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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立春大吉)

아라홍련 2015. 2. 4. 23:30

 

 

 

  

          입춘(立春)

 

           오늘은 입춘이다. 

           을미년 봄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하는 때... ​

              ​입춘(立春)태양의 황경(黃經)이 315도일 때를 말한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발표한 올해 입춘의 입절시간(入節時間)은 낮 12시 58분이었다.

                        

              고려사(高麗史) 예지(禮志)<입춘하의조(立春賀儀條)>를 보면...

              '인일(人日)의 축하 예식과 동일하나 , 다만 입춘에는 춘번자(春幡子)를 받는다.'

              기록돼 있다.

              춘번자란... ​비단을 잘라서 만든 작은 표기를 말하는데, 고려 시대 입춘 때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하던 물품이다.  

              입춘날에 백관이 대전(大殿)에 가서 입춘절을 축하하면, 왕은 그들에게 춘번자를 주고,

              관리들에게 입춘 휴가를 주었다.

              조선시대에도 입춘을  맞이하는 정성이 지극해 열흘 전부터 준비를 했다.

              왕은 고위 대신들로부터 입춘 하례를 받았으며, 입춘 날에는 조정의 모든 관료들이 집에서

              쉴 수 있도록 휴무일로 지정했다.

              승정원에서는 초계문신(抄啓文臣)시종신(侍從臣)에게 궁전의 춘첩자(春帖子)를 지어

              올리게 했다.

              초계문신이란... 당하 문관 중, 문학에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뽑아서 다달이 강독과

              제술의 시험을 보게 하던 관리들을 말한다.

              또 시종신이란...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며 국사를 처리하던 홍문관의 옥당이나 사헌부,

              사간원의 대간, 예문관의 검열, 승정원의 주서 등의 통칭이다. 

              승정원에서는 이들에게 춘첩자를 지어 올리게 한 뒤, 패()로써 제(提學)을 불러서

              운() 자를 내고 채점하도록 했다.

                   제학이란... 규장각의 종일품이나 정이품 벼슬, 그리고 예문관과 홍문관의 종이품 벼슬을

              말한다.

              제학이 가장 뛰어난 글을 뽑아 왕에게 올리면, 왕이 보고난 뒤 춘련을 써서 궁궐 문이나

              기둥에 붙이도록 했다.

 

              관상감(觀象監)에서는 주사(朱砂)로 사귀를 물리치기 위해서 사문(辟邪文) 써서

              왕에게 바치면, 관리들은 벽사문을 궁궐 안 곳곳의 문설주에 붙였다.

                   이를 춘부(立春符)라고 한다.

                   이런 왕실 풍속이 민가의 풍습으로 전래돼, 오늘날까지도 민간에서 이어지고 있다.

              불교에서도 '마음에 봄이 오면 얼어붙은 마음의 모든 번뇌가 녹아내려 깨달음을 얻는다.'

              하여 입춘행사를 크게 한다.                        

 

                  춘에는 춘오신반(立春五辛盤)이라 하여 매운맛이 나는 싱싱한 나물인 오신채(五辛菜)

              준비해 먹었다.

              일종의 자극성 있는 모듬나물이다.  

              지방마다 나물의 종류가 다르나 주로 파, 마늘, 달래, 부추, 미나리 새순 등을 준비했다.

              5가지 나물은 오행(五行)을 특징하는 색상인 방색(五方色)과 상관이 있다.

              그래서 노란색 나물을 중앙에 놓고 그 주변으로 동서남북, 즉 청색과 적색, 흑색, 백색의

              나물을 배치한 뒤, 이를 겨자 등의 양념에 무쳐내 먹었다.

 

                   입춘에는 탕평채(蕩平菜)를 만들어 먹었다.

              탕평채는 이백여 년 전, 조선 제 21대 임금인 영조(英祖)가  당파 싸움을 없애기 위해 

              탕평책을 논의했던 날 처음 선을 보여서 얻어진 이름이다. 

              탕평채는 녹두묵을 젓가락 굵기로 썰어서 참기름, 소금으로 버무려 담고, 숙주와 미나리,

              물쑥을 데치고, 다진 고기는 볶고, 김 부순 것과 달걀 황백 지단은 채로 썰어 모두 가지런히 

              담은 뒤, 새콤한 초장을 뿌려서 먹던 음식이다.

              왕이 입춘 때 오신채를 진상받아 중신들에게 나누어 먹인 뜻은, 사색 당쟁을 타파하고

              화합을 이루자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백성들 또한 오신채를 먹으며 화목하게 지내고, 사람이 갖추어야 하는 다섯 가지 도리인

              오상, 즉 인(), (), (), ()()을 증진시키려는 다짐의 뜻이 깃들어 있다.

              그 외에도 입춘 때에는 산적과 죽순나물, 죽순찜과 죽순회, 냉이나물과 산갓, 달래나물을

              먹었다.

 

              하지만, 오신채는 자극을 주는 정력음식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불가에서는 금하던 음식

              이다.

              참선하는 절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기록한 선원청규(禪苑淸規)에는 '절간의 수도승들에게는

              오훈을 금한다.'고 기록돼 있다. 

              오훈(五暈)은 바로 오신채를 뜻한다.  

              오훈은 종교별로 뜻하는 바가 다르다.​

              불가(佛家)에서는 마늘, 달래, 무릇, 김장파, 실파를 뜻한다.

              하지만 도가(道家)에서는 부추와 자총이, 마늘, 평지, 무릇을 뜻한다.

              무릇은 파, 마늘과 비슷해 보이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불가와 도가 모두, 오신채가 '음욕과 분노를 일으키는 음식'이라고 하여 수도승들이 먹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정했다.

              이들 채소가 (陽)의 기운을 발동시키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사리는 양의 기운을 누르는 음 기운의 음식이기 때문에 불가에서 승려들이 자주

              먹는다. 

              알고보면 절기(節氣) 하나에도... 세시풍속 하나에도... 음식 하나에도... 이렇게 깊고

              오묘한 뜻은 물론, 역사와 전통이 비밀처럼 숨겨져 있다.

              단지 사람들이 모를 뿐이다. 

                                    ​

              동양에서 입춘을 크게 생각하는 이유는,  24절기 중 새해가 시작되는 첫 절기이기 때문

              이다.

              입춘 전날이 바로 절분(節分)이다.

              이는 '철의 마지막'이란 뜻이다. 

              겨울의 끝을 의미한다.

              이렇듯, 추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의 길목에 들어섰으니 얼마나 경사스러운 날인가?...

              입춘축(立春祝)인 입춘첩(立春帖)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건양다경(建陽多慶)' '봄이 왔으니 크게 길하고, 따뜻기운이 감도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있으라.'는 일종의 축원문(祝願文)이다.

                             

                   봄을 기다리면서, 희망의 씨앗을 마음에 품고 추위와 싸우는 것 또한 고된 인생살이에서의

              중요한 수행에 름 아니다. 

              때가 되면, 만화방창한 봄은 반드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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