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파장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독자들과 블로그 방문자들이 <지난 하루를 참회한다.>를 읽은 후, 사건 내용을 알고
싶다고 난리법석이다.
멘탈 강한 작가가 그런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니, 아마도 호기심이 충천한
모양이다.
대체 무슨 일이죠?...
천하의 쌤이 그런 마음의 고통을 당하다니 충격이에요.
무슨 일이죠?...
내용을 알려주세요. ..
응원합니다, 화이팅!...
왜 내용을 말씀 안 하시는 거죠?...
제자들도 난리이다.
문자에... 전화에...
부담스러워 전화도 받지 않았다.
외국에 있는 독자들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워낙 심리적인 피로가 심해 당분간 포스팅을 쉴 생각이었다.
한데, 한 독자가 이런 쪽지를 날렸다.
작가님! 왜 아무 말씀을 안 하시는 거죠?
블로그 방문자들을 벌 주는 건가요?...
상황이 여기에까지 이르니, 하는 수없이 억지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한데 말이다...
이런 호기심은 사절이다.
얘기를 안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얘기 안 하는 것이다.
이럴 땐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아우성치며 자꾸 물어서는 안된다.
한마디로, 번거롭다.
나는 말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제일 걱정인 게 사부(師傅)이다.
사부는 인터넷을 안한다.
한데...
만일 주위사람들 중에 내 포스팅을 본 사람이 사부에게 <지난 하루를 참회한다.>는
내용을 전했다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단 한사람 사부에게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래서 사부는 내가 무슨 일을 시작했는지 안다.
때문에 어떤 장소에서, 누구에 의해 그런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지 사부는 금방 짐작할
것이다.
독자들도 알다시피 난 설날 명절에 사부를 찾아뵙지 못했다.
명절 끝난 다음에 찾아뵙겠다고 전화로 미리 말했고, 설날에 포스팅을 하며 다시
그 말을 전했다.
그래서 토요일, 바로 오늘 찾아뵐 예정이었다.
한데...
만일 오늘 찾아뵈었다가, 사부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 내용들을
얘기해야야만 할 것이다.
내가 사실대로 말한다면, 사부의 그 점잖은 입에서 바로 욕설이 튀어나올 게 자명하다.
그리고 세상을 개탄하고, 사부 또한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계속 망설이다가 오늘 결국 사부를 찾아뵙지 못했다.
씁쓸한 일이다.
독자들에겐 미안하다.
블로그 글은 그냥 읽으면 되지, 그렇게까지 걱정할 줄은 미처 몰랐다.
괜한 포스팅을 했다, 싶을 정도이다.
한데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주면 안 되겠니?...
그날 난, 언젠가 약사가 약을 주면서 절대로 한 알 이상 먹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던
안정제를 두 알이나 먹고, 새벽녘에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그만큼 그날 일은 내겐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사건을 정리하기 위해 <지난 하루를 참회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걱정할 줄은 몰랐다.
그냥 잊어라!
그리고 더 이상 묻지 말라!
대답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나도 잊으려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소중한 교훈 하나를 얻을 수가 있다.
우월한 지위에 있을 때, 또는 칼자루를 쥐었다고 생각할 때, 절대로 함부로 갑질하지
말라!...
누구를 만나든 함부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
그게 바로 인격이고, 영혼의 수준이다.
이는 상대방 한 사람에게만 고통을 주는 게 아니다.
이번 사건처럼 생각하지도 못한 많은 사람들이 연관돼 여러 사람들이 고통받게 된다.
이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타인을 배려하거나 또는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에 대해 연민이나
죄책감이 없다.
아무렇지도 않게 함부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고통을 주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고, 연민을 느끼지도 못한다.
타고난 성품이 어질지 못할 뿐더러, 인격 또한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군림하려 하거나, 고통을 주면서 즐거움을 느끼거나, 갑질하는데서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번 일에서 보듯, 생각지도 못한 여러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불쾌하게 생각
하며 또 세상을 개탄하게 만든다.
내가 사부에게 사실을 말할 수가 없어 인사를 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걱정
때문이다.
사실을 얘기한다면 사부는 얼마나 충격을 받을 것이며, 사부가 다시 주위사람들에게
얘기를 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심해하며 개탄할지 명약관화하다. 그래서 차라리 침묵하려 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사부에게 인사를 못가게 생겼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이번에 있던 고통스런 일을 통해, 우리는 이런 소중한 교훈 하나를 새롭게 깨달았다.
때문에 여기서 만족해야 한다.
내게 사연을 자꾸 묻지 말라!
원치 않는 일을 자꾸 묻는 건 예의가 아니다.
독자들에겐 본의 아니게 걱정을 끼치게 됐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