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람의 취향과 관심사를 알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보면 될까?...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은 그 사람의 <즐겨찾기>를 보면 된다.
그 사람이 어떤 블로그나 어떤 사이트를 자주 가는지 알면, 그 사람의 무의식적인
면까지 대부분 파악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김시연 작가는 어떤 분야가 <즐겨찾기>에 가장 많고, 또 가장 자주
방문할까?
나도 궁금해 내 <즐겨찾기>를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보았다.
역시 천문학 관련 사이트나 이와 관련된 국내외 블로그 등이 가장 많았다.
즉 NASA(미 항공우주국)나 APOD(오늘의 천체사진)를 매일 방문하고, 심지어 하루에
몇 번씩 방문할 때도 있다.
특히 APOD와 연관 있는 TWAN(The World At Night)과 이와 관련 있는 여러 사이트들을
즐겨 방문한다.
나는 NASA가 하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우주에 설치된 우주망원경들과 메시에(Messier)
목록을 꿰고 있다.
또 그 많은 성운의 모양과 이름을 다 알고 있으며, 심지어 천체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세계적
포터그래퍼들이 소속된 TWAN의 공식 멤버 33명의 얼굴과 국적, 이력, 사진까지 훤히 꿰뚫고
있을 정도이다.
또 허블 사이트는 물론, 유럽 남반구 천문대(European Southern Observatory)와 ESA
(European Space Agency)에서 나오는 학술지도 관심있게 보고 있으며, NASA의 JPL
(Jet Propulsion Laboratory) 소식도 대부분 파악하고 있다.
... 한마디로 나는 천문학 관련 사이트를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즐겨 방문한다.
내가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몽(異夢)을 쓰기 위해 고대 천문학을 공부하면서
부터이다.
즉 중국 천문서(天文書)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천문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이몽에 태백주현(太白晝見)이나 태백경천(太白經天) 같은 얘기들이 여러번 나오는건,
작가가 고대 천문서를 공부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과 관련 사료에는 당시의 천문 변화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 때부터 관심이 많아져 최초의 문명이 시작된 근동 지방과 마야 문명 등 남미 쪽, 그리고
이집트 쪽 등 고대의 천문학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미 항공우주국인 NASA나 유럽쪽, 또 남미 천문대에서 하는 일들에 관심이
퍽 많다.
또 내 블로그에서는 꾸준히 NASA의 APOD에서 공개하는 멋진 사진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로서는 천문학에 가장 관심이 많고 정보 또한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터에 최근 인터스텔라(Intersteller)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우주의 정보에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내겐 눈이 번쩍 뜨일 일이었다.
그래서 어제 바쁜 시간에 짬을 내어 영화를 보고 왔다.
상영시간이 무려 3시간이 다 됐지만, 영화 내용이나 스펙타클이 단 1초도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할 정도로 멋진 감동적인 영화였다.
상상을 근간으로 하는 SF 영화이지만, 지구의 미래를 생각할 때 앞으로 얼마든지 발생
가능한 상황을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에, 천문학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특히 흥미가
있었다.
아마도 이 영화의 내용과 상황에 대한 이해가 빨라서 더 재미있고 감동이 있었던듯
싶다.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항성 간의, 즉 '별과 별 사이'라는 뜻이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먼 거리’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인터스텔라는 이 영화의 자문으로 참여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Kip Thorne)의
논문인 <시공간의 웜홀(worm hole)과 항성 간 여행에서의 유용성(Wormholes in
Spacetime and Their Use for Interstellar Travel)>에서 따온 제목이다.
킵 손은 이 논문을 통해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인터스텔라는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감독이 킵 손의 '웜홀을 통한 시간
여행'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SF 블록버스터물이다.
웜홀은 우주의 시공간에 난 ‘벌레 구멍’을 말한다.
벌레가 사과의 반대방향으로 가기 위해 표면을 따라 가는 것보다는 중심에 뚫린
구멍을 통하면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개미가 사과 표면을 기어서도 반대쪽으로 갈 수 있지만, 만약 가운데 구멍을 뚫어
통과하면 훨씬 더 빠른 시간에 이동할 수 있다.
시공간의 다른 지점을 연결하는 구멍을 뜻하는 '웜홀(wormhole)'은 이런 '벌레 구멍'
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장거리 우주여행을 할 때,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웜홀을 통과한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1시간은 지구의 10년 정도와 같아서 임무를 빨리 완수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킵 손의 이론대로 우주 속 통로 웜홀을 통과하면 과거의 나와 마주할 수 있을까?...
과연 '시간여행'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이는 그저 이론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는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
'웜홀'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한다.
만약 '웜홀'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우주선이 그 중심을 관통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응용해 중력장(중력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에 대한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강한 중력장 속에서는 시간이 늦게 흐른다는 이론이다.
이는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합쳤고, 시공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완성시켰다.
