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생(現生)은 기본적으로 번뇌(煩惱)를 가지고 살아가게 돼 있다.
지구별은 '우주의 학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바세계(娑婆世界)는 사회적, 정신적, 또 물질적으로 맑지 못한 세상이다.
이를 다섯 가지의 탁함으로 분류해 오탁악세(五濁惡世)라고 부른다.
오탁악세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겁탁(劫濁)이다.
겁탁은 시대가 탁한 것을 말한다.
환난이 그칠 사이가 없어 한 시각이라도 편안하고 즐겁게 지낼 때가 없고,
또 사회악이 만연한 것을 뜻한다.
정치, 사회, 종교, 도덕, 윤리는 물론, 인간의 탐욕스럽고 살벌한 심성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혼탁한 시대를 말한다.
둘째, 견탁(見濁)이다.
견탁은 삿되고 악한 사상과 견해를 가진 자들이 세력을 얻어서 몰려다니고,
올바르고 착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그 틈에서 밀려나는 세상을 말한다.
오탁악세에는 탐욕과 권세, 사리사욕, 재물, 명리(名利), 부귀영달에 눈먼
자들이 떼를 지어다니며 온통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
때문에 올바르고 정직하며,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발붙일 곳이 없어
피해를 당하는 혼란스런 시대이다.
온 세상이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의 심성이 바르지 않고 혼탁해서,
오히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홀로 깨어 있기 힘들 정도로 탁하고
혼란스런 세상을 말한다.
셋째, 번뇌탁(煩惱濁)이다.
번뇌탁은 자기 것은 아끼고 남의 물건은 탐내며, 자질과 실력은 돌보지 않고 권세와
영예를 욕심 내어 갖은 술수를 부리는 자들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혼탁한 세상을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잘못을 지적하면 잘못을 깨닫기는 커녕, 오히려 상대방을 원망하고
또 중상모략을 일삼는 무리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이 바로 번뇌탁이다.
현재 문학계에 이슈가 되고 있는 표절 문제도 이 세상이 번뇌탁(煩惱濁)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하늘의 그물이 성긴 것 같아도 거를 것은 다 걸러낸다.
언뜻 보기엔 인간사의 흐름이 성근 것 같지만, 결국 하늘에서는 걸러 낼 일은 모두 다
걸러내고 만다.
자신이 지은 죄는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돼 있다.
넷째, 중생탁(衆生濁)이다.
중생탁은 사람들의 자질이 극도로 저하되고 판단력이 약화돼, 오히려 견탁(見濁)의
세상을 좋아하고 번뇌탁(煩惱濁)의 세상에 사로잡혀, 인간의 올바른 도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득세를 하고 권력을 잡도록 사람들이 돕는 혼탁한 세상을 말한다.
정치, 사회, 학문, 예술, 문학 등이 혼탁하고 막장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깃털처럼 가벼운 책들을 선호하고, 개똥철학이나 감정의 표피만 잘근거리며
건드리는 책들에 열광하는 것도 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
작금엔 함량 미달자들이 지도자를 자처하고, 인격과 영혼의 성숙, 지혜를 전혀
갖추지 못한 자들이 얕은 지식과 기술만으로 멘토를 자처하며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일삼고 있다.
한데도 사람들이 이를 알아채지 못한 채 어리석게 부화뇌동하거나 추종한다.
이는 지금 세상이 <견탁>과 <번뇌탁>, <중색탁>이 극심한 지경에 이른 탓이다.
다섯째, 명탁(命濁)이다.
명탁은 말세(末世)가 다가옴에 따라 인간의 탐욕이 낳은 악업이 늘어나서 사람의
수명이 점차 짧아져, 백년을 채우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과학과 의술이 눈부시게 발달해 정점에 올랐어도, 인간의 생명은 백년을
채우지 못한다.
돈 많은 재벌들은 물론이고, 권력의 정점에 올랐던 대통령들 또한 같은 처지이다.
또 고위관리와 유명인으로 부귀영달을 누린 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양 고대사나 동양 고대사에 나오는 수천 년 전 인물들이 기본적으로 몇 백살에서,
많게는 천 살에 가까울 정도로 장수를 누린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 또한 오탁악세(五濁惡世)의 특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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