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를 받던 지난 17일 동안...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지냈다.
모임이나 술자리를 피했고,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또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작업실에 돌아와서는 정신을 맑게 한 뒤, 늘 새벽까지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곤 했다.
내가 공모전에 응모한 줄 아는 사람은 세상 천지에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늘 마음자리를 깨끗히 하려 애썼고,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한
생활을 했다.
보름 동안 심사받고 있음을 하루도 잊지 않았고, 늘 영혼으로 주시했다.
기쁨은 상(賞)을 주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비례한다.
내가 좋아하고 소망하던 곳에서 주는 상이면, 그만큼 기쁨과 감격도 크다.
오늘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이번 공모전은 독특하게 <고전 명구 칼럼> 5편을 가지고 자웅(雌雄)을 겨루는
것인 만큼 꼭 수상하고 싶었다.
그동안 고전을 열심히 공부해왔고, 또 고전 관련 글을 오랫동안 써 온 터라 정말
받고 싶은 상이었다.
수상작으로 뽑혔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탈진해 누워있었다.
도서관에도 가지 않고 아침 9시부터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던
나는 거의 8시간 동안 애를 태우며 모니터를 지켜보았다.
한데, 어찌된 일인지 저녁 5시가 다 돼가는데도 수상작 발표가 없었다.
또 전화 연락도 없었다.
최선을 다했으니 결코 후회할 필요도, 또 후회해선 안 된다고 그동안 스스로에게
여러번 다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실망과 좌절감은 컸다.
물론 분야는 다르지만, 나는 2012년도에 있었던 '한국고전번역원 공모전'에서
이미 우수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때문에 과연 내게 두 번씩이나 상을 줄까... 하는 불안감과 의구심이 내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렇게 탈진해 누워있다가 <한국고전번역원>으로부터 수상 소식을 들었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뻤다.
그리고 제일 먼저 사부(師傅)에게 수상 소식을 전했다.
공모전에 응모한 줄 전혀 몰랐던 사부는 매우 기뻐했다.
내게 <한국고전번역원>은 매우 특별한 곳이다.
한마디로 역사와 고전에 대한 보고(寶庫)이다.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은 모두 다 <한국고전번역원>에 있다.
개인적인 연고가 전혀 없었지만, 수많은 귀중한 기록과 '고전산책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늘 내게 고전(古典)과 역사(歷史)를 가르쳤고, 자기 성찰과
사유(思惟)를 깊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질을 갖추었다고 판단했을 때 발굴했다.
이곳에서는 엄정한 평가를 통해서만 자격자를 찾아낸다.
고전 칼럼은 필력과 고전 지식,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통찰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특이한 분야이다.
분야는 다르나 <한국고전번역원 공모전>에서 내게 두 번씩이나 상을 주는 것은
오로지 작품 하나만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번 공모전 <고전 명구> 분야에서는 본래 3명을 뽑는다고 밝혔음에도 결국
두 명만 선발한 것을 볼 때, 심사위원들이 매우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심사를
했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나는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가르치고 발굴한 작가이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기회가 닿는대로 본격적인 고전 칼럼니스트로 활동할 생각이다.
그동안 고전을 가르치고 또 성과를 인정해 주신 <한국고전번역원> 관련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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