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개자리 여인숙>
소나무 사이로 별의 동녘이 움트는
큰개자리 여인숙.
오늘 하루, 나 거기서 묵었다 가려 하네.
거인 사냥꾼 오리온은
왼쪽 옆구리에 끼기 좋은 하프 모양으로 누웠고,
얼음 붙은 쩡쩡한 소리로
태백성이 호수를 타종하는 곳...
그뭄이란 눈 덮인 숲길은 더욱 빛나
별의 성역으로 가는 길이 은싸라기를 뿌려놓은 듯하네.
발 아래 밟히는 아깔나무의 열매.
당의정 같은 토끼들의 똥,
섬뜩하게 살별이 긋고 지나간 하늘엔 서기가 감돌고
별빛으로 휑궈낸 머릿속은 맑은 고량주 빛깔로 찰랑이네.
그곳, 밤이 나의 성좌임을
칠흑 어둠의 의지로 발화케 하는 곳에
도수 높은 내 명정의 간이 숙소가 있네.
순도 높은 휴식, 밤의 호의가 있네.
씨곡 알알이 벼를 볏듯 발아하는 별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지만,
근육이 미소짓는 힘.
그런 힘으로 길은 골짜기를 걸터듬어 산정으로 오르고,
새의 향기를 맡은 별들이 숲정이로 내려앉네.
밤의 처마 네 귀퉁이에 열린 별의 풍경이
내 입김에 눈꽃처럼 녹아내릴 즈음...
내 아득한 꿈으로 애벌씻은 하늘엔 운빈 걷히고,
그렁그렁한 슬픔도 넘칠 듯 늘어
호박의 아주 오래된 온기를 지니네.
그 따뜻함, 훗훗함은
우주의 늘봄으로 지하 광석들을 꿈틀거리게 하네.
밤의 저 절대적인 싹들...
항성의 나무들...
성도 한 가운데 깊숙이 멧부리 들고 솟은 나의 노래는
수목 한계선 너머 은허문자의 영토를
밤새워 은유하다 가리.
큰개자리 여인숙.
그 객사의 하룻밤...
<김영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