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m Gibbs의 작품>
去矣行
(떠나가자)
君不見韝上鷹 그대는 보지 못했나 토시 위의 매
一飽卽飛掣 한 번 실컷 먹고는 길게 날아오르는 것을
焉能作堂上燕 어찌 대청 위의 제비가 되어
銜泥付炎熱 진흙 물고 날아와 폭염 속에서 붙이고 있겠는가
野人曠蕩無靦顔 들사람은 거칠고 방탕해 부끄러운 얼굴 못하니
豈可久在王侯間 어찌 왕과 제후들 사이에 오래 머물 수 있겠는가
未試囊中湌玉法 아직 주머니 속 옥 먹고 신선되는 법 해보지 않았지만
明朝且入藍田山 내일 아침에는 다시 남전산에 들어가리라
~* 두보(杜甫, 712~770) *~
* 어제 지방선거의 개표 결과가 대부분 윤곽이 드러난 한밤중...
고전(古典)에 일가견이 있는 강호(江湖)의 고수가 뜬금없이 이 詩를 올렸다.
그땐 그 의미를 잘 몰랐었는데,
읽고 또 읽고, 계속 읽다보니...
새벽 이 시간에야 그때 강호의 고수가 어떤 심정으로 이 詩를 읊었을지,
그 깊은 뜻이 온전히 이해가 간다.
그래,
이 詩의 의미는 아는 사람만 알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어제 하루, 우리나라를 휩쓸고 간 거센 광풍(狂風)...
살기와 증오심을 아무곳에서나 있는 그대로 드러내 하루종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불쾌하고 악랄한 사진 한 장...
나처럼 항상 약자의 편에 서고... 평생 많이 가진 자와 권력자를 견제하며...
또 일관되게 권력을 비판하고... 이미 오래전, 종교와 정치색을 초월했으며...
사상과 이념까지 초월해 세상의 모든 다양성을 수용하는... 흔치 않게 광대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보아도, 오탁악세(五濁惡世)임을 개탄하게 만드는
실로 포악하고 또 추악한 사진 속의 한 정치꾼...
그리고 바로 직후, 철면피답게 SNS에 자랑스레 올린 황당한 논리와 요설(妖說)...
서로의 다양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게 아니라, 오직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고, 단순하게 좌우로 나뉘어 무조건 서로를 증오하고 비판하며, 온종일
온갖 악다구니로 댓글과 트위터로 싸움질만 일삼고 있는 한심한 사이코패스
(Psychopath)와 정신발달 장애자들...
그리고 여전히 개표 결과에서 뚜렷이 나타난 지역주의와 이분화된 정치색...
... 한마디로 광기(狂氣)의 시대이다!
내가 경상도 사람도 아니고, 또 전라도 사람도 아닌 게 내 영혼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천만다행인지 모른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혼자 중얼거릴 정도로
우리나라의 고질적이고 개탄스러운 병폐인 갈갈이 찢어진 지역과 국론의 분열...
개표 결과를 보면서 실로 오랜만에 술을 입에 댔다.
위의 詩에서 구상응(韝上鷹)은 토시 위에 있는 '매'를 말한다.
토시는 사냥꾼들이 매를 팔에 앉혀 가지고 다니기 위해 팔뚝에 끼는 물건이다.
광탕(曠蕩)은 '넓고 방탕한 것'을 뜻한다.
즉 '너그럽게 용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안(靦顔)은 '부끄러워하는 얼굴'을 말한다.
.... 이 詩에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와 뜻이 심상(尋常)하지가 않다.
남전산(藍田山)은 중국 서안(西安) 남쪽에 있는 산이다.
좋은 옥(玉)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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