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글은 조선 후기 문신인 허목의 『기언』서문에 실려 있다. “나는 독실하게 옛글을 좋아해 늙어서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언제나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 말조심과 관련된 ‘금인의 명’을 읊조렸다.”고 하였다. 금인은 주(周)나라의 시조 후직(后稷)의 사당 오른쪽 계단에 있던 쇠로 만든 사람이다. 공자가 주나라의 태묘(太廟)에 가서 이 금인을 보았는데, 입은 세 겹으로 봉해져 있었고, 그 등에 “옛날에 말을 삼가던 사람이다. 경계할지어다. 말을 많이 하지 말라.…입은 뭐가 문제인가? 화의 문이 되는 것이다. 힘을 믿고 날뛰는 자 제명에 못 죽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 반드시 적수(敵手)를 만나게 된다.…경계해야 할 것이다.”라고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청렴 강직한 허목이 자신이 말한 걸 기록해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 『기언』을 편찬했음을 알 수 있다.
폭풍을 일으키는 것은 가장 작은 말이다. 폭풍같이 큰 일들도 조용한 한마디 말에서 비롯된다. 격앙돼 큰소리로 떠들면 위엄도 없고, 존경도 받지 못한다. 깊이 사유하지 않고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채 충동적으로 튀어나온 말은 소음이나 한풀이에 불과하다. 속이 빈 사람일수록, 인격이 여물지 못한 사람일수록, 말이 많고 남발한다. 지혜가 적을수록, 수양이 얕을수록, 말이 많고 큰 목소리를 낸다. 어리석고 소견이 단천(短淺)할수록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지 못한다. 이는 습관이며, 중독(中毒)이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무게가 없다. 말에 무게가 없으면 좋은 내용을 말해도 소모품처럼 사라져 메아리가 없다. 시끄럽기만 할 뿐, 감동도 감응도 없다. 사유가 깊고 인격이 여문 사람은 말을 많이 하거나 함부로 하지 않는다. 말하기 전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깊어지면 저절로 말수가 줄어든다. 때문에 말에 무게가 있고, 위엄과 진실이 엿보인다. 설득이나 위로도 큰 목소리로 하는 게 아니다.
침묵을 배경으로 두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을 쏟아내면 말실수가 잦고, 설화(舌禍)에 시달린다. 침묵의 여과기를 거쳐 낼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말이 여물 사이가 없고, 사유 또한 깊어질 수 없다. 소리가 크고 말을 남발하는 이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자아정체성(identity)이 확립되지 않은 사람이다. 이들은 물이 얕으면 소리가 크고, 사랑이 적으면 이유가 많아진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성현들은 말 많이 하는 것을 모두 경계했다. 붓다는 “눈, 귀, 코, 입을 단정히 해 몸과 마음을 항상 바르게 지키라.[端耳目耳鼻口 身意常守正]”고 했다. 불교에서는 구업(口業)의 죄가 엄중하다. 성경 또한 ‘말조심’에 관한 교훈을 명료하게 가르친다. 『구약』 잠언 10장 19절엔 “말이 많으면 죄도 많다.”고 기록돼 있다. 말에 관해 이보다 더 간명한 가르침이 어디 있겠는가?
물이 깊으면 소리가 없다. 생각이 깊으면 말수가 적어진다. 사랑이 깊으면 이유가 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