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도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비를 구하기 위해서도 기도를 하고...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도 기도를 한다.
책을 보다가도 기도를 하고...
운동을 하다가도 기도를 한다.
그만큼 요즘 생활이 신산하고 심신이 고달프기 때문일까?
최근 기도하는 시간이 참 많아졌다.
어느 날은 24시간 동안 식사를 못하고,
어느 날은 김밥 한 개로 하루의 끼니를 때운다.
어제는 김밥이 다 팔려 결국 라면에 손을 댔다.
시간도 부족하고, 날씨가 워낙 추워 식당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종일 굶다가 저녁에 매점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평소 라면은 나의 적이다, 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종일 식사를 못한
터에 김밥까지 없으니 생각지 않게 라면에 손을 대게 됐다.
매점 옆 휴게실에서 젊은 학생들 사이에 끼어 컵라면을 먹으면서,
"이 나이에 라면이라니...!" 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생각할수록 기가 차다.
이몽(異夢)을 쓸 때도, 하루에 김밥 한 줄과 컵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웠다.
그러다가 결국 영양실조로 쓰려졌고, 아직도 나는 발에 철심을 4개나 박고
있다.
한데...
그땐 지금보다 젊기나 했지.
이 나이에, 더구나 다이어트식이 일상화된 내가 다시 컵라면과 김밥에
손을 대게 되니 한마디로 착잡하다.
매점에서 무려 7년 동안 본 직원이 라면을 사는 내게... "차라리 앞으로
도시락을 싸오라."고 권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닭가슴살 샐러드에 일본 참깨 소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녀의 조언 때문이었다.
한데, 오늘은 새로운 소스를 알려준다.
매실청에 레몬을 섞고 참기름을 약간 섞으면, 맛있는 닭고기 샐러드 소스가
된다고 한다.
그녀가 샐러드 소스에 통달한 건 바로 남편 때문이다.
운동광인 남편을 위해 닭고기 요리를 많이 하다보니,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생겼다.
그녀는 그것을 내게 알려주곤 한다.
매실청은 지난 봄 이미 담궈놓았다.
아마도 나는 한동안 매실청 레몬소스를 신나게 만들 게 분명하다.
그녀에게 "자기, 고마워." 하고 인사를 건넸다.
한데, 그녀가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고...
자기처럼 마냥 편하게 살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당황한 내가...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까르륵 웃던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하긴... 나는 마냥 편하게만 사니까 겨우 매점 직원이나 하고 있는
거겠죠?"
하며 또 까르륵 웃는다.
그녀의 엉뚱한 고백에 나도 간만에 크게 웃었다.
매점이 여러 군데라 직원들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계속 로테이션을 하기
때문에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한데, 7년 동안 3군데의 각각 다른 매점에서 그녀와 마주쳤다.
성격 좋은 그녀는 늘 다정히 대해주고, 또 친절하다.
그녀와의 인연 결코 가볍지 않은 듯하다.
하루종일 컵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늦은 밤 운동 가는 그 기분...
당신이 알랑가 몰라.
운동을 하면서도 "아유, 힘들어." 소리가 절로 나오고, 때론 이상한 신음
소리가 터져나와 운동하던 남자들이 일제히 쳐다보기도 한다.
아마도 신음소리가 꽤 도발적이었던 듯...!^^
내 바쁜 하루 일과는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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