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날인 5월 5일 공휴일!...
아침부터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일에만 시달린 게 아니라, 천장이 심하게 흔들려 하루종일 괴로웠다.
쿵쾅, 쿵쾅!...
세상에 그럴 수는 없다.
어떻게 잠시도 쉬지 않고 하루종일 뛸 수가 있는지 정말 불가사의했다.
얼마 전, 새로 이사온 윗집에서 나는 소음이었다.
어린아이가 하루종일 뛰었다.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뛰어다녔다.
저렇게 뛰는 아이를 어떻게 부모가 만류하지 않는지 진정 이해 불가였다.
내 머리엔 하루 내내, 역시사지(易地思之)... 타인과의 감정이입... EI
(emotional intelligence)...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인성... 예절 등 여러가지 낱말들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리고 나중엔 진심으로 걱정스런 마음까지 들었다.
'혹시 아이가 ADHD가 아닐까?... 저 정도면 빨리 상담을 받아보고 치료를
해야 효과가 좋을텐데...!
ADHD 치료가 늦어지면, 성인이 된 후에 성격장애 또는 인격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심으로 걱정돼서 든 생각이었다.
다 저물녘, 내가 급히 산책을 다녀온 건 바로 이 소음 때문이었다.
밤이 깊어져도 소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밤 10시까지 기다렸건만, 쿵쾅 쿵쾅 아이가 뛰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저렇게 계속 뛰면 밤 11시, 12시가 될 때까지 계속 뛸 것이다.'...
'새로 이사 오자마자 저런 행동을 한다면, 지금 얘기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하루종일 일에 시달리다 왔는데, 밤에도 쉴 수 없게 천장이 흔들린다면
이건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었다.
나는 신중하게 인터폰을 들었다.
그리고 경비 아저씨에게 전후 사정을 얘기한 후, "절대로 상대방이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얘기를 잘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잠시 후, 소음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퇴근한 나는 대문에 붙어있는 한 장의 편지와 음료수 박스를 발견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편지 내용을 읽어보니 그나마 미안지심을 아는 예절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아
천만다행이었다.
선물은 과도했고, "3개월 정도만 양해해 달라."는 편지 내용은 나를 고뇌하게
만들었다.
일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고 추측컨대, 이전에 살던 집에서도 아이 때문에 문제
제기가 있었던 듯싶었다.
내가 직접 인터폰으로 연락해 항의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혹여 짜증스런 마음이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전해질까 저어해서였다. 이쪽에서 짜증을 내거나 분노하는 걸 감지하면, 저쪽에서 나오는 말도 험하거나
격하다.
내가 짜증스런 마음을 삭히고, 아이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던 것도
이웃과의 불필요한 불화를 막기 위해서였다.
기운은 파동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감추어지지 않고, 직감적으로 또 본능적으로 느낀다.
우리는 이런 인간관계에서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가 있다.
내가 분노하는 마음을 가지고 따지고 항의했다면, 상대방도 이렇게 예의있게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양해도 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쪽에서 최대한 참고, 기다려주고, 또 예의를 차렸기 때문에 상대방도 최대한
예의를 지킨 것이다.
분노는 공기처럼 번진다.
분노는 그 어느 것보다도 전염성이 강하다.
분노나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타인을 통해 푸는 자는 한마디로 측은지심
(惻隱之心)이 없는 인간이다.
아무리 많은 걸 알고 있어도, 또 아무리 큰 권력을 잡고 있어도, 아무리 많은 걸 갖고
누리고 있다 해도,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는 영적으로 하품(下品)에 속하는
허접한 인간에 불과하다.
고래로부터 군자(君子)로 특정지을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조건 중 하나로 제시된 게
바로 자기 절제와 측은지심이다.
하루종일 소음을 참고 기다려준 나도... 저런 예의를 표하고 양해를 구하는 사람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편지 내용이 이를 증명한다.
그나저나 휴일마다 소음을 피해 등산을 가던지, 놀러가던지 해야 할텐데...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