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看半開, 酒飮微醉, 此中大有佳趣.
若至欄熳酕醄, 便成惡境矣. 履盈滿者, 宜思之.
<채근담(菜根譚)>
꽃은 반만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조금만 취하도록 마시면,
그 가운데 크게 아름다운 맛이 있다.
꽃이 활짝 피고 술이 흠뻑 취하기에 이르면
곧 추악한 경지에 이르는 법이니,
가득 찬 상태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이를 생각해야 한다.
* 꽃은 반쯤 피었을 때 가장 아름답다.
활짝 피면 곧 꽃잎이 추하게 떨어진다.
나뭇잎도 녹음(綠陰)이 우거진 진녹색보다 초봄에 연둣빛으로 물들었을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술 또한 마찬가지이다.
조금만 취하게 마시면 보약에 버금간다.
허나 흠뻑 취하게 마시면 숨겨진 본성이 드러나서 실수를 연발하게 되고,
결국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어디 이뿐인가?...
세상 만물 모두가 같은 이치에 적용된다.
가득차면 비어질 일만 남는다.
또 정점에 오르면 내려올 일만 남는다.
산에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고, 부귀영화의 정점에 오르면 반드시 하차할
일만 남게 된다.
그뿐인가?
보름달은 반드시 초생달이 되고, 초생달은 다시 보름달이 된다.
봄이 되면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을 향해 가고...
겨울 후엔 반드시 봄이 된다.
하지(夏至)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때이다.
하지만 하지를 지나는 순간부터 낮은 조금씩 짧아지고, 밤은 조금씩 길어진다.
동지(冬至) 또한 일 년 중 가장 밤이 길고 낮이 짧은 때이지만, 동지를 지나는
순간부터 밤은 조금씩 짧아지고, 낮은 조금씩 길어진다.
또 가장 더운 하절(夏節)엔 땅 속에서 찬 기운이 조금씩 돌기 시작하며 가을을
준비하고, 가장 추운 동절(冬節)엔 반드시 땅 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움트기
시작하며 봄에 새싹을 틔울 준비를 한다.
사바세계(娑婆世界)엔 영원한 게 존재하지 않는다.
영원(永遠)과 불멸(不滅)은 인간의 몫이 아니다.
신(神)의 것이다!
이런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면, 인간은 결코 인생의 절정기에 머무를 때
오만하거나 방탕하게 살지 않는다.
명리(名利)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오만방자한 것처럼 세상에 추악한 것은 없다.
가장 행복하고 좋을 때 절제하고 많은 덕을 쌓아야만, 내려올 때 초라하거나
비루하지 않게 마무리를 잘 지을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가장 힘든 시기에는 주저앉아 있지 말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것을 생각하여 근신하고 절제하며, 용기있게 올라갈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삶이란, 알고보면 교만할 필요도 또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이런 이치를 깨닫되, 얼마나 자기의 삶에 이를 적용할 수 있느냐가 개개인의
능력이고 성격이며, 인격이다.
성격이 그사람의 운명을 만든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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