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영화 '명량(鳴梁)'이 개봉됐다.
무려 1,700만 명의 관객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조선 수군의 배 12척으로 일본군의 배 330척을 수장시켰다는 광고가 적중한
셈이다.
이 덕분에 명량의 영화감독은 제작사와 계약한 대로 120억을 벌었다.
잭팟을 터트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앞서 일본 기록을 통해 언급했듯, 조선 수군의 대장선은 13척이었다.
<난중일기>에도 13척으로 기록돼 있다.
조금이라도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조선 수군의 배 한 척을 줄인 반면에
일본군 배의 숫자는 엄청나게 부풀렸다.
330척 운운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일기인 <난중일기>에는 "일본배 133척이 몰려왔고, 그중
31척을 당파(撞破)했다."고 기록돼 있다.
'당파'란 포를 쏴 격침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순신 장군은 일기에서 전투에서의 배의 상황에 따라 당파, '충파(衝破),
촉파(觸破)로 세분해 설명했다.
'충파'는 폭풍이 몰려왔을 때 배들의 결속을 제대로 못해 쿵쿵 충돌하다 부서진
경우에 사용한 단어이고, '촉파'는 결속된 배들이 서로 비비적대다가 파손된
경우에 사용했다.
영화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조선 수군이 당파로 적선(敵船)을 침몰
시킨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전부 조선 수군이 직접 일본선에 돌진해 격침한
것처럼 만들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또 <난중일기> 내용과도 사뭇 다른 것이다.
여러 기록들을 살펴볼 때, 명량해전은 조선 수군의 배 13척과 일본군의 전선
(戰船) 31척이 맞짱을 뜬 것으로 보는 게 가장 설득력이 있다.
대부분 전통적인 해전(海戰)은 전면에 나선 대장선끼리 전투를 벌이면서
승패가 갈린다.
대장선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심각한 사태의 경우 후방의 배들을 즉시
퇴각시키기 때문이다.
명량해전에서 일본이 그랬다.
또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13척이 330척을 격침시키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객관적인 사실로 볼 때도, 조선의 배가 일본의 전함(戰艦)보다 강도가 훨씬
특출나다고는 할 수 없다.
실제로 133척도 불가하다.
13척이 133척을 격침시켰다는 것은 1척 당 적선(敵船) 10척을 격침시켰다는
건데, 이 역시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 대장선 13척이 일본군 전선 31척을
격침시켰다고 보는 게 훨씬 설득력이 있다.
실상 13척의 배로 31척을 격침시킨 것만으로도 대단한 전투력이자 완벽한
대승(大勝)이다.
또하나,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명량해전(鳴梁海戰)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조선 수군과 일본 수군과의 전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조선은 수군만 전투에 임했지만, 일본군은 전투력이
막강한 육군(陸軍)이 명량해전에 가세했다.
1597년 7월 17일, 일본군 조직 편성이 개편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조선 정벌군을 육군(陸軍)과 수군(水軍)으로 양대 편성했다.
그리고 육군을 다시 우군(右軍)과 중군(中軍), 그리고 좌군(左軍)으로 나누었다.
일본군 지휘부는 우군을 육지로 진격시켰고, 중군과 좌군은 바닷길로 진격하도록
명령했다.
때문에 명량해전은 그동안 알고 있던 것처럼 수군끼리의 전투가 아닌, 조선
수군 대 일본의 수군과 육근 연합군과의 전투였다.
조선 수군의 포 사격인 당파(撞破)로 격침 당한 일본배 31척은 전면에 포진한
대장선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측 기록을 보면, 명량해전에 참가한 조선 정벌군 육군의 대장선은 모두 14척
이다.
중군의 대장선이 행정책임관의 배를 비롯해 모두 9척이고, 좌군의 대장선이
행정 책임관인 모리민부 대부(大夫)의 배를 비롯해 모두 5척이다.
나머지는 수군(水軍)의 대장선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순신 장군이 일기인 <난중일기>에 일본선을 당파(撞破)로 격침시켰다고 한
것을 볼 때, 명량해전의 실제 전투 장면은 영화처럼 스펙타클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군은 전선(戰船) 31척이 조선 수군 포사격에 의해 당파된 이후, 100여 척이
퇴각했다고 보는 게 합당한 해석일 것이다.
일 년 전, 한 방송사에서 팩추얼 드라마로 '명량해전'을 다뤘다.
한데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이번엔 아예 그 감독을 통해 방송사에서 영화로
제작한다고 한다.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부디 과장하지 말고, 근거없이 추정하지 않고, 팩트에 맞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나저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시대 불문 영원한 히어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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