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지(冬至)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태양력(太陽曆)에 의해 자연이 변화되는 것을 24등분 해서 24절기로
나누었다.
24절기 중, 22번 째 절기가 바로 동지이다.
태양의 황경이 270도에 도달하는 때를 말한다.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밤의 길이가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시기이다.
북반구(北半球)에서는 겨울의 첫날, 남반구(南半球)에서는 반대로 여름의 첫 날이다.
<한국천문원>에서 밝힌 2017년 동지 절입(節入) 시간은 오전 1시 28분이다.
절입이란, 절기에 접어드는 때를 말한다.
이번 동지 때 태양의 최대 적위(赤緯)는 -23.5도이고, 세계 시간으로는 16시 28분이다.
이때 적경(赤經)은 18시다.
따라서 이때 태양은 사수자리(南斗六星)에 놓인다.
우리 은하의 중심 방향이다.
2017년 동지는 애동지, 일명 애기 동지이다.
2015년은 중동지(中冬至), 2016년은 노동지(老冬至)였다.
음력으로 11월 10일 안에 동지가 들면 애동지, 11일~20일 사이 동지가 들면 중동지,
그리고 11월 21일~30일 사이에 들면 노동지(老冬至) 또는 어른 동지라고 불렀다.
오늘은 음력으로 11월 5일이기 때문에 '애동지'이다.
'애기 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 시루떡을 해먹었고,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먹었다.
'중동지'에는 팥죽이나 팥 시루떡 어느 것도 무방했다.
올해는 애동지이기 때문에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만들어 먹는 해이다.
애기 동지 때 팥죽을 쑤어 먹지 않은 건 초순엔 음기가 세지 않아 팥죽을 쑤어 먹으면
오히려 어린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속설이 전해 내려왔기 때문이다.
또 붉은 팥으로 만든 팥죽은 벽사(辟邪)의 의미가 강해 삼신할미를 쫓아내어 아이를
점지하는 데 애를 먹기 때문이라는 속설도 있다.
우리 민족은 태양력에다 태음력을 잇대어 '태음태양력'이라는 독특한 세시풍속을
형성해 동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마치 명절처럼 지냈다.
고려(高麗) 때는 동지(冬至)가 <9대 명절>에 당당히 들어가 있었다.
조선 초까지도 동짓날은 어려운 백성들이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즐거운 명절로 보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명절을 대폭 줄여 <4대 명절>로 설과 한식, 단오, 추석을
두었다.
하지만 기록을 살펴보면, 조선 왕실에서는 동지(冬至)를 명절만큼 성대히 보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조정에서는 4대 명절 외에도 춘분과 추분, 하지와 동지 등 중요한 절기를 휴무로 정해
관원들이 이 날 하루 집에서 쉬도록 배려했다.
왕은 동짓날, 신하들에게 책력(冊曆)과 전약(煎藥)을 하사했다.
관상감(觀象監)에서 책력을 만들어 바치면 임금은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를
찍어 관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전약은 내의원(內醫院)에서 소의 다리와 소가죽, 소머리를 넣고 잘 고은 후 관계(官桂)와
생강, 정향, 후추, 대추, 아교 등을 섞어 기름에 굳힌 것이다.
지방질과 단백질이 많은 전약은 약성이 따뜻해서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를 막아 몸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
민가(民家)에서는 동지 때 팥죽을 쑤어먹고, 책력을 서로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책력은 농경사회에서 생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요긴하게 사용되던 생활의 지침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또 뱀을 나타내는 '사(蛇)' 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이면 악귀가 못 들어
온다고 생각해 동지 부적(冬至 符籍)을 만들기도 했다.
동지(冬至)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이다.
천문학적으로 볼 때 '태양이 소생하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동지를 아세(亞歲)라고 해서 '작은 설날'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엔 동지를 설 다음 가는 경사스러운 날로 명절처럼 지냈다.
설날에 떡국을 먹고 나이 한 살을 더 먹듯, 동지 때는 팥죽을 한 그릇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각했다.
이는 동지를 신년(新年)으로 생각한 고대 풍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래로부터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라는 말들이 동지첨치(冬至添齒)의 풍속으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왔다.
중국의 역경(易經)에는 태양의 시작을 동지로 보고, 복괘(復卦)로 11월에 배치했다.
'동지'와 '부활'을 같은 의미로 생각한 때문이다.
중국의 주(周)나라와 진(秦)나라에선 음력 11월인 자월(子月)을 세수(歲首)로 삼았다.
동지를 새해의 시작인 '설'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때 천지신명과 조상들에게 제사를
올렸다.
이는 동지가 절기상 '가는 해의 끝'이자, '오는 해의 시작'으로 양(陽)의 기운이 처음으로
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진정한 새해의 첫 날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의 책력과 풍속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전해져 동지가 지나면 새해가 시작된
걸로 보았다.
