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동안 TV나 라디오, 음악, 그리고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베란다에다
임시로 책상을 마련했다.
그만큼 고도의 정신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바쁜 나는 그동안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에 탈진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다녔다.
한데...
오늘 처음으로 병원을 가지 못했다.
그만큼 봐야 할 책이 많고, 작업해야 할 게 많다.
공부하는 장소를 작업실이 아닌, 베란다로 옮긴 것은 그만큼 읽을 책이 많고
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밤이 깊어가자 베란다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작업실 안과는 온도 자체가 사뭇 다르다.
안에 들어와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 에스프레소 한 잔을 빼서 다시
베란다로 나갔다.
아마도 주말 이틀 동안은 줄곧 베란다에서 지내야 할 것 같다.
작업실을 환하게 만들던 만발한 쟈스민 꽃도... 제라늄도... 나를 따라서
베란다로 함께 나갔다.
책상 앞에서 환한 모습으로, 복욱(馥郁)한 향기로 나를 격려하고 성원하는
고마운 꽃들!...
베란다는 마치 숲처럼 온통 녹색이다.
그래서 베란다에서 지내도 쓸쓸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