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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라톤 대회 참가기(參加記)

아라홍련 2014. 10. 8. 04:02

 

                     

 

          짧은 기간 동안, 그동안 하지 못했던 두 가지 일을 해냈다.

          바로 마라톤 지리산 천왕봉 등정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두 가지 다... 더 나이를 먹으면 감히 새롭게 도전하기 힘든 분야이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 계획이나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분야이다.

           ... 한데 시절인연이 닿아 두 가지 일을 다 무사히 해내고 말았다.

          내겐 값진 경험이자 소중한 추억이다.

          이번에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그 세계는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마라톤 대회를 참가한 뒤 느낀 것은 '내가 너무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다.

          첫 참가이니 완주만 해야지... 완주만 해야지... 이런 나태한 생각을 하느라고

          전심전력을 다해 뛰지 않았다.

          자그만치 너댓 번이나 쉬다가 뛰고, 쉬다가 뛰었다.

          완주에만 목표를 두었기 때문에 미친듯이 질주하지 않은 것이다.​

          한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대회가 끝나고 기록이 문자로 왔는데, 10km를 1시간 8분에 뛰었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기록이었다.

          순간, 난 당황했다.

          제한시간이 1시간 30분인지라 그 안에만 뛰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쉬다가 뛰다가

          했는데  1시간 8분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조금만 더 화이팅 했다면, 쉬는 걸 조금만 줄였다면 충분히 1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기록

          이었다.​

          아니, 잘만 하면 50분 대의 기록도 가능했을 것이다.

          이 생각만 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단거리 육상선수 출신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목표치를 너무 낮춘 것이다.

          첫 마라톤 대회 참가이니 완주나 해야지...이런 안일한 생각을 한 게 원인이었다. 

          거기다 체력 훈련의 일환으로 식이요법인 '카보로딩'까지 한 터인지라, 완주 후의 사진을

          보면 도무지 지친 기색이 전혀 없다.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을텐데, 정말 아쉽다.​

          그래서 아직도 '최선을 다해 뛰었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있다.     ​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거나 대회에 참가하면서는 "내가 대체 왜 이러는 것이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했다.

          그리고, 대회가 끝난 뒤에도 "마라톤 대회는 이번 단 한 번으로 족하다."... 이런 생각을

          했다.

          데, 막상 기록을 확인하니 단번에 생각이 달라진다.

          기록을 줄이고 싶은 욕망이 불끈 생기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해서 마라톤에 중독되는 것 같다.

          전국의 마라톤 대회를 다 돌아다니며 한 달에도 두세 번씩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난 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내가 이번에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고 기록을

          확인하니  "아! 이래서 사람들이 기록을 줄이는 도전을 하고 싶어 계속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구나."...  비로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만...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며 가장 큰 문제점으로 느낀 것은 바로 햇볕이다.

          뛰는 것은 한 시간 남짓이지만, 준비하고 또 끝난 뒤에도 대회장에 있다보면 최소한

          대여섯 시간은 햇볕에 노출돼야 한다.

          나도 이번 대회에 참가하며 무려 6시간이나 땡볕에 그대로 노출됐다.

          다른 사람들은 평소에도 피부관리 받는다고 돌아다니는데, 평생 피부관리소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은 나는 햇볕이 가장 강한 대낮에 그대로 햇볕에 노출되다 보니 피부에 상당한

          무리가 오는 것을 느낀다.

         이게 가장 큰 문제이다.

         내가 마라톤을 더 할지, 안 할지는 바로 이 문제 때문에 고민해봐야 할 듯!...

         마라톤 대회 참가 후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운동을 갈 때도 뛰고, 돌아올 때도 뛴다는 것이다.

         또 런닝 위에서도 뛰는 시간을 늘렸다.

         혹여, 내가 다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고 무의식적으로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닌지...

         문득 나 스스로를 의심해 보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이젠 뛰는 게 무섭지 않다!...

         산에 오르는 것 또한 무섭지 않다!...

          ... 둘 다 이미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전엔 내게 미지의 세계였지만, 이젠 마라톤도... 명산의 최고봉 등정도... 전혀 두렵지

         않다.     ​

         힘든 과정이었지만, 값진 경험이 나를 한층 성장시킨 것이다.

  ​     목표했던 바를 무사히 잘 이루게 해주신 신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작가에게는 꼭 필요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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