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 혼묘지(本妙寺) 소장>
萬里江山筆下成
空林寂寂鳥無聲
桃花依舊年年在
雲不行兮草自生
만리강산 붓끝에서 생겨 난다.
빈 숲은 적적하고 새소리도 없네.
복숭아꽃은 옛과 같아 해마다 피어있고,
구름이 없는데도 풀은 절로 자라나네.
* 구마모토 혼묘지(本妙寺)
가토 기요마사(加藤清正, 1562~1611)가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절의
이름이다.
대저 가토 기요마사(かとう きよまさ)가 누구인가?
바로 159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조선을 침략했을 때 가장 선봉에
서서 잔인하게 조선인을 살육했던 바로 그 인물이다.
때문에 조선인들은 당시 가토 기요마사를 '악귀 기요마사'라고 불렀다.
히데요시의 친척인 그는 성인이 되자 히데요시의 영향을 받아 군인이 됐고, 매우
호전적인 성품의 가토 기요마사는 곧 전투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598년, 히데요시가 죽자 일본으로 돌아온 가토 기요마사는 히데요시의 어린
아들의 섭정을 맡고 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다이묘(大名)들의
연맹에 대항해서 지위를 확보하는 데 협조했다.
여러 차례 전투에서 세운 공로로 일본 남동부에 있는 구마모토 대영지(大嶺地)의
세습 영주가 된 가토 기요마사!
구마모토에서는 자기 영지의 하안(河岸) 개발계획과 자신의 성(城)인 구마모토 성
(熊本城)을 건축하는 데 열정을 쏟아부었다.
한데 말이다...
가토 기요마사가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절 구마모토 본묘지(本妙寺)에,
우리나라의 민족적 성웅(聖雄)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詩가 떡하니 걸려있다.
당신은 위의 사진을 보며 어떤 생각이 나는가?...
어떤 감회가 드는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