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월 26일!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이었지.
27년 만에 한국이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하는냐를 가름하는 날이었거든.
그래서 은근 흥분까지 되더군.
아니...
'흥분'이란 단어보다는 '기대'라는 단어를 쓸게.
그게 훨씬 점잖게 느껴져.^^
내게 많이들 물어.
김시연 작가는 왜 그렇게 축구를 좋아하냐고.
내가 그동안 대표팀 축구경기에 대해 몇 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거든.
내가 축구는 좀 볼 줄 알아.
날카롭게 보거든.
그래서 축구평을 좀 하는 편이야.
하지만... 내가 축구만 좋아하는 건 아냐.
야구도 좋아해.
한데, 난 국제대회만 관심이 있어.
왜냐구?
그야 국가별 대항이니까...!
모처럼 애국심을 자극하잖아.
우리나라에 살면서 막 애국심이 솟아나는 건, 국제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
외에는 극히 드문 일이거든.
작가가 스포츠나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자기 자신을 위해서나 독자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아.
자신의 성향이나 기질과는 정반대 쪽의 일들에 관심을 갖고 행해야, 균형을
이룰수가 있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삶의 중심을 잡기가 쉬워지지.
그래야 사상과 철학, 이념도 올바로 정립되고, 무엇보다 삶이 담백해져.
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운동도 안 하고, 스포츠도 안 좋아하고, 맨날 골초처럼
담배나 피면서, 알콜중독자처럼 술이나 퍼마시고, 자유연애 운운하며 프리섹스나
즐기면서 개똥철학이나 마구 지껄이고 다닌다면, 그 꼴이 어떻겠어?
그게 바로 그사람 자신이야.
또 그사람 영혼이고.
스스로 만든 자신의 인생이지.
한데...
난 이 진리를 비교적 일찍 깨달았던 것 같아.
이 사실을 몰랐다면 나는 아마 맨날 작업실이나 도서관에 처박혀서 바깥
출입도 안 한 채, 폐인처럼 살았을 확률이 높아.
내가 이몽(異夢) 쓸 때, 몇 년을 그렇게 살았잖아.
그거 정말 못할 짓이더군.
거기다 난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거의 안 마시니 무슨 재미가 있겠냐구.
특히 나처럼 활자중독자에다가 공부중독자일 경우, 더 말해 무엇하겠어?
아마 그래서 일찍 내 성향과 정반대의 일들을 열심히 하기 시작한 것 같아.
운동 구경을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운동을 하기 시작했지.
난 그동안 참 많은 운동을 했었어.
검도, 태권도, 테니스, 에어로빅, 수영, 단전호흡, 요가, 헬스, 마라톤 등등...
작년엔 첫 산행에 지리산 천왕봉까지 등정(登頂)했지.
이렇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콘트롤 하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고
바람직한일이야.
아무튼 난 오늘 행복했어.^^
시합에 대한 기대감이 은근 좋더군.
일단 난 오늘 외출을 안 했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경건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그 경건한 뜻과 정성이 오늘 대표팀 승리를 만들어내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하고 싶어.
그리고 난 경기를 보면서 먹을 특별식도 준비했지.
난 평소 주말을 빼곤 이런 식사를 해.
흠... 지금보니 커피가 빠졌군.
* 자세히 좀 보여줄까?
새송이 버섯과 브로콜리, 달걀, 렌틸콩, 그리고 닭가슴살이야.
그리고 자몽과 커피를 마시지.
왜 이렇게 양이 많냐구?...
이거 두 끼 식사야.
내 하루분 식사지.
* 한데, 오늘은 평일인데도 시합을 앞두고 특식을 준비했지.
이름이 좀 길어.
오리고기 샐러리 김치 철판 볶음밥!
내가 만들어본 거야.
그리고 브로콜리를 곁들였지.
한데, 뭔가 좀 허전하지?
축구경기 보면서 특별히 마시는 맥주를 이 기쁜 날 마시지 못했어.
왜냐구?
운동을 가야했거든...!
술 마시고 운동 갈 수는 없잖아.
그나저나 내가 만든 이 오리고기 샐러리 김치 철판 볶음밥 맛은
정말 대단하더군.^^
* 축구 관전평을 포스팅한 뒤, 난 운동을 갔어.
운동이 말이야... 하루만 빠져도 하기가 싫어져.
이게 나이를 먹으니까 더해지더라고.
편하고, 맛있는 거 먹고, 연애하는 거 좋아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야.
하지만 그렇게 쾌락만 추구하는 삶을 살다보면, 사바세계(娑婆世界)에
온 목적을 몰라 숙제도 못하고 그냥 지구별에 왔다 가는 게 되거든.
그래서 '인간답게' 살고 또 이 세상에 온 삶의 주제를 잘 찾아내 숙제를
제대로 하고 가려면, 본능도 적절히 눌러줄 줄 알아야 해.
그게 인간다운 삶이지.
... 이렇게 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운동을 하러 갔어.
내가 늘상 운동하는 시간을 '용기와 인내가 필요한 시간'이라고 얘기
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야.
* 운동은 잘 다녀왔어.
이 즐거운 날...
맥주를 참고 운동 다녀온 내 용기와 인내에 새삼 자부심을 느꼈어.
야심(夜深)에 내 얘긴 여기까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