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과 송년, 명절 때마다 도서관에서 있을 때가 좋았다.
이는 내가 오랫동안 지켜 온 신성한 의식이나 관례 같은 것인지라, 지인이나 친구들은
늘 그러려니... 당연하게 생각하곤 했었다.
그래서 명절 때면 친구들이 명절 음식을 싸가지고 도서관까지 찾아와 열람실에 있는
나를 불러내 음식을 함께 하며 수다를 떨다 가곤 했다.
한데, 몇 년 전부터 집에서 명절을 쉬다보니 자연히 명절 음식을 내가 직접 만들게
됐다.
친구들은 "명절 음식 만들어서 갖다줄테니, 그럴 시간에 책이나 보라."고 얘기하지만,
그게 또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접대할 사람들도 있는데, 남이 갖다 준 명절 음식을 주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요즘은 명절 때마다 직접 음식을 만들곤 한다.
이런 신기한 일을 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 재미를 느껴, 아예 명절 때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려고 꽤 귀찮게 한다.
아마도 너무 만나기가 힘드니까, 이럴 때 한번 맘놓고 수다떨고 싶어하는 것일 게다.
때문에 이번에도 명절을 앞두고 장을 몇 번씩이나 봐야 했다.
육류는 맛있게 잘 하는 곳에서 미리 양념한 것을 구입했고, 와인 안주로 좋은 고급 치즈 등은
미리 준비해 두었다.
과일과 음료들도 미리 구입했다.
... 그럼에도 준비할 게 적지 않다.
꽤 번거로운 일이다.
그나저나 이걸 언제 다한다냐...?
장 봐 온 물건을 보면서 수시로 중얼거리고 있다.
"명절 때마다 도서관에 있을 때가 좋았다."...
"친구들이 음식 만들어 도서관에 갖다 줘 소풍 온 것처럼 편히 먹던 때가 좋았다."...
"바쁜 일만 없다면, 외국 여행을 갔으면 좋았을텐데..."
대체, 이걸 언제 다할는지...!?
<올리브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카놀라유, 그리고 발사믹 식초>
<술도 여러가지로 준비하고...>
<내가 마실 술은 따로 준비했음. 이 정도면 과음 아닌가 몰라.^^>
* 기분 전환을 위해 일단 고기김치전 한 판 만들고...
* 진하게 원두 커피도 내리고...
맥주 한 잔 할까나?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