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추석은 그래미賞을 22번이나 수상하는 신기록을 세운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
록 밴드 U2의 공연을 보면서 맞이했다.
U2는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과 영국 음악 명예
전당에 헌액(獻額)된 세계적인 뮤지션이다.
대중가수 역사상 가장 많은 그래미를 석권했고, 세계 투어계의 새로운 역사를
썼으며 또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도 전 세계 곳곳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진정한
예술가들이다.
싱어송라이터로 U2의 리드 보컬인 보노(Bono)는 노벨 평화상 후보로 무려 3번이나
거론된 세계적인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너무 훌륭한 공연이라 몰입도가 얼마나 높은지 방송이 끝날 때까지 꼼짝않고 TV를
보며 행복한 마음으로 추석을 맞이했다.
오늘은 추석(秋夕), 한가위이다.
추석은 일본, 중국 등 동양 3국 중에서 한국만 고유하게 사용하는 명칭이자 세시풍속
이다.
한가위는 보름달로 인해 양기(陽氣)가 가득찬 때이다.
'추석'이란 명칭의 문헌상 기원은 《예기(禮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기》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이란 기록을 통해 추석의 기원을 유추
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추석월'이란 명칭에서 두 단어를 뽑아 속명(俗名)으로 추석(秋夕)이란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추석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사회의 풍농제(豊農祭)에서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제3대 왕인 유리 이사금(儒理 尼師今) 왕은 6부(六部)
여자들을 둘로 나누어 편을 가르게 한 뒤, 두 왕녀(王女)가 이들을 책임지고 각각
통솔하게 했다.
그리고 음력 7월 16일부터 날마다 육부 마당에 모여 길쌈을 시작해서 오후 늦게 파한
뒤, 한 달이 지난 8월 보름이 됐을 때 그동안의 성적을 가지고 승자와 패자를 가렸다.
진 편에서는 이긴 편의 부녀자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게 했는데, 바로 이때 회소곡
(會蘇曲)이라는 노래와 춤을 추면서 흥겹게 놀며 즐겼다.
이를 가배(嘉俳), 즉 '아름답게 노닐다.'는 뜻으로 '한가위'라고 했다.
때문에 신라시대에는 추석을 가배절(嘉俳節) 또는 가배일(嘉俳日)이라고 불렀다.
위의 기록들을 종합하면, 추석은 지금으로부터 약 2,000여 년 전인 서기 32년에 시작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 잡지(雜志) 제사(祭祀) 조를 보면, 혜공왕 때 오묘(五廟, 다섯 임금의
사당)를 정하고, 일 년에 여섯 번 즉 정월 2일과 5일, 5월 5일, 7월 상순, 8월 1일과
15일에 제사를 지냈다고 기록돼 있다.
추석 때 국가 차원에서 선왕들에게 제사를 지낸 것이다.
《삼국유사》 중 '가락국기(駕洛國記)'에도 이와 비슷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를 통해 가야(伽耶)에서도 추석 때 제사를 지냈음을 알 수가 있다.
특히 음력 8월 15일은, 신라가 발해(渤海)와 싸워 이긴 승전 기념일이기도 하다.
일본의 고승 엔닝(圓仁)이 쓴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는
산둥(山東) 지방에 사는 신라인들이 신라가 발해와 싸워 이긴 음력 8월 15일을
명절로 삼아 온갖 음식을 만들어 먹고 가무를 즐겼다고 기록돼 있다.
또 일본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정사(正史)인 《일본 서기(日本 書紀)》에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해서 기념한 날인 음력 8월 15일을 승전 기념일로 기념하면서
즐겁게 보낸다고 기록돼 있다.
추석은 고려시대에 9대 명절에 속했다.
관리들은 이날 하루를 휴일로 보냈다.
조선시대에는 설날, 한식, 단오와 함께 4대 명절에 속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국가적으로 선대왕에게 추석제(秋夕祭)를 지낸 기록들이
남아있다.
1488년(성종 20년)에는 추석을 맞이해 임금이 '중추완월(仲秋翫月)'이라는 글을
써서 신하들에게 내리고, 보름달을 즐기게 했다.
또 1518년(중종 13년)에는 설, 단오와 함께 추석이 3대 명절로 정해지기도 했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추석은 연중 으뜸 명절 중 하나였다.
그동안 농사를 잘 짓게 해준 것을 감사하는 농공 감사일(農功感謝日)로, 농사의
결실을 보는 때이다.
추석은 한해 농사의 마무리를 하는 시기이자, 이듬해의 풍농(豊農)을 기리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때문에 가을에 추수한 햇곡식과 새 먹을거리로 조상들에게 감사의 예를 올린다.
특히 햇곡식으로 송편을 만들어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다.
중추가절(仲秋佳節)인 추석엔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면서 가족의 건강을 빌고 또
이듬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간절한 소망과 예절의 깊은 뜻이 담겨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은 설날과 추석이다.
설날은 새해의 시작이고, 추석은 열매를 거두는 마무리를 뜻한다.
추석은 그 의미에 있어 서양의 추수 감사절과 흡사하다.
설날과 추석은 모두 달(Moon)과 연관이 있다.
명리학적으로 보면 설날은 1, 추석은 8의 숫자가 된다.
추석은 풍요로움의 상징이며, 감사와 예절의 가치가 담겨있다.
추석은 단순히 노는 날이 아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아름다운 전통이자 신과 자연에 감사하고 가족을 생각하는
의미있고 가치 있는 날이다.
그럼에도 세상이 타락하고 사상과 이념이 극도로 분열되어 인간 심성이
살벌해진 탓에 이젠 아예 추석 명절을 없애자는 국민 청원이 조직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광기에 가까운 개탄스러운 일이다.
추석의 의미와 가치, 자연과 신에 대한 감사와 소중함을 모르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예절과 도덕, 윤리를 잊은 것이다.
인간성의 타락이다.
2천 년 넘게 이어온 가을녘 따뜻하고 풍요로운 한가위의 정감이 사라졌다.
올해처럼 삭막하고 팍팍한 민초들의 추석은 예전엔 없던 일이다.
오탁악세(五濁惡世)의 전형이다.
이런 혼탁한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 옳지 않은 일에는 발을 담구지 말고,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또 정체감을 잘 찾아 심지(心志)를 굳게 하여 슬기롭고 지혜롭게 생활해야
한다.
김시연 작가의 글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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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맞아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지내고, 연휴 잘 보내세요.^^
2018. 9. 24일 추석날.
정관(正觀) 김시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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