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 중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월요일을 보냈다.
밤새워 공부하고 잠시 쉬었다가 학교가서는 하루종일
시달리다가 밤 10시가 훨씬 넘어서야 다시 작업실로
돌아왔다.
경비 아저씨들이 경비소 앞에서 반색하며 나를 맞이했다.
"사모님! 이제야 들어오세요?"
다정한 인사에 웃음을 머금은 내가 벚꽃을 향하며 답했다.
"네. 벚꽃이 참 아름답죠?"
"예. 정말 아름답네요. 보기 드문 진풍경이에요"
말이 아저씨이지 할아버지들인 경비들은 경비 초소에 앉아
요즘 하루하루 그 화려함을 더하는 진분홍빛 왕 겹벚꽃을
창밖으로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며칠 전부터는 동네 최고의 장관인 흐드러진 왕 겹벚꽃
감상을 하면서, 24시간 근무 후 교대하는 힘든 격무를 견뎌내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나는 옷 갈아입을 새도 없이, 파래 부침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때보다 더 정성스럽게, 더 맛있게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
주말에 드디어 진분홍빛 왕 겹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렸는데,
벚꽃 개화를 축하하는 의미 겸 경비 아저씨들을 위해서이다.
위용을 자랑하는 대단한 왕 겹벚꽃들은 밤엔 조명빛을 받아서
은은한 아름다움이 또 색다르다.
깊은 밤...
요염한 자태를 자랑하는 벚꽃을 바라보며 먹는 파래 부침개
맛은 묻지 않아도 일미(逸味)일 것이다.
한데, 부침개를 받은 경비 아저씨한테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이렇게 많이 해다 주셨으니 남겨서 내일
근무조한테도 전달해줘야겠어요."
나는 차마 '따뜻해야 맛있는데...' 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내일 근무하는 경비 반장은 파래 부침개를 갖다줄 때마다
"맛도 좋고, 간도 맞고, 반죽이 질거나 되지 않아 맛있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하는 바로 그분이다.
오늘 근무하는 경비 반장은 얼마 전까지 그분과 함께 근무를
했었으니, 그분이 얼마나 파래 부침개를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부침개를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내일 교대할 경비
반장에게 부침개를 남겨 줄 생각을 한 것이다.
이렇듯 마음이 선하고 심성이 남다르니, 하루종일 공부에
시달린 내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정성을 다해 파래 부침개를
만들어 갖다줘도, 결코 귀찮거나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문득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글이 생각났다.
It is twice blest.
It blesseth him that gives and him that takes.
(자비를 베푸는 일에는 이중의 축복(祝福)이 따른다.
자비는 그것을 주는 사람을 축복하고...
또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도 축복이 된다.)
... 바로 자비심(慈悲心)의 본질이다.
<오늘 찍은 벚꽃 사진. 어제와 꽃망울 크기가 또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