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월이군요...
세월의 흐름이 마치 유수(流水)와 같네요.
마지막 안간힘을 쓰던 북새풍이 따뜻한 동풍(東風)에 밀려 맥을 못추고 허겁지겁
떠났습니다.
춘풍화우(春風化雨)를 절감합니다.
바야흐로 만화방창(萬花方暢)한 계절입니다.
4월은 자연의 神이 혹독한 추위를 견뎌 낸 인간에게 보상을 해주는 달입니다.
만물에 생기가 돋고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계절이 시작됐어요.
4월은 라틴어 Aperire(open)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꽃이 피고, 발육의 문을 여는 달'이라는 뜻이지요.
4월은 모춘(暮春), 희월(喜月)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4월의 세시풍속으로는 '청명'과 '한식'. '곡우'가 있습니다.
청명(淸明)은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로, 태양이 황경 15도에 도달한
때입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청명이 되면 오동나무가 꽃이 피기 시작하고, 들쥐 대신
종달새가 나타나며, 무지개가 처음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청명을 기준으로 추위가 풀리고 화창해져 식목(植木)에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했지요.
4월 5일 한식(寒食)은 동지(冬至)로부터 105일 째 되는 날입니다.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였습니다.
이때 조선시대 내병조(內兵曺)에서는 버드나무를 뚫어 불을 만들어 왕에게
올렸습니다.
임금은 그 불씨를 궁전 안에 있는 모든 관청과 대신들 집에 나누어 주었고,
다시 여염집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식(寒食)의 의미를 고대의 종교적 의미로 해석하면, 매년 봄 국가에서 새불
(新火)을 만들어 쓸 때, 그에 앞서 어느 일정 기간 동안 묵은 불(舊火)를 일체
금지시키던 예속(禮俗)에서 유래된 것으로 봅니다.
중국 옛 풍속에선 이때쯤 풍우가 심해 불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 습관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유래를 찾기도 합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모두 큰 명절이었던 한식 때엔 종묘와 각 능원에 제향을
지냈고, 민간에선 성묘를 했습니다.
4월 20일 곡우(穀雨)는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입니다.
이때 태양의 황경은 30도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고대 중국에서 만든 24절기는 작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중국 고유의 천문 체계입니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이 윤택해진다.'는 뜻입니다.
농촌에서는 못자리를 마련하는 등 곡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됩니다.
이 무렵이 되면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떼가 북상해 충남 격렬비열도와
연평도 근처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서해에서는 조기잡이가 한창입니다.
이때 잡히는 조기를 특별히 '곡우살이'라고 부르는데, 어린 조기살은 양은 적은 대신
연하고 맛이 기막히게 좋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T.S 엘리엇(Eliot)은 그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문자가 없는 대신, 자연을 경외하고 계절에 순응하며 자연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깊은 통찰력을 보인 인디언들은 4월을 어떻게 불렀을까요?...
*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 (검은 발 族)
*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체로키 族)
* 거위가 알을 낳는 달 (사이엔 族)
* 얼음이 풀리는 달 (하다차 族)
* 옥수수 심는 달 (위네바고 族)
* 더 이상 눈을 볼 수 없는 달 (아니시나베 族)
* 큰 잎사귀의 달 (아파치 族)
* 인디언 옥수수 심는 달 (앨곤퀸 族)
* 강에서 얼음이 풀리는 달 (북부 아라파트 族)
* 만물이 생명을 얻는 달 (동부 체로키 族)
* 곧 더워지는 달 (카이오와 族)
* 큰 봄의 달 (무스코키 族)
* 강한 달 (피마 族)
* 잎사귀가 인사하는 달 (오글라라 라코타 族)
* 큰 모래바람 부는 달 (주니 族)
* 네 번째 손가락 달 (클라마트 族)
단순하면서도 자연을 주시하는 통찰력이 엿보여 듣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군요.
바람의 神 아이올로스가 손을 들어 동쪽을 향해 온풍(溫風)을 실어보내는 4월!...
독자들 모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상처 있는 사람들은 상처가 치유되고...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은 '고통'을 딛고 일어나 영적으로 한층 성장하며...
절제와 금도를 지키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또 모든 것에 감사하며...
무엇보다 선한 마음과 행동으로 아름다운 삶의 궤적을 남기는...
그래서 어진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행복한 4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관 김시연 작가
* 믿고 읽는 김시연 작가의 글...
* 김시연 작가의 주 블로그는 네이버(Naver)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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