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이다.
가을의 초입(初入)이다.
예전엔 지금의 시기를 '맹추지절(孟秋之節)'이라고 불렀다.
초가을... 첫가을... 개추(開秋)... 소추(小秋)... 조추(早秋)라고도 부른다.
그 뜨겁던 삼복염천(三伏炎天)도 바람의 神 아이올로스의 손짓에 따라 홀연히
사라졌다.
대신, 서늘한 갈바람이 뺨을 부드럽게 스치며 지나간다.
예부터 가을바람은 '총각바람'이라 불렀고, 봄바람은 '처녀바람'이라고 불렀다.
가을은 특히 남심(男心)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감성적으로 예민하고, 감정적으로 흔들리기 쉬운 시기로 한순간 현실에서 일탈
하려는 충동을 느낄 수가 있다
남자들이 가을을 타는 이유는, 계절성 기분장애로 가을에 신체와 감정의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뇌의 한가운데를 흐르는 송과선(松果腺, 솔방울샘)을 중심으로 생체 시계 역할을
하는 'Biological Clock'이라는 게 있는데, 이는 마치 물이 흐르는 것과 같다.
한데 모래시계처럼 꽉 찼다가 흘러서 텅 비워지게 되는 시점이 있는데, 바로
이 시점이 여자와 남자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여자는 봄에 찾아오는 반면, 남자는 가을에 찾아온다.
이때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변화를 느끼게 되는데, 이는 일조량이나 기온과
연관이 있다.
거의 본능(本能)에 가까운 현상이다.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칭하는 건, 바로 이런 생물학적 이유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여자는 '봄바람이 난다'고 표현하는 반면, 남자는 '가을을 탄다'고 달리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 시계의 주기는 15일에서 1년까지 다양한데, 대부분 일 년에 한 번씩 변화가
극심하게 나타난다.
여자는 봄에 그 주기가 찾아오고, 남자는 가을에 찾아온다.
한데 여자는 봄에 마음이 들뜨고 긍정적 또는 개방적이 되는 반면, 남자는 가을이
되면 센치해지고 우울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때로 충동적으로 변해 일탈을 꿈꾸고, 용기있게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한마디로 남자는 여자와 달리, 가을이라는 계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한 달 전, '8월'에 대한 포스팅을 할 때 언급했던 것처럼 천문이 매우 불안했던
8월 한 달은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했고,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과 자연재해 때문에 여기저기
아수라장이 됐다.
울릉도엔 단 사흘 동안, 8월 한달 강수량의 3배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심사가 극도로 악한 자들은 패거리를 지어 다니며, 기세등등 악독한 기운을 내뿜고
돌아다녔다.
마치 병신년의 응집 시기인 것 같은 병신월 8월은 결코 조용하게 지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도 유수(流水)처럼 흘러가고, 이제 새로운 계절을
맞이했다.
문자가 없는 인디언들은 9월을 어떻게 불렀을까?...
* 아주 기분 좋은 달 (모호크 族)
* 옥수수 거두는 달 (테와 푸에블로 族, 주니 族, 아베나키 族)
* 검지 손가락 달, 춤추는 달 (클라마트 族)
* 검정 나비의 달 (체로키 族)
*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달 (키이오와 族)
* 사슴이 땅을 파는 달 (오마하 族)
* 어린 밤 따는 달 (크리크 族)
* 풀이 마르는 달 (수우 族, 북부 아라파호 族, 샤이엔 族)
* 다 거두는 달 (호피 族)
* 도토리의 달 (위쉬람 族, 후치놈 族)
* 도토리묵 해먹는 달 (푸트힐 마이두 族)
* 소 먹일 풀 베는 달 (유트 族)
9월은 열정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해져야 하는 달이다.
또 책 읽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좋은 책을 찾아 읽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밥벌이에 도움이 되는 책만 읽으면 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고, 결국 지식 장사꾼
밖에 되지 못한다.
지식 장사꾼은 배운 자의 사명을 모른 채 갑질을 일삼으므로, 스스로 악업(惡業)을
쌓는 것 외에도 교육적, 사회적으로 그 폐혜가 상당하다.
주변에 계속 지식 장사꾼들을 양산해내기 때문이다.
지식 장사꾼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인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책들을 다양하게 읽으며 평행 인격을 도야해야만 한다.
탐욕을 채우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책읽기가 아닌, 영혼을 성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책을 읽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인간 본질(本質)에 관한 책들은 당신의 영혼을 위로하고, 한 단계 높은 영적 단계로
인도할 것이다.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이렇게 말했다.
양서(良書)를 읽는다는 것은 지난 몇 세기 동안에 걸친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對話)를 나누는 것과 같다.
왜 좋은 책을 읽어야 하는지 가장 극명하게 설명해주는 명언이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자신을 철저히 고독(孤獨) 속에 둘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 훈련이 되지 않고는, 영적인 성장을 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
진정한 독서인은 홀로 앉아 책에 심취하고, 책과 대화를 나누며, 책의 즐거움에
담뿍 젖을 수 있는 사람이다.
돈벌이가 되기 위한, 밥벌이를 위한 책읽기만 한다면 어떤 발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지구별에 와서 괜한 죄만 짓고 아무 발전도 이루지 못한 채 가게 된다.
'마종기'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만큼 살아보니까 아름다운 것은 대개 외롭거나
또는 혼자이고, 옳다는 것은 대부분 외톨이었다.
노시인이 인생의 본질을 꿰뚫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생은 단독자(單獨者)이다.
그래서 비장한 것이다.
누가 대신 살아줄 수도, 또 누가 대신 숙제를 해줄 수도, 누가 대신 영적 발전을
이루게 해줄 수도 없다.
오직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자신만이 영혼을 성장시켜 나갈 수가 있다.
그것이 바로 지구별에 온 목적이다.
무리지어 몰려다니고... 패거리를 짓고... 쉴 새 없이 뒷담화를 떠들고... 쾌락과
욕망에 몰두해 자아를 상실하고 육신을 훼손하는 것은 추한 짓거리이다.
결코 아름답지도 않고, 또 옳지도 않다.
그렇게 살면 평생 철이 들지 않는다.
때론 침묵하고, 때론 깊이 사유(思惟)할 줄 알아야만 한다.
시인의 말처럼 인생의 아름다움이란 결국 외로운 것이며, 단독자로 있을 때 가장
양심이 바르고, 또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공부하고, 꾸준히 자기성찰을 해야 하며, 또
'마음챙김'을 치열하게 훈련해야만 한다.
이 세상에서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만 한다.
죄 또한 대가를 치루게 된다.
죄(罪)는 반드시 주인을 찾아간다.
부화뇌동(附和雷同) 하는 것은, 자아정체성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인격이 미성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어(論語)의 <자로(子路)>편에는 이런 가르침이 있다.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動)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
(군자는 화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만 하고 화합하지 못한다.)
9월엔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을 벗하면서 차분히 자신을 성찰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좋은 책들을 많이 접하고, 영적으로 충만하며, 보람있고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16. 9. 1(木曜日)
김시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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