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貴家宜寬厚, 而反忌刻, 是富貴而貧賤其行矣! 如何能享?
聰明人宜斂藏, 而反炫耀, 是聰明而憂懵其病矣! 如何不敗?
<채근담(菜根譚)>
부귀한 집안은 너그럽고 후해야 하건만
오히려 시기하고 각박하다면,
그것은 부귀하면서도 행실은 가난하고 천박한 것이니
어찌 복을 누릴 수 있겠는가?
총명한 사람은 그 재주를 거둬 감춰야 하건만
오히려 드러내 자랑한다면,
총명하면서도 어둡고 어리석음에 병든 것이니
어찌 낭패하지 않겠는가?
* 사람은 권력을 쥐고 있을수록, 명리가 높을수록, 재물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후하게 대해야만 한다.
특히 약자에게 더욱 관용으로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
한데, 인간의 탐욕은 '끝'을 모른다.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모으고 갖기 위해, 약자에게는 한없이 각박하고 인색하다.
대신, 자신보다 권력이나 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겐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더 많은 이익을 얻어내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의 삶이 대부분 이와 같다.
겉으로는 그렇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깊숙한 곳에는 사리사욕이 어둠 속에
똬리를 틀고 감춰져 있다.
이들은 경주 최부자 댁처럼 가진 자의 사회적 의무와 도덕적 책임을 모른다.
영혼의 수준이 낮고 행실이 천박스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인 형제가 뒤늦게 상속 재산을 가지고 수년 동안 요란하게
송사를 벌이고 있는 사실만 봐도 증명이 되는 대목이다.
많이 가진 자일수록, 권력을 쥔 사람일수록 Noblesse Oblige를 실천해야 한다.
높은 사회적 신분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를 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나마 말로가 괜찮다.
하지만... 이들은 모른다.
오만이 방자해, 돈과 권력만 있으면 하늘의 법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바세계(娑婆世界)에서는 결코 그런 일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면서도 <채근담>의 표현처럼 행실이 가난하고
인색하며, 천박하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것을 가졌다 한들, 사람들로부터 진심어린 존경을 받지 못한다.
권력의 정점에 섰거나 대재벌 또는 고위 공직자라 하더라도, 담백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오탁악세의 번뇌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바로 탐욕 때문이다.
때문에 탐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가 이 세상에서 어떤 권세와 부귀영달을
누리고 있건 간에 행실이 천박하고 영혼의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한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
왔는지, 또 영혼의 발전은 어느 정도 이루어나가고 있는지 확연히 알 수가 있다.
적선(積善)은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영혼과 미래를 위해서이다.
현명한 사람들이 괜히 선(善)을 행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다.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을
악착같이 다 누리고 가려고 안간힘쓰지 않는다.
이 역시 자신의 미래와 영혼을 위해서이다.
자신이 총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재주를 겸손히 감출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
이 또한 영혼의 성숙과 자신의 미래를 위함이다.
한데, 오탁악세인 지금은 어떤가?...
실력도 갖추지 못한 채 함량 미달임에도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과도한 자랑질에,
패거리끼리 야합해 권세를 형성하고, 이름이 알려지면 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목적은 명예를 탐하고, 호의호식하며, 저속한 지적 허영심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실은 없고,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총명함보다 과대포장된 하잘것없는
속빈 강정 같은 밑천이 결국 사람들 앞에서 하나 둘씩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이다.
고래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동서고금의 훌륭한 경전과 모든 처세서에서는 이런
자들을 '영혼이 매우 어둡고, 어리석음에 병든 자'들로 표현하고 있다.
벼리고 매서운 말이다.
인간은 처세서의 교훈만 마음에 새기고 살아도, 어리석게 살다 가지는 않는다.
이런 책들의 가르침은 인간에겐 마치 영양제와 같고, 나침반과도 같다.
매일 반복해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마음은 평생 갈고 닦는 것이다.
부귀하면 너그럽고 후하게 베풀어야 하고,
총명한 사람은 자랑하지 말고 재주를 거둬
감추어야 후환이 없다
<채근담>의 이 글은 우리가 매일 읽고 마음에 되새겨야 할 명언(名言)이다.
삶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글이기 때문이다.
마음공부는 결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평생 해야 할 숙제와 같고, 또 삶의 화두(話頭)이다.
위의 글에서 총명(聰明)은 '슬기롭고 도리에 밝은 것'을 뜻하고,
관후(寬厚)는 '너그럽고 후덕한 것'을 의미한다.
또 기각(忌刻)은 '시기하고 각박한 것'을 말하고,
렴장(斂藏)은 '거두어 감추는 것'을 뜻한다.
현요(炫耀)은 '자랑하며 뽐내는 것'을...
우몽(憂懵)은 '어리석고 몽매한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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