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요즘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축구경기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만약 대통령이 슈틸리케 감독처럼 국정을 운영하는데 용병술이 좋고, 전술과 전략이
탁월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는 비단 현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전직 대통령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만일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처럼, 인사권을 행사할 때마다
냉철하게... 실력대로... 적시적소에... 자신의 선호도와는 아무 상관없이... 또 논공
행상과 관련없이... 가장 적당한 인재를 뽑아... 공명정대하게 인사를 운용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통령이 슈틸리게 감독처럼 판단력이 좋고, 냉철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었다면 나라 꼴이 이모양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축구경기를 볼 때마다
들곤 한다.
최근엔 전직 대통령이 자서전을 발표해 현 대통령을 비방하고, 이를 반박하는 논평을
내는 일이 있었다.
임기 중 전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적 공격을 받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민의 삶의 향상에 별로 기여한 일도 없이 벌써 레임덕이 찾아왔나 싶어, 모두들
개탄스러워 하며 걱정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국가 대표팀을 이끌며 선수를 기용하는 용병술을 보거나 냉철한 판단력,
정확하면서도 다양한 전략, 신의 한 수처럼 보이는 과감한 작전, 그리고 위기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들을 보면 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앞서 국가대표팀 을 맡았던 감독은 이상한 고집과 이해할 수 없는 관용으로, 당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선수를 중요 경기마다 기용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이상한 논리로 끝까지 밀어붙이다가, 결국 경기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감독직
에서 물러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바로 판단력 부족과 이상한 고집, 안목 부재, 냉철함 부족,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들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 주원인이었다.
만일 그가 당시 국가 대표팀 감독 제의를 고사하고, 은퇴 후 계획했던 대로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지도자 수업을 철저히 받고 온 후 나이와 실력, 인격이 성숙해진 다음 대표팀 감독을
맡았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존경받는 축구 지도자로 국민의 뇌리에 각인됐을 것이다.
이를 볼 때, 성현(聖賢)들의 가르침처럼, 실력이 무르익지 않은 사람이 걸맞지 않는 자리에
올라가는 것은 결코 명예나 영광이 아닌, 오히려 자신을 찌르게 되는 무기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감독을 비교해보면, 가장 극명하게 차이나는 게 바로 뛰어난 용병술과 냉철한 판단력,
그리고 정확한 안목이다.
슈틸리게 감독은 선수를 기용함에 있어 실력과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뽑는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친밀도, 선호도는 고려하지 않는다.
외국인 특히 독일인이라 그런 면도 있지만, 실상 이런 점들은 그 사람의 인격과 기질, 또한
실력과 성격적 특성 등에 기인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의 인기나 명성을 보지 않는다.
오로지 실력과 가능성 만을 중요하게 여긴다.
실용적인 축구가 가능한 이유이다.
전략을 다양하고 과감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슈틸리케 감독의 이런 특성들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스포츠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국가나 단체, 조직의 지도자도 마찬가지이다.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재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적시적소에 안배하는 능력, 상황을 파악하는 냉철한
판단력, 위기 대응능력, 그리고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과감한 전략이다.
이런 지도자가 있으면 국민들은 결과가 좋지 않은 때에도, 결코 지도자를 욕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지도자들을 찾기가 힘들다.
냉철한 판단력에 앞서 인맥, 학맥, 관맥, 혈연, 친밀도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리사욕만 앞세울 뿐, 국민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
2015 AFC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준우승을 했다.
피파 랭킹 69위인 한국은 피파 랭킹 100위인 개최국 호주를 맞아서 투혼을 펼쳤으나,
한 골 차이를 만회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호주가 먼저 선취골을 냈고, 손흥민이 후반전이 끝나기 직전 멋진 골을 넣어 연장전까지
갔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호주가 한 골을 더 넣은 반면, 한국은 만회하지 못해 결국 준우승에
그쳤다.
그렇다면 피파 랭킹이 한국보다 31계단이나 낮은 호주의 경기력이 한국보다 좋고,
우승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호주의 피파 랭킹이 낮은 건 경기력이 좋지 못해서가 아니다.
2014년 A매치의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11전 1승 2무 8패로 아주 저조했다.
