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 앞에서 초라해하지 말고, 가진 것 없어도 당당하라!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가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
그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가난하게 되돌아보인다.
내가 기가 죽을 때는...
내 자신이 가난함을 느낄 때는...
나보다 훨씬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여전히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자신이 소유한 것에 소유당하지 말라!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없이 쏟아 버린다.
그 물이 아래 연잎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또 일렁이다가
도르르, 연못으로 비워버린다.
이런 광경을 무심히 지켜보면서,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꺽이고 말 것이다.
...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