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
작가라는 이유로 한 작가의 표절 문제에 대해, 아주 다양한 질문을 다양한 경로로
받고 있다.
심지어 때론 대답을 강요받기까지 한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표절 작가 얘기 자체가 생각만 해도 불쾌한 일이다.
쌤! 작가가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의 글을 자신의 글로 착각해서 쓸 수 있나요?
쌤! 왜 원로 작가들이랑 유명한 작가들은 표절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하고, 다
침묵하고 있는거죠? 이상하잖아요.
쌤! 트위터 중독인 요란한 작가들은 왜 표절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하고 조용하죠?
선생님! 표절을 그렇게 오래 거의 20여 년간, 계속 실수로 할 수 있는 건가요?
작가님! 신작가가 표절을 그동안 그리 오래 했는데도 왜 이제야 문제가 된 거죠?
선생님! 비평가와 언론사 문학 담당 기자들은 그 오랫동안 표절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어떤 이유로 왜 하나같이 신작가를 감싸주고 비호해 준거죠?
작가님! 문학인들의 저 침묵은 뭐죠? 침묵의 카르텔 정말 무섭네요.
선생님! 표절 작가들도 예술가나 지성인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쌤! 신 작가의 해명과 인터뷰 기사를 보면 죄책감도 없고,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던데, 저런 마인드로 어떻게 대한민국 대표 작가를 했는지 정말이지
이해가 안돼요. 쌤 생각은 어떠세요?
선생님! 신작가를 누가 괴물로 만든걸까요?...
쌤! 신작가가 문학평론가와 결혼 안 했어도 저렇게 문학성이 과장되고 우상화될 수
있었을까요?
심지어 내게 중국사(中國史)를 가르친 50대의 대학 교수는 며칠 전, 함께 순댓국을 먹다가
매우 진지한 얼굴로 내게 이렇게 물었다.
난 소설은 안 봐요. 한번도 읽은 적이 없어요. 소설은 사실이 아니잖아요.
한데... 궁금한 게 있어요.
<우국(憂國)>과 <전설>을 비교해놓은 걸 보니 거의 똑같던데, 작가가 그걸 보고
쓰더라도 왜 좀 다르게 자기걸로 만들어서 쓰지 않고 그걸 그대로 베꼈을까요?
소설을 단 한번도 안 읽었다고 당당히 밝힌 이 교수는 정말 궁금한 듯, 정색을 하며 내게
물었다.
작가라는 이유로 이렇게 다양한 질문들을 받고, 때로는 대답을 강요받는 일까지 있다 보니
정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아마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는 작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로그에서 이미 여러번 언급한 바 있지만, 악이 끝까지 차오르면... 그래서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오만방자에 기고만장해 악이 끝까지 차게되면 반드시 하늘
에서 친다. 이는 우주의 질서이자, 인간세(人間世)의 진리이다.
그래서 사유(思惟)가 깊은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를 이루었다고 생각하거나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될 때, 그리고 자신의 말이나 글 또는 학식이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될 때일수록 더욱
자중자애(自重自愛)하고 또 은인자중(隱忍自重)한다.
무엇보다 세상사를 알기 때문이며, 날개없이 추락하지 않기 위함이다.
또 추하게 밑천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허나 이런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저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권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때, 또는 甲의 입장에 있다고
생각할 때, 오만방자에 기고만장까지 더해져 막장으로 치닫거나 권력을 남용하고,
약자에게 횡포를 부린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죄책감(罪責感)이 없다는 것이다.
죄책감이 없으므로 같은 잘못을 계속 반복한다.
만일 주위에서 이를 시정해 준다면 그야말로 축복이다.
하지만, 어떤 특정 목적 하에 집단적으로 묵인해주고 비호해주면 결국은 자신의 본질과
능력을 깨닫지 못한 채, 끝내는 자신의 정체성마저 모르는 괴물이 되고만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자로 만들어진 작가가 죄책감이나 책임의식, 윤리의식이 없다는
건 개인적인 불행이기도 하지만 또한 한국 문단의 비극이기도 하다.
독자들이 잘 알고있다시피 나는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은 거의 다
소장하고 있다.
각각 책장을 나누어 분류하고 있다.
물론 내 취향이나 작품의 문학성과는 상관이 없다.
작가의 내공을 살피고, 분석하기 위한 자료이다.