이 때문에 피파 랭킹이 100위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다시피 호주 대표팀의 경기력은 아시아 최강으로 꼽힌다.
이는 역대 전적으로도 증명이 된다.
2010년 이후 벌어진 한국 대 호주의 전적을 살펴보면, 1무 2패로 한국이 열세이다.
역대 전적을 모두 살펴보면, 24전 6승 10무 8패였다.
처음부터 호주는 만만히 볼 나라가 아니었다.
거기다 개최국 프리미엄 효과 라는 이점까지 있었다.
경기가 열린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은 8만 명이 들어갈 수가 있는데, 한국 응원단은
만 명 정도였고 나머지 7만 명이 호주인이었다.
이런 열기도 경기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시합이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최선을 다해 잘 싸웠으면, 국민은 절대로 욕하지 않는다.
이 정도의 판단력은 다혈질인 한국민들도 가지고 있다.
2015 AFC 아시안컵을 통해 한국 대표팀엔 우수한 새로운 선수들이 발굴됐다.
공격수 이정협과 수비수 김진수, 골키퍼 김진현이 대표팀에 기용된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냉철한 판단력과 안목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이 결승전까지 오게 된 데에는 스타 선수들도 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활약이 컸다.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은 4강과 8강에서 연이어 골을 넣어 한국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또 측면을 책임지고 있는 '김진수' 선수는 전경기에 출전해 상대의 측면 공격을 무력화
시켰다.
특히 골키퍼인 김진현 선수의 선방이 대단했다.
오늘도 날카롭고 과감한 펀칭으로 상대방 골을 막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가 아니었으면 4강까지 무실점으로 올라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5개의 경기에 출전, 4경기 무실점을 기록했다.
17개의 슈팅 중 단 2개의 골만 허용했다.
선방률이 무려 88%를 상회한다.
'3번 골키퍼'로 대표팀을 가끔 들락거린 김진현은, 브라질 월드컵에선 이범영에게 그
자리마저 내주고 최종 명단에서도 제외되는 무명의 선수였다.
그러다가 슈틸리게 감독의 눈에 띄어 이번 아시안컵 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정말 대단한 선수를 발굴했다.
이번 대회에서 맏형으로 선수들을 이끈 차두리 선수가 은퇴 소식을 알렸다.
띠 동갑인 어린 선수들과 갈등을 빚지 않고, 든든한 맏형님으로 대회에 임한 차두리 선수의
열정과 투지, 동료애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차두리 선수는 참여한 모든 경기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그가 공을 잡으면 일단 마음 든든해진다.
체력이 워낙 좋고 실수도 드물어, 공을 빼앗기는 일이 거의 없다.
차두리가 공을 잡으면 경기를 보는 사람도 마음이 편해진다.
한데, 이제 가장 영화로운 순간에 은퇴를 한다.
명예로운 은퇴이다.
삿되지 않은 성품과 과묵함, 순수함, 용맹함 등은 그의 덕목(德目)이다.
은퇴한 후, 아버지 차범근 감독처럼 훌륭한 축구 지도자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결승전이 끝난 뒤, 호주 대표팀의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차두리를 찾아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적지않은 나이에도 2015 호주 아시안컵 대회 마지막 순간까지 위대한 투혼을
보여준 차두리 선수가 적장(敵將)인 호주 감독까지 감동시킨 것이다.
이젠... 내조를 잘할 좋은 여자를 만나 다시 결혼도 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며
평범한 행복도 누렸으면 좋겠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인터넷을 보니 그는 경기가 끝난 뒤,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나의 마지막 축구여행은 끝이났다!!
비록 원하는 목표는 달성 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열심히
뛰어준 사랑스러운 후배들에게 무한 감사를 보낸다!
나는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화이팅!
대표팀 선수들이 결승전에서 열정과 투지를 불사르며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을 보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치꾼들이 개인의 부귀영달만 추구하거나 정쟁만 일삼지 말고, 축구선수들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정과 투지를 불사르며 뛰어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 말이다.
축구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든 사람이 비단 나뿐이었을까?...
제발 정치꾼들이 정신 좀 차리고 민초(民草)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정을
다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를 바라본다.
이번 2015 AFC 아시안컵 대회에서 최선을 다한 슈틸리케 감독과 국가대표팀
축구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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