身如不繫之舟,一任流行坎止。
心似旣灰之木,何妨刀割香塗。
<채근담(菜根譚)>
몸은 매이지 않는 배와 같이 하여
가고 멈춤을 흐름에 맡겨두고,
마음은 이미 재가 된 나무와 같이 하여
칼로 쪼개거나...
향을 바르거나...
아랑곳하지 마라!
* 종일 흔들리고 복잡했던 마음...
한데, 이 글이 큰 교훈과 위로를 주면서 비로소 평화를 허락한다.
특히 마음을 재가 된 나무 같이 생각해 칼로 쪼개거나, 향을 바르거나,
아랑곳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백미(白眉)이다.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마음을 칼로 쪼갠다거나, 마음에 향을 바른다는 표현을 사용할
생각을 하게 됐을까?...
한마디로 기가막힌 표현이다.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위의 글에서 불계지주(不繫之舟)란 '매어놓지 않은 배'란 뜻이다.
이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를 말한다.
장자(莊子)의 <열어구(列禦寇)>에서 유래된 말이다.
유행감지(流行坎止)는 일이 순조로울 때는 벼슬길에 나가고,
일이 순조롭지 않을 때는 자중자애, 은인자중하여 은거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신의 출처(出處)와 진퇴(進退)를 당시의 정황에 맞추어야만
화(禍)가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로, 누구에게나 해당이 되고 또 교훈이
되는 글이다.
하지만 특히 작금의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분수를 모른 채 미쳐
날뛰며 온갖 추문에 휘말리다가 결국 추한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진다.
아래 글은 <한서(漢書)> 권48 '가의전(賈誼傳)'에 나오는 글이다.
乘流則逝, 得坎則止。
(흐름을 타면 흘러가고, 웅덩이를 만나면 멈춘다.)
좋고 평안한 세상에서는 출사(出仕)하고, 어렵고 혼란한 세상에서는
조용히 은거해 순리대로 처세하는 것이야말로 우주의 질서에 부합하는
군자의 도리이자 순경(順境)의 진수(眞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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