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부안 내소사 대웅전 겨울풍경>
夢飮酒者,旦而哭泣,夢哭泣者,旦而田獵.
方其夢也, 不知其夢也.
夢之中又占其夢焉, 覺而後知其夢也.
且有大覺 而後知此其大夢也.
而愚者自以爲覺, 竊竊然知之.
君乎, 牧乎, 固哉!
丘也與女, 皆夢也.
予謂女夢, 亦夢也.
是其言也, 其名爲弔詭.
萬世之後而一遇大聖, 知其解者, 是旦暮遇之也.
<장자(莊子) 內編 제2편, 제물론(齊物論) 22>
꿈속에서 술을 마시며 즐거워하던 사람이, 아침이 되면 우는 경우가 있다.
꿈속에서 슬피 울던 사람이, 아침이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사냥을 나가기도
한다.
꿈을 꾸고 있을 때에는 그것이 꿈인 줄을 모른다.
또한 꿈속에서 그 꿈을 점치기도 한다.
꿈에서 깬 뒤에야 그것이 꿈인 줄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자들은 스스로 깨어있다고 생각하고 버젓이 아는 척하며
임금이니... 목동이니... 하지만, 어리석은 짓이다.
나와 그대는 모두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대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역시 꿈을 꾸는 것이다.
이러한 말을 사람들은 이상한 말이라고 할 것이다.
만세(萬世) 뒤에 위대한 성인을 만나 그 뜻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 장자(莊子)를 좋아하는 나는 역사소설 이몽(異夢) 속에 이런 내용들을 넣었다.
왕이 질끈 눈을 감았다.
새 소리, 바람 소리, 물 소리가 강화도와 흡사했다.
향 냄새와 황토 냄새가 강화도와 똑같았다.
5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잠저 벽도 황토였다.
순간 왕은 생각했다.
'이곳이 강화도인가, 아니면 창덕궁 후원인가.
창덕궁 후원이 강화도인지, 강화도가 창덕궁 후원인지
알 수가 없구나.
때론 내가 봉이인지, 봉이가 나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어떨 땐 내가 봉이처럼 느껴지고, 또 어떨 땐 봉이가
나처럼 느껴진다.'....
어젯밤 꿈속에서 원범은 봉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 주었다.
열 손가락 손톱 모두에 진홍빛 꽃물을 들였다.
남은 꽃물은 새끼손가락으로 봉이 입술에 붉게 발라 주었다.
봉이는 꿈속에서 봉숭아물이 잘 들었다며 흡족해했다.
봉이 뺨이 수줍음으로 붉게 물들 때와 똑같은 색깔이었다.
봉이는 열 손가락을 보고 또 보며 해맑게 웃었다.
"이 봉숭아물이 손톱에 남아 있을 때 첫눈이 내리면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룰 수 있대. 우리 사랑도 꼭 이루어질 수 있는 거지?"
"그럼, 이룰 수 있고말고. 난 이제 왕이야! 봉이 너를 얼마든지
궁궐에 데러올 수 있어.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줘."
"기다릴게. 꼭 기다릴게."
화서지몽(華胥之夢)이었다.
이생에서 여한 없이 사랑하다가, 죽은 후엔 함께 극락에 왕생해 같은
연꽃에 몸을 의탁하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영원히 맹세했다.
아직도 봉이의 낭창한 목소리와 붉게 물든 손톱이 눈앞에 보이는 듯
선명했다.
손가락 끝에 닿았던 봉이 입술의 촉감마저 생생했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분명치가 않았다.
<이몽 1부, 311p~312p>
한데, 이몽을 읽으며" 아! 이 작가는 장자(莊子)를 공부한 사람이구나."....
이렇게 느낀 독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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