동지의 중요성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매년 동지사(冬至使)를 명나라와 청나라에 정기적
으로 견했다.
이는 오랜 전통으로, 동지를 중시하는 중국에 보내는 사절단이 예물을 준비해 갔다.
동지 즈음에 파견하기 때문에 이때의 사절단을 '동지사'라고 불렀다.
보통은 250명 정도, 많을 때는 500명 정도로 사절단을 꾸려 연행길에 올랐다.
<연행록>이라는 귀중한 자료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동지사는 임시사절이 아니라 정례사행(定例使行)이다.
그만큼 중요한 국가적 행사였다.
때문에 정조사(正朝使), 성절사(聖節使)와 더불어 삼절사(三節使)라고 불렀다.
예물은 황제에게는 여러 빛깔의 모시와 명주, 화석(花席) 및 백면지(白綿紙)를,
황후에겐 나전소함(螺鈿梳函)과 여러 빛깔의 모시와 명주, 화석을 선물로 보냈다.
또 황태후에게는 황후와 같은 규모의 예물을, 황태자에게는 여러 빛깔의 모시와 명주,
화석, 백면지 등을 보냈다.
동지사와 정조사 때는 같은 예물을 보냈지만, 성절사 때는 황제에게 수달피 20장을
특별히 더 선물로 준비했다.
성절사(聖節使)는 중국 황제와 황후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파견했던 축하 사절단을
말한다.
동지(冬至)는 서양에서도 각별히 지냈다.
대인들은 이 때를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여겨 경사스럽게 보냈다.
이는 천문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얘기이다.
그래서 축제를 벌이며 태양신(太陽神)에게 제사를 지냈다.
동지는 땅과 하늘에서 태양의 부활이 느껴지고 모든 사물에 역동하는 힘이 강해지는
때이다.
또 동지는 사흘 후에 있을 12월 25일, 성탄절(聖誕節)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동지(冬至)엔 왜 팥죽을 먹는 풍습이 생겼을까?...
팥죽의 재료인 팥의 붉은색 때문이다.
붉은색을 띄고 있는 팥은, 악귀를 물리치는 강력한 벽사(辟邪)의 역할을 한다.
부정 타지 말라고 팥을 뿌리는 건 붉은색을 싫어하는 잡귀를 쫓아내는 방법으로
액을 막는 행위이다.
팥에는 오장육부 중, 특히 심장을 보호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물질이 다수 포함돼 있다.
불가(佛家)에서 동지에 붉은색의 팥죽을 쑤는 행위는 전통적으로 잡귀를 쫓는 방식으로
확실하고 성대하게 지켜지는 풍속 중 하나이다.
사찰에서는 동짓날에 팥죽을 많이 만들어 공양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장관을 연출한다.
팥죽 속의 하얀 새알심은 하늘을 상징한다.
둥글게 빚은 찹쌀 단자(團子)는 하늘의 무수한 빛을 발하는 위성과 행성, 혹성을
뜻한다.
또는 알의 부화, 즉 죽음에서 부활하는 씨앗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적색(赤色)은 전 세계의 귀신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색이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붉은 열매를 맺는 산사나무(아가위 나무)를 집 주위
울타리나 정원수로 심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산사나무>
붉은 색깔의 열매가 달리는 산사(山査) 나무는 5월을 대표한다고 하여 일명
'may flower' 라고 부른다.
영국에서 아메리카 신대륙을 찾아갈 때 탔던 배의 이름이 'may flower'이다.
이 명칭을 사용한 건 붉은 열매가 달리고 가시가 있는 산사나무가 마귀와 벼락을
쫓아준다는 벽사(辟邪)의 의미 때문이다.
1620년 9월 16일, 102명의 청교도들을 싣고 미지의 신세계를 향하는 배의 무사와
항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이름을 공모했을 때 'may flower'가 선정됐다.
이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여객선의 이름으로 사용됐다.
또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에 쓴 가시 면류관도 산사나무이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Moses)의 형으로,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힘써
도운 유대인 최초의 대제사장 아론(Aaron)의 지팡이도 바로 산사나무이다.
서양에서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장식 때 붉은 열매의 산사나무 가지를 사용하는
것은 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
동지(冬至)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 음(陰)이 극에 이르는 때이다.
하지만 동짓날을 기점으로 해가 점점 조금씩 높아지면서 낮이 점차 길어진다.
양(陽)의 기운이 새롭게 조금씩 서서히 싹트기 시작한다.
하지(夏至)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를 기점으로 해는 점점 낮아지면서 낮의 길이가 점차 짧아진다.
자연의 신묘하고 현현한 섭리이다.
인간이 왜 교만하면 안 되는지, 또 왜 인내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면 안 되는지,
이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자연의 소중한 혜훈(惠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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