인터스텔라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SF 영화 중, 이를 가장 잘 반영해 만들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지구와 항성 사이 거리와 시간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우주여행의 관건이다.
천재적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터스텔라’에서 황폐한 지구를 떠나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밀도있게 그렸다.
지구와 우주, 태양계와 은하계를 떠나 도착한 새로운 행성이 보여주는 광활함, 우주로
향한 놀란(Nolan) 감독의 상상력은 시공을 초월해 감동의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데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배트맨>,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인셉션> 등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 작품
에 있어서의 집중력은 대단히 감탄스러울 정도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의 각본을 쓴 놀란 감독의 친동생인 '조나단 놀란(Jonathan
Nolan)'이다.
그는 인터스텔라를 쓰기 위해 실제로 대학에서 4년 동안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다.
또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이 영화의 자문을 맡았다.
작가가 이렇게 치열하게 공부하고, 영화의 이론을 제공한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자문을
맡은 영화이니 어찌 플롯이 탄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어찌 완성도 높은 영화가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나단 놀란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폐쇄되고, 또 미우주항공국(NASA)의 예산이 삭감되는
논란의 와중에, 지구의 종말에 대한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시나리오가 완성됐을 때, 조나단 놀란은 <인터스텔라>의 감독으로 친형인 크리스토퍼
놀란을 추천했다.
같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형제가 의기투합해 결국 인터스텔라 라는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험난한 바다나 얼음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행성들은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됐다.
또 왕복 탐사선과 착륙선 등 우주선도 모두 실제 크기로 제작됐다.
무게가 각각 4.5톤이 넘는다.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호수에서 '물의 행성'을 촬영하기 위해 무려 12km에 달하는 도로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놀란 감독은 영화 배경인 옥수수밭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무려 200만 제곱미터
에 이르는 옥수수밭을 실제로 경작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와는 스케일 면이나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 비교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놀란 감독은 저명한 음악감독인 한스 짐머(Hans Zimmer)에게 인터스텔라의 영화
음악을 의뢰했다.
그는 음악을 부탁하면서 영화의 장르나 제목, 주인공이나 줄거리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
했다.
다만...
편지가 든 봉투를 줄게요.
한 페이지입니다.
이야기의 핵심에 대한 우화예요.
하루 동안 작업한 음악을 들려 주세요.
... 이렇게만 말했다.
짐머는 아무것도 모른 채, 한 페이지의 내용만 읽고는 어떤 선입견도 갖지않은 채
피아노 앞에 앉았고, 결국 놀란 감독의 표현대로 "영화의 심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음악"이 탄생하게 됐다.
인터스텔라의 감동적인 영화음악은 이렇게 탄생됐다.
웜홀을 통한 성간여행(Interstellar Travel)이 가능하다는 킵 손의 이론은 ‘인터스텔라’의
선배격 영화로 불리고 있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콘택트(1997년)>에서 이미 차용된바 있다.
하지만 당시 영화는, 주연배우 조디 포스터가 빨려 들어가는 웜홀을 시각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후 등장한 성간여행 소재의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웜홀은 인터스텔라 이전까지의 영화에선 ‘실재’가 아닌 ‘상상’에 머물러 있는 미지의
세계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인터스텔라는 ‘상상’을 ‘실재’로 끌어올린 최초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SF 영화로는 독보적이다!
인터스텔라 속 ‘우주’와 ‘또 다른 은하계’를 표현한 장면들은, 이전의 영화들과는 달리 전혀
유치하지 않은 고차원인 상상력이 가미됐다.
이 모두 놀란(Nolan) 감독의 역량이다.
영상미 또한 지나치지 않은 화려함으로 구색을 잘 맞추었다.
놀란(Nolan) 감독은 이 영화에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터스텔라에는 과학과 인간의 감성, 사랑이 절묘하게 배합돼 있다.
바로 그 점이 관객을 3시간 동안 영화에 집중시킨다.
상영시간이 거의 3시간이 되지만, 절대로 한눈을 팔게 하지 못한다.
잘 만든 SF 블록버스터 영화라 재미나 감동을 주지만, 천문학과 물리학에 대한 지적
유희(遊戱)도 관객에게 함께 선물한다.
미국에서는 현재 2위를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놀랍게도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인이 인터스텔라에 훨씬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스텔라와 관련, 최근 중국 상해에서 진행된 아시아 기자회견에서 놀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이와 함께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을 그리고 싶었다.
차가운 우주와 인간 감성에 대한 극명한 대비... 그리고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가 의도했던대로 인터스텔라는 스펙타클한 SF 영화의 매력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아이들의 사랑과 유대감을 기반으로 한 감동까지 많이 부각시킨 영화이다.
그래서 그의 역량과 필모그래피(filmography)에 새로운 평가와 기록이 남겨지게 됐다.
* 영화를 보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