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 동안, 그동안 하지 못했던 두 가지 일을 해냈다.
바로 마라톤과 지리산 천왕봉 등정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두 가지 다... 더 나이를 먹으면 감히 새롭게 도전하기 힘든 분야이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 계획이나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분야이다.
... 한데 시절인연이 닿아 두 가지 일을 다 무사히 해내고 말았다.
내겐 값진 경험이자 소중한 추억이다.
이번에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그 세계는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마라톤 대회를 참가한 뒤 느낀 것은 '내가 너무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다.
첫 참가이니 완주만 해야지... 완주만 해야지... 이런 나태한 생각을 하느라고
전심전력을 다해 뛰지 않았다.
자그만치 너댓 번이나 쉬다가 뛰고, 쉬다가 뛰었다.
완주에만 목표를 두었기 때문에 미친듯이 질주하지 않은 것이다.
한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대회가 끝나고 기록이 문자로 왔는데, 10km를 1시간 8분에 뛰었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기록이었다.
순간, 난 당황했다.
제한시간이 1시간 30분인지라 그 안에만 뛰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쉬다가 뛰다가
했는데 1시간 8분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조금만 더 화이팅 했다면, 쉬는 걸 조금만 줄였다면 충분히 1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기록
이었다.
아니, 잘만 하면 50분 대의 기록도 가능했을 것이다.
이 생각만 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단거리 육상선수 출신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목표치를 너무 낮춘 것이다.
첫 마라톤 대회 참가이니 완주나 해야지...이런 안일한 생각을 한 게 원인이었다.
거기다 체력 훈련의 일환으로 식이요법인 '카보로딩'까지 한 터인지라, 완주 후의 사진을
보면 도무지 지친 기색이 전혀 없다.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을텐데, 정말 아쉽다.
그래서 아직도 '최선을 다해 뛰었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있다.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거나 대회에 참가하면서는 "내가 대체 왜 이러는 것이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했다.
그리고, 대회가 끝난 뒤에도 "마라톤 대회는 이번 단 한 번으로 족하다."... 이런 생각을
했다.
한데, 막상 기록을 확인하니 단번에 생각이 달라진다.
기록을 줄이고 싶은 욕망이 불끈 생기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해서 마라톤에 중독되는 것 같다.
전국의 마라톤 대회를 다 돌아다니며 한 달에도 두세 번씩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난 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내가 이번에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고 기록을
확인하니 "아! 이래서 사람들이 기록을 줄이는 도전을 하고 싶어 계속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구나."... 비로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만...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며 가장 큰 문제점으로 느낀 것은 바로 햇볕이다.
뛰는 것은 한 시간 남짓이지만, 준비하고 또 끝난 뒤에도 대회장에 있다보면 최소한
대여섯 시간은 햇볕에 노출돼야 한다.
나도 이번 대회에 참가하며 무려 6시간이나 땡볕에 그대로 노출됐다.
다른 사람들은 평소에도 피부관리 받는다고 돌아다니는데, 평생 피부관리소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은 나는 햇볕이 가장 강한 대낮에 그대로 햇볕에 노출되다 보니 피부에 상당한
무리가 오는 것을 느낀다.
이게 가장 큰 문제이다.
내가 마라톤을 더 할지, 안 할지는 바로 이 문제 때문에 고민해봐야 할 듯!...
마라톤 대회 참가 후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운동을 갈 때도 뛰고, 돌아올 때도 뛴다는 것이다.
또 런닝 위에서도 뛰는 시간을 늘렸다.
혹여, 내가 다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고 무의식적으로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닌지...
문득 나 스스로를 의심해 보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이젠 뛰는 게 무섭지 않다!...
산에 오르는 것 또한 무섭지 않다!...
... 둘 다 이미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전엔 내게 미지의 세계였지만, 이젠 마라톤도... 명산의 최고봉 등정도... 전혀 두렵지
않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값진 경험이 나를 한층 성장시킨 것이다.
목표했던 바를 무사히 잘 이루게 해주신 신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작가에게는 꼭 필요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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