당연히 신작가의 책 또한 초기 작품부터 모두 갖고 있다.
활자중독자로 유명한 나처럼 오랫동안 책을 다양하게 많이 읽으면, 작품을 통해서
그 작가에 대한 모든 것들이 마치 모니터처럼 보인다.
작가의 내공은 물론 인생관과 가치관, 도덕관, 애정관, 역사관, 그리고 사상과 이념
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다.
또 작가의 인격과 영적인 수준까지도 짐작이 가능하다.
글은 작가의 의식(意識)을 파악할 수 있는 최상의 정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누가 어떤 소설을 표절했는지, 그리고 논란의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가 있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표절 문제는 작품 외부에 존재하지 않고, 도리어 작가의 양식은
물론이고 작품 세계나 세계관 등과도 떼어놓고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이렇게 되려면 소설이나 시 등 문학 서적만 많이 읽어서 되는 게 아니다.
고전(古典)을 비롯해 다양한 방면의 좋은 책들을 오랫동안 많이 읽고 훈련했을 때, 그때
비로소 허락되는 관록이다.
그러므로 내가 신작가의 표절이 아주 오래전에 시작됐다는 것과... 문단의 암묵 하에
십수 년 동안 그녀의 표절이 본격적, 지속적으로 계속 자행됐다는 것... 결국 표절에 대한
어떤 죄책감조차 못 느끼게 돼 끝내 버릇이 됐다는 것... 그리고 표절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언론과 비평가들, 유력 출판사들과 한국 문단이 비정상적으로 묵인하고 비호한 게
이미 십수 년이나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결코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문학평론가는 1999년 신작가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 <기억찾기>, <딸기밭>,
<작별인사> 등이 무더기로 표절 의혹을 받을 당시, "이는 개인의 윤리의식 결여가 아닌
'정신의 식민화 현상' 이라는 측면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결과론이지만, 바로 이때 주위에서 표절을 만류했었더라면... 특히 '표절의 저격수'로 불리는
평론가 남편이 신작가가 더 이상 표절을 못 하도록 조언을 했었더라면 아마도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사람들이 내게 한 그 많은 질문에 일일이 답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표절은 도둑질"이라는 것이다.
영적으로 볼 때 표절은 "타인의 영혼을 절도하는 행위"이다.
가장 파렴치한 행위로 '표절'을 꼽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고통스런 사유를 하며 피땀 흘려 쓴 작품을 무단으로 베껴 자신의 작품처럼
세상에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작가가 됐다는 것은 치욕스런 일이다.
신작가는 이 비밀이 언제까지 이어질 줄 알았을까?...
아마도 그녀는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탐욕은 그 끝을 모르고 치닫는 데다가, 비호세력이 워낙 막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이 끝까지 차면 반드시 하늘에서 친다.'는 가장 중요한 진리를 신작가도 또
비호세력들도 모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해명한 기사와 인터뷰 기사를 보고, "아! 저런 마인드를 갖고
있으니 표절을 그렇게 쉽게 오랫동안 할 수 있었구나." 라고 하나같이 개탄하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 명색이 작가인데... 그 정도까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추스리지도
못하며, 또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의식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스스로 밑천을 너무 적나라하게 까발린 셈이 됐다.
이 표절 논란은 결국 미국 <뉴욕 타임즈>에까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Shin Kyung-sook, whose novel “Please Look After Mom” won the Man Asian Literary Prize in 2011, said she may have plagiarized material for a short story decades ago.
또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BBC에서도 이 사건을 보도했고, 일본 <산케이> 신문과
<교토통신>은 "한국의 저명한 여성작가인 신경숙이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우국>으로부터
문장을 훔쳐 쓴 사실을 사실상 인정해 한국 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일본에서는 신작가가 "과거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의 문장도 훔친적이 있다."는
말들을 거론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을 폄하하는 반응이 난무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격을 떨어트리는 망신스런 일이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이전, 신작가의 표절 문제가 제기됐던 3년 전 신문 기사를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 엄청난 일을 일반 언론사들은 하나같이 공론화하지 않고 끝내 침묵을 지켰다.
결국 한 수필가의 신작가에 대한 표절 제기 건은 <교육산업신문>이라는 낯선 매체를
통해서 기사화됐다.
이 기사를 읽어보면 신작가의 표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 정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