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명절과 송년, 새해를 반드시 도서관에서 보냈다.
그건 나의 신성한 의식이나, 엄격한 관례 같은 것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마치 정결한 의식을 행하듯, 그렇게 명절과 송년 또는 새해를
도서관에서 맞이하곤 했다.
한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젠 그것도 여의치가 않다.
그래도 명절이나 송년, 새해가 되면 내 마음은 늘 도서관에 가 있다.
어제까지도 종일 학교에서 보냈지만,
오늘은 2014년을 마무리하는 일로 바빴다.
은행 업무도 보고...
주치의도 만나서 인사하고...
다른 병원도 다녀오고...
저녁 모임에도 갔다 왔다.
또 나를 그렇게 기다리는 단골가게들도 방문해, 올해가 가기 전에 얼굴을 보여주고
인사를 나눴다.
오는 길에는 단골 마트에 들려 그 많은 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내가 가려고 하자 뒤에서 마트가 떠나갈 듯 크게 합창을 하며 인사를 했다.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또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부잣집 사모님'으로만 알고 있다.
그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인사를 갔건만, 가게 주인들은 "언제 또 오느냐"고 물으며
벌써부터 서운해 한다.
그저...
단지 고객과 가게 주인 또는 직원의 사이일 뿐인데도,
그렇게 다정하고,
그렇게 후할 수가 없다.
오늘,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여러 개 받았다.
정(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 이렇게 지난 한 해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