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子之交淡若水, 小人之交甘若醴.
君子淡以親, 小人甘以絶.
彼無故以合者, 則無故以離.
<장자(莊子), 명심보감(明心寶鑑)>
군자의 사귐은 물같이 담백하고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콤하다.
군자는 담백하기에 친해지고,
소인은 달콤하기에 갈라선다.
까닭 없이 맺어진 것은 까닭 없이 떠나간다.
* 나와 사부(師傅)와의 관계처럼 이상한 인간관계도 세상에 또 없다.
사부를 만난지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차 한 잔 함께 마신 적도 없다.
나는 사부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모르며, 사부 또한 챠트에서 일부러 찾지 않는 한 내
연락처를 모른다.
내가 사부를 본 것은 작년 9월이다.
생각해보니 벌써 5개월이 넘었다.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의하러 갔을 때이다.
첫 마라톤 대회도 완주하고, 그 후에 큰 마라톤 대회에서 상도 탔건만 한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
병원을 방문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
서로 무심해도 그렇게 무심할 수가 없다.
담백한 관계로 치자면 이 세상에 사부와 나의 관계처럼 담백한 사이도 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겐 유일한 사부(師傅)이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말이 통하고, 뜻이 통한다.
무슨 일이든 가장 먼저 상의하며, 또 나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서로 연락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하고, 또 나를 가장 많이 인정하며, 늘 어버이의
마음으로 내가 잘 되기를 바라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젊은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것도, 사부가 나보다 나이가 더 젊은 것과 연관이
있다.
어제 오랫만에 사부에게 전화를 했다.
새해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이다.
명절이 끝나면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
나는 사부와의 무심할 정도의 담백한 관계를 생각할 때마다 장자(莊子)의 말이
생각나곤 한다.
군자의 사귐은 물같이 담백하고
소인의 사귐은 단술처럼 달콤하다.
군자는 담백하기에 친해지고,
소인은 달콤하기에 갈라선다.
까닭 없이 맺어진 것은 까닭 없이 떠나간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실로 명언(名言)이다.
그동안의 인간관계들을 돌이켜 볼 때, 이 말이야말로 진실(眞實)이다.
물 같이 담백한 인간관계가 오래 간다.
친구도 그렇고, 벗인 도반(道伴)도 그렇다.
소란스럽고 요란한 관계일수록, 만나는 사람마다 껌벅하며 모든 것을 다 내어줄 듯
단술처럼 달콤한 관계일수록, 인간관계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군자는 담백하기에 친해지지만, 소인은 오히려 달콤하기에 갈라선다.
계산해서 만나고, 뭔가를 바래서 만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만나면, 너무 쉽게
헤어진다.
이해관계에 금이 가면 상대가 필요 없어지고, 금방 다른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착하지 않고, 무심한 인간관계가 오히려 더 건강하고 오래 간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진지하고 신중하지 못한 채 요란법석 떠드는 사랑일수록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끝내 서로를 원망하며 좋지 않게 끝난다.
탐욕과 이해관계로 맺어진 관계는 오래 가지 못한다.
장자의 말처럼... 뜬금없이, 까닭 없이 맺어진 것은 까닭없이 떠나간다.
인연이 깊어야만 오래 간다.
그리고 그 인연(因緣)을 깨끗하고 소중하게 유지하려는 노력 또한 필수적으로 따라주어야
한다.
담백한 인간관계, 무심한 인간관계, 욕심을 버린 관계가 더 오래 가는 이유이다.
사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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