 나무에 물이 오르는 시기인지라 나무 심기에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청명이면 나무를 심었는데, 특히 '내 나무'라 부르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시집 장가갈 때 농짝을 만들어 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었다.
남자는 연정(戀情)을 품은 아가씨가 있으면, 그 아가씨의 '내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시했다.
청명에 나무 관련 풍습이 많은 것은 이즈음이 나무심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청명은 일 년 중 하늘이 가장 맑은 날이어서 옛부터 청명에는 풋채소 또는
산나물을 먹어야 좋다고 했다.
또 청명주를 담구거나 장 담구기를 했고, 조기잡이를 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한식 날, 종묘(宗廟)와 각 능원(陵園)에 제향을 보내고, 관공리
(官公吏)들에게 공가(公暇)를 주어 성묘하도록 했다.
또 어떤 죄수에게도 형을 집행하지 않도록 금지시켰다.
한식 날에는 조상들에게 한식 차례를 올리거나 사초를 하고, 상석이나 비석을
세웠다.
한식 날이 일명 '손 없는 날', '귀신이 움직이지 않는 날'이라고 전해진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흙으로 만들어진 부뚜막을 손질하고, 벽을 고치고, 방바닥을 손질하는
등의 일을 하기도 했다.
이는 한식일(寒食日)이 불을 금하는 날이기 때문에, 지상을 통제하고 다스리는
지신(地神)이 별로 할 일이 없다는 관계로 천상에서 옥황상제(玉皇上帝)가
지상에 있는 모든 지신들을 소집시켜서 명령을 하달하는 날이라 지상을 감독하는
지신이 없는 틈을 타 몰래 살짝하는 것이라 무해, 무탈하다는 전설에 시인한다.
그렇다면 문자가 없는 대신, 자연을 경외하고 계절에 순응하며 자연의 변화를
주시하며 깊은 통찰력을 보였던 인디언들은 4월을 어떻게 불렀을까?...
*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 (검은 발 族)
*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체로키 族)
* 거위가 알을 낳는 달 (사이엔 族)
* 얼음이 풀리는 달(하다차 族)
* 옥수수 심는 달 (위네바고 族)
* 더 이상 눈을 볼 수 없는 달(아니시나베 族)
* 큰 잎사귀의 달 (아파치 族)
* 인디언 옥수수 심는 달 (앨곤퀸 族)
* 강에서 얼음이 풀리는 달(북부 아라파트 族)
* 만물이 생명을 얻는 달(동부 체로키 族)
* 곧 더워지는 달(카이오와 族)
* 큰 봄의 달(무스코키 族)
* 강한 달 (피마 族)
* 잎사귀가 인사하는 달(오글라라 라코타 族)
* 큰 모래바람 부는 달 (주니 族)
* 네 번째 손가락 달 (클라마트 族)
단순하면서도 자연을 주시하는 통찰력이 엿보여 보기만 해도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4월 21일은 고난의 시기 사순절이 끝나고 부활절을 맞이하게 된다.
바람의 神 아이올로스가 동쪽을 향해 온풍(溫風)을 실어보내는 4월!
독자들 모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상처 있는 사람들은 상처가 치유되고...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은 고통을 딛고 일어나 한층 영적으로 성장하며...
절제와 금도를 지키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무엇보다 선한 마음과 행동으로 아름다운 삶의 궤적을 남기는...
그래서 어진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기쁘게 해주는 행복한 4월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정관(正觀) 김시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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