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가 계절마다 챙겨보내준 옷들이 드레스 룸 하나를 채우고도 남는다.
얼굴도 모르는 그녀는 그동안 다른 이들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예쁘고 멋진
옷들을 참 많이도 보내줬다.
내가 운동에 신경쓰는 것은 주치의의 강력한 권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실 그녀가 보내준 옷들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 예쁜 옷들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악착같이 운동하고, 식탐에 물들지 않으려고 늘 애쓴다.
한 달 전쯤 그녀가 아주 특별한 옷을 보내왔다.
그녀는 옷을 보내기 전, 이런 편지를 보냈다.
"이 옷은 내 마음에 드는 옷이에요."
그녀가 옷을 보낼 때 이런 말을 한 적은 그동안 단 한번도 없다.
처음이었다.
진짜 그녀 맘에 들어서 보낸 옷이다.
과연 세련되고... 멋지고... 고급스러웠다.
우린 취향과 안목이 비슷하니, 내 맘에도 꼭 들었다.
코트와 바지가 세트인 옷인데, 그냥 봐서는 잘 모르고 입었을 때의
세련됨과 간지가 장난이 아니다.
내가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옷이다.
한데...
그 옷을 아무 때나 입고 다닐 순 없다.
매일 많은 짐을 들고 버스를 타기 위해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하루에 버스를 4번이나 탄다.
그래서 신발은 늘 편한 웨즈힐이다.
운동화 수준으로 편하다.
요즘은 가장 편한 옷차림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 멋진 옷을 입을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초여름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특별한 옷을 선물 받았으면 예쁘게 입고 사진이라도 찍어 올려야
보낸 사람도 보람이 있을 터인데, 매일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단 한번도 입고 외출하지 못한 채 그만 계절이 바뀌고 말았다.
그녀에게 미안한 이유이다.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대신 사진을 찍어 올린다.
한데, 이상하게 이 옷은 사진으론 색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불빛 때문인지 고급스럽고 멋진 색상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
실제가 훨씬 더 멋지다.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구두도 그녀가 보내준 것이다.>
* 다른 멋진 옷들도 함께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