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KBS 1 TV <책을 읽다>의 주인공은 바로 백석이었다.
한데 이상한 일 아닌가?...
내가 요즘 백석(白石)에 대해 블로그에 계속 포스팅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데 갑자기, 그야말로 뜬금없이 백석(白石)에 관한 방송이 나왔다.
그래서 이를 그냥 단순히 '우연'이라고만 하기엔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
정말 이상한 우연의 일치이다...
얼마전에도 내가 <선견지명>이란 내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관심을 가진 시점과 다른 사건들이 절묘하게 맞아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 방송에서는 <백선 평전>을 쓴 시인과, 국문학과 교수와, 한 출판사 편집장
등이 패널로 나왔다.
한데...
그 누구도 백석이 1942년 평양에서 결혼했던 첫 부인인 북한을 대표하는 음악가
'문경옥'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는 그만큼 취재나 자료조사를 하지 않고 방송에 출연했다는 뜻이다.
이미 지난 포스팅에서 밝혔듯, 문경옥은 백석에 대해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혼 후, 두 사람의 인생 방향이 정반대로 갈라졌기 때문이다.
'문경옥'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며 북한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자리매김했고, 또 구 소련과 독일, 동유럽 등에서 작곡가와 연주가로 명성을 떨쳤다.
10년 전인 2004년, 북한에선 '문경옥'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까지 출간됐을 정도이다.
그만큼 '문경옥'은 북한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북한 음악계의 대모이다.
반면에, 백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1959년 평양에서 추방돼 북한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삼수갑산(三水甲山)에서 인생을
마감했다.
'문경옥'은 북한에서 유명한 변호사인 '문봉'의 서녀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생아이다.
훗날 문경옥의 모친과 3남매는 살길을 찾아 '문봉'의 집을 무작정 찾아가 본가에
얹혀 살았다.
문경옥의 모친은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본가에서 식모살이를 하며 지냈다.
때문에 문경옥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깊어 그를 지칭할 때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꼭 '웃채 영감'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아버지를 졸라 피아노를 배웠고, 결국 일본 대학에 유학까지 다녀왔다.
일본 동경에서 미술대학을 다닌 친오빠 '문학수'는 백석의 친구로, 당시 화가였다.
백석과 문경옥이 혼인한건, 문학수가 자신의 여동생과 친구를 중신을 들었기 때문이다.
문경옥은 서녀일 망정, 아버지가 부를 축적한 당대의 유명한 변호사였다.
공부시키고, 또 보호막 역할을 했다.
그런 터에 백석과의 이혼사건은 북한의 유지인 문봉의 가족들과 주변 인물들에게 큰
충격과 원망을 남겼을 터이다.
관련 기록을 찾아 종합해 보면...
백석과 문경옥이 1942년 결혼했다가 일년 만에 이혼한건 백석의 모친 때문이다.
문경옥이 임신했다가 유산한 일로 시어머니와의 사이가 크게 틀어져 결국 이혼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문경옥의 연주회를 보고 감탄한 김일성이 북한 국비장학생으로 소련(구 러시아)
레닌그란드 음악원으로 7년간 유학을 보냈다.
유학 생활을 끝내고 온 '문경옥'은 승승장구하며 성공을 거두고, 북한 현대음악의 양대
산맥 중 한명으로 꼽히는 '리건우'와 재혼했다.
또 평양 음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 양성에 힘썼다.
반면에, 백석은 1959년 평양에서 추방돼 북한에서도 오지로 유명한 산수갑산의
축산 협동농장에 소속돼 여생을 양치기로 살았다.
그 후, 시인인 그는 전혀 시를 발표하지 못했다.
인텔리로 살아온 백석은 협동농장에서도 일을 전혀 할 줄 몰라, 협동농장 내에서도
웃음거리로 조롱을 받았다고, 그의 마지막 부인인 이윤희가 남한 사람들에게 밝힌
바 있다.
그래서 80년 대에 찍은 그의 가족사진을 보면, 백석보다 나이가 무려 14살이나
어린 부인이 백석보다 훨씬 더 늙어보인다.
그만큼 고생했다는걸 알 수 있다.
백석에 대한 방송을 진행하려면 최소한 PD나 작가, 패널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자료들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방송이 재미있고, 얘기거리가 풍성하며, 시청자들에게 다양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한데, 방송을 보면 패널들이 이런 공부가 제대로 안 돼 있다.
때문에 방송 내용에 알짜가 없고, 새로운 정보도 없다.
취재나 자료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석에 대해 방송에서 떠들려면, 그래도 최소한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방송을 보는 내내,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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