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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입춘(立春)

아라홍련 2017. 2. 4. 01:09

 

   

 

 

         * 오늘은 입춘(立春)이다.

            정유년 새해 들어 첫 번째 절기로, 올해 입춘 절입(節入) 시간은 새벽 12시 34분이다.​

 ​        때문에 새벽 12시 34분 이전까지는 원숭이 해가 되고, 12시 34분 이후는 정유년 붉은

             닭의 해가 된다.

             한마디로 입춘을 기점으로 띠가 바뀐다.

             그만큼 중요한 절기가 바로 입춘이다.

             입춘 전날이 절분(節分)인데, 이는 '철의 마지막', '철이 갈리는 날'이란 뜻이다.

             한 계절이 끝나고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24절기는 농사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표지판 역할을 한다.

             동양에서 입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24절기 중 새롭게 시작되는 첫 절기이기

             때문이다.

                 24절기는 태양의 운동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양력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매년 같은 날 절기가 돌아온다.   

             춘분점으로부터 태양이 움직이는 길인 황도(黃道)를 따라 동쪽으로 15도 간격으로 나누어

             태양이 지나는 시기를 절기(節氣)로 나누었다.

             춘분은 0도, 하지는 90도, 추분은 180도, 동지는 270도, 입춘은 태양 황경(黃經)이 315

             때를 말한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에서 입춘중요하게 여긴 이유는, 입춘을 그해 농사의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입춘을 기점으로 88일 째 되는 날 밭에 씨를 뿌리고, 210일 째 되는 날엔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태풍 등을 대비하게 만들었다.

             이는 오랫동안 농경민족으로 살아온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이다.

             이를 통해 고대인들에게 태음력 달력은 한해 날짜의 흐름을 알려주는 도구였고, 24절기는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체계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사(高麗史)> 예지(禮志) '입춘하의(立春賀儀條)'를 보면...

                  "인일(人日)의 축하 예식과 동일하나 , 다만 입춘에는 춘번자(春幡子)를 받는다."

             기록돼 있다.​

             춘번자란 ​비단을 잘라서 만든 작은 표기를 말하는데, 고려시대 입춘 때 왕이 신하에게

             하사하던 물건이다. ​

             입춘날에 백관이 대전(大殿)에 가서 입춘절을 축하하면, 임금은 그들에게 춘번자를 주고

             관리들에게 입춘 휴가를 주었다.

             조선시대에도 입춘을  맞이하는 정성이 지극해 열흘 전부터 준비를 했다.

             왕은 고위 대신들로부터 입춘 하례(賀禮)를 받았고, 입춘날엔 조정의 모든 관료들이 집에서

             쉴 수 있도록 휴무일로 지정했다.

             또 왕의 비서실 격인 승정원에서는 초계문신(抄啓文臣)시종신(侍從臣)에게 궁전의 

             춘첩자(春帖子)를 지어 올리게 했다.

             초계 문신은 당하문관 중에서 문학에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뽑아서 다달이 강독과

             제술의 시험을 보게 하던 관리를 말하고, 시종신은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며 국사를

             처리하던 홍문관의 옥당, 사헌부 또는 사간원의 대간, 예문관의 검열, 승정원의 주서

             등의  통칭이다. 

             승정원에서는 이들에게 춘첩자를 지어 올리게 한 뒤, 패()로써 제학(提學)을 불러서

             운()자를 내고 채점하도록 했다.

             '제학'은 규장각의 종일품이나 정이품 벼슬, 그리고 예문관과 홍문관의 종이품 벼슬이다.

             제학이 가장 뛰어난 글을 뽑아 왕에게 올리면, 왕이 보고 난 뒤 춘련(春聯)을 써서

             궁궐문이나 기둥에 붙이도록 했다.

                  관상감(觀象監)에서는 주사(朱砂)로 사귀를 물리치기 위하여 사문(辟邪文)을 써서

             왕에게 바치면, 관리들은 대궐 안 곳곳의 문설주에 벽사문을 붙였다.

                 이를 춘부(立春符)라고 한다.

                 이런 왕실 풍속이 민가의 풍습으로 전래돼, 오늘날까지도 민간에서 이어지고 있다.

             불교에서도 '마음에 봄이 오면 얼어붙은 마음의 모든 번뇌가 녹아내려 깨달음을 얻는다.'

             하여 입춘 행사를 크게 했다.                        

 

                입춘에는 춘오신반(立春五辛盤)이라고 하여 매운맛이 나는 싱싱한 나물인 오신채

              (五辛菜)를 만들어 먹었다.

             일종의 자극성 있는 모듬나물이다.​

              지방마다 나물의 종류가 다르나 주로 파, 마늘, 달래, 부추, 미나리 새순 등을 준비했다.

              5가지 나물은 오행(五行)을 상징하는 색상인 방색(五方色)과 연관이 있다.

              그래서 노란색 나물을 중앙에 놓고 그 주변으로 동서남북, 즉 청색과 적색, 흑색, 백색의

              나물을 배치한 뒤, 이를 겨자 등의 양념에 무쳐내 먹었다.

 

                  입춘에는 탕평채(蕩平菜) 만들어 먹었다.

              탕평채는 이백여 년 전, 조선 제21대 임금 영조(英祖)가 당파싸움을 없애자는 탕평책을

              논의했던 날 처음 선을 보여서 얻어진 이름이다. 

              탕평채는 녹두묵을 젓가락 굵기로 썰어서 참기름과 소금으로 버무려 담고, 숙주와 미나리,

              물쑥을 데치고, 다진 고기는 볶고, 김 부순 것과 달걀 황백 지단은 채로 썰어 모두 가지런히 

              담은 뒤, 새콤한 초장을 뿌려서 먹던 음식이다.

              왕이 입춘 때 오신채를 진상받아 중신들에게 나누어 먹인 뜻은, 사색당쟁을 타파하고

              화합을 이루자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백성 또한 오신채를 먹으며 화목하게 지내고, 사람이 갖추어야 하는 다섯 가지 도리인

              오상, 즉 인(), (), (), ()()을 증진시키려는 다짐의 뜻이 깃들어 있다.

              이외에도 입춘에는 산적과 죽순나물, 죽순찜, 죽순회, 냉이나물, 산갓, 달래나물을 먹었다.

 

                   입춘(立春)은 한해의 시작이다. 

              때문에 고래로부터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왕실과 여염(閭閻) 모두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며 축하하고 기념을 했다.

              한해의 시작인 만큼 설날처럼 경건하게, 또 즐겁고 행복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입춘의 안온(安穩)함이 일 년 내내 독자들에게 함께 하기를 바란다.

​                                              정관 김시연 작가

                                           * 믿고 읽는 김시연 작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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