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所思
玉人峰時花正開 좋은 님 만날 땐 꽃이 한창이더니
玉人別後花如掃 님과 헤어진 후 꽃은 쓸어버린 듯 졌네요
花開花落無了期 꽃이 피고 지는 것은 끝이 없건만
使我朱顔日成耄 내 고운 얼굴은 날마다 늙어가요
顔色難從鏡裏回 거울 속 얼굴빛은 돌이킬 수 없는데
春風還向花枝到 봄바람은 외려 꽃가지에 돌아오고 있어요
安得相逢勿寂寞 어찌하면 님과 다시 만나 쓸쓸하지 않게
與子花前長醉倒 꽃 앞에서 님과 흠뻑 취해볼 수 있을까요
~* 오수(吳璲) *~
* 꽃이 만개해 만화 방창한 때 만난 당신...
꽃 향기에 취해 영원한 사랑을 하듯, 우린 열정적인 사랑을 나눴지요.
꽃이 질 무렵... 우린 이별했습니다.
영원히 계속 될 것 같았던 우리 사랑은 떨어지는 꽃잎과 함께 끝이 났어요.
꽃은 졌다가도 이듬해가 되면 다시 피지만,
여인의 얼굴은 세월 따라 미모가 변하니...
전 어찌해야 할까요?
당신...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봄바람은 벌써 꽃가지를 찾아와 어서 꽃잎을 피우라고 간지르고 있어요.
벌써 당신을 본 지 한 해가 넘었군요.
당신... 보고 싶어요.
벌써 날 잊은건가요?
어서 제 곁에 달려오세요.
예전처럼 당신과 함께 꽃 향기에 흠뻑 취해 사랑을 나누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당신!...
* * * * * * * * * *
날씨가 급격히 추어지니 반사작용으로 따뜻한 봄날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꽃 필 무렵 만나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꽃이 질 무렵 님과 이별한 여인의
애절한 노래...
바로 유소사(有所思)이다.
유소사는 본래 악부시(樂府詩)의 제목이다.
때문에 같은 제목의 詩가 무수히 많다.
월산대군의 '유소사'도 있다.
詩의 정서는 대부분 애절한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해 비슷한 느낌을 준다.
악부시(樂府詩)란 무엇인가?
일종의 곡조(曲調)가 달린 가사를 말한다.
중국의 사패(詞牌)와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사패... 하면, 중국 최고의 여류사인 수옥 '이청조'가 금방 생각이 나야 한다.
그만큼 블로그에서 많은 소개와 설명을 했다.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주(周)나라 때의 시경(詩經)도 악부에 들어가고,
후대의 사패나 곡(曲)도 모두 악부시에 들어간다.
악부(樂府)는 한문의 의미에서 보듯이, 서한(西漢) 무제(武帝)가 세웠던
음악 전문 관서(官署)를 말한다.
최초의 공식적인 음악 담당 관청이다.
그렇다면, 악부(樂府)에서는 무슨 일을 했을까?...
악부에서 하는 일은 민간에서 전래되는 시가(詩歌)를 수집하여 여기에다
곡을 붙이고, 악보를 제작하여 악공(樂工)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담당했다.
악부(樂府)에서 한 일은 대략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제사 및 궁정 향연에 쓰일 음악을 만든다.
둘째는, 군가(軍歌)를 만든다.
셋째는, 민간에서 수집된 곡조에 가사 붙이는 일을 한다.
위의 詩 유소사(有所思)의 작자인 오수(吳璲)는 고려 때 인물이다.
아쉽게도 그 외엔 알려진 게 없다.
* 이 